항우연(KARI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의 글입니다.
공항에서
오가는 국내선 비행기들을 구경하며 이야기하기 딱 좋은 주제가 하나 있습니다. ‘엔진나셀’
로 불리는 엔진의 흡입구가 동그랗지 않고 찌그러진 것들이 보일 텐데요. 항공기계의
스테디셀러,
보잉737의
트레이드 마크입니다.
보잉737은
현존하는 민항기 중 가장 역사가 오래된 기종입니다.
1967년
처음 운항을 시작한 이래 1984년
B737-classic,
1996년
B737NG를
거쳐,
2017년
최신기종 B737MAX로
이어졌습니다.
첫
출시 당시에는 다른 항공기들처럼 동그란 엔진 나셀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60년
넘는 세월 동안 업그레이드를 거듭하며 지금의 ‘찌그러진 형태’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최신
기종이 출시되면 이전보다 더욱 멋져지는 줄만 알았는데 어째서 엔진나셀
만큼은 특이하게 진화한 걸까요. 문제는
엔진이었습니다.
1960년대의
공항 환경에 맞추어 설계된 보잉
737은
비행기 높이를 아주 낮게 제작했습니다. 출입구와
화물도어를 최대한 낮춰 편의성을 확보하려는 선택이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낮은 기체 높이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신기종에
‘고효율 엔진’을 달았더니 그만 땅에 닿을 지경이었죠. 연비가
좋은 엔진은 그만큼 뚱뚱하고 무겁기 때문입니다.
B737NG
출시를
앞두고 머리를 싸맨 보잉의
설계팀은
이런 묘안을 내놓았습니다. 엔진
위치를 날개 밑에서 날개 앞쪽으로 당기고, 위로도
그만큼 바짝 끌어올린 것이죠. 그리고
엔진 나셀의
바닥 부분을 평평하게 만들어 바닥과 충분한 거리를 확보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바닥을 평평하게 만들다 보니 엔진 덮개에 들어가는 수많은 장비들이 갈 곳을 잃었죠.
결국
옆으로 공간을 늘려 배치를 다시 했습니다. 아래는
평평하고 좌우는 불룩 솟은 엔진 나셀의
형태가 이렇게 나온 것이죠. 기술자들은
이 특이한 모양을 ‘햄스터 볼 주머니’라 불렀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