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장이란 애시당초 글러서, 해는 아직 중천에 있건만 장판은 벌써 쓸쓸하고 더운 햇발이 벌여놓은 전 휘장 밑으로 등줄기를 훅훅 볶는다.
얽음뱅이요 왼손잡이인 드팀전의 허생원은 기어이 동업의 조선달을 나꾸어 보았다. "그만 거둘까?" "잘 생각했네. 봉평장에서 한 번이나 흐뭇하게 사본 일이 있었을까? 내일 대화장에서나 한몫 벌어야겠네."
"생원, 시침을 떼두 다 아네. 충줏집 말야."
"아무리 그렇다군 해두 왜 그 동이 말일세, 감쪽같이 충줏집을 후린 눈치거든."
"무어, 그 애숭이가? 물건 가지구 낚았나 부지. 착실한 녀석인 줄 알았더니."
"생원 당나귀가 바를 끊구 야단이예요."
짐승도 짐승이려니와 동이의 마음씨가 가슴을 울렸다. 뒤를 따라 장판을 달음질하려니 거슴츠레한 눈이 뜨거워질 것 같다.
반평생을 같이 지내 온 짐승이었다. 같은 주막에서 잠자고, 같은 달빛에 젖으면서 장에서 장으로 걸어다니는 동안에 이십 년의 세월이 사람과 짐승을 함께 늙게 하였다.
이지러는 졌으나 보름을 갓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흐뭇이 흘리고 있다.
대화까지는 칠십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된다. 달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길이 좁은 까닭에 세 사람은 나귀를 타고 외줄로 늘어섰다. 방울소리가 시원스럽게 딸랑딸랑 메밀밭께로 흘러간다.
"모친의 친정은 원래부터 제천이었던가?"
"웬걸요, 시원스리 말은 안 주나 봉평이라는 것만은 들었죠."
"봉평? 그래 그 아비 姓은 무엇이구?"
눈을 까물까물하다가 허 생원은 경망하게도 발을 빗디뎠다. 앞으로 고꾸라지기가 바쁘게 몸째 풍덩 빠져 버렸다.
동이는 물 속에서 어른을 해깝게 업을 수 있었다. 젖었다고는 하여도 여윈 몸이라 장정 등에는 오히려 가벼웠다.
"그래 모친은 아비를 찾지 않는 눈치지?"
"늘 한번 만나고 싶다고는 하는데요."
"지금 어디 계신가?"
"의부(義父)와도 갈라져서 제천에 있죠. 가을에는 봉평에 모셔 오려고 생각중인데요. 이를 물고 별면 이럭저럭 살아갈 수 있겠죠."
"아무렴, 기특한 생각이야. 가을이랬다?"
동이의 탐탁한 등허리가 뼈에 사무쳐 따뜻하다.
...
나귀가 걷기 시작하였을 때 동이의 채찍은 왼손에 있었다. 오랫동안 아둑신이같이 눈이 어둡던 허생원도 요번만은 동이의 왼손잡이가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 걸음도 해깝고 방울 소리가 밤 벌판에 한층 청청하게 울렸다. 달이 어지간히 기울어졌다.
<나의 생각>
- 스토리텔링형 문학축제로 계속 발전해 가는 평창효석문화제 브랜딩 잘 되었는데
- 평창효석문화제 곳곳에 허 생원과 조 선달이 돌아다니며 스팟 촌극을 벌여 줬으면..
- 장똘뱅이 모습의 지역 청년들이 봉평장 안에서 퍼포먼스로 실제로 장사 잘되게 했으면..
- 텐트촌을 만들어 놨으니 밤에는 소설의 속편 동이 모친을 만난 허생원 이야기를 시네마로..
- 동이가 허생원을 들쳐 업고 물을 건너는 모습도 야외 뮤지컬로 만들었으면..
- 축제참여객이 가장 보고 싶은 게 흐뭇한 달밤의 소금 뿌린 듯한 메밀꽃밭일텐데..
- 물레방아 옆에서 달밤에 허생원의 젊은 시절 성 서방네 처녀와 이야기 나눔을 재현했으면..
- 어쨋든 동이 어머니 성씨가 허생원을 재회하는 이야기가 무대에 올려졌으면..
- 평창에서 누리는 지적 사치 "문학과 미식"처럼 이 좋은 프로그램 잘 살려 갔으면..
- 지역민주도형 축제 정착하도록 지역경제 지역사회 지역문화 꽃피우는 주민협의체?
- 그리고 지역 상권 매출 확대에 기여하는 평창군영수증이벤트로 장삿속도 있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