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뭉치면 더 즐겁다, 트이앵글 3도 3군여행
충북 영동과 충남 금산, 전북 무주, 이렇게 3도 3군이 뭉쳐서 새로운 상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오늘은 무주와 금산 두 곳을 방문하게 되었다. 동생이 그 동안 자신의 병간호를 해줘서 고맙다고, 또 앞으로 남은 몇 달간도 잘 부탁한다며 여름 휴가를 보내주겠다 했다. 그러니 가만있을 수 있나, 단 하루지만 신나게 여름을 즐길 수 있으면서도 동생의 예쁜 마음에 뭔가 보답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찾다가 발견한 것인데, 덕유산 국립공원의 구천동 계곡에서 놀 수도 있고 마지막 코스로는 인삼으로 유명한 금산약령시장이 들어가 있어서 옳다구나하고 예약을 한거다. 안그래도 올해 들어서만 두 번이나 입원한 탓에 몸이 많이 상한 동생에게 인삼을 사다가 달여주고 싶었던 참이라 저렴하게 인삼을 살 수 있겠다 싶어 기회다 싶었다.
아침 7시반, 버스가 출발함과 동시에 가이드가 빵과 음료수를 나눠준다. 이 상품은 아침 식사나 간식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기에 의외다 싶었는데 역시나 가이드의 깜짝 선물이었다. 가장 먼저 출근하는 가이드에게 간식이 주어지는데 오늘 본인이 1등을 해서 탔다고 한다. 그 말을 전하는 가이드의 얼굴이 환하게 웃고있다.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는 가이드 덕분에 여행이 행복하고 기쁘게 시작되었다. 마침 아침도 챙겨먹지 못한터라 맛있게 먹었다.
# 자전거가 있는 풍경, 덕유산국립공원
평평한 산 속을 걷다보니 엄마품처럼 편안하고 온화한 기분이 들었다. 옆으로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빠르게 지나가는 모습을 보니 부럽다. 그제서야 산 입구에서 자전거를 대여해 준다고 써 있던 것이 얼핏 기억났다. 아무래도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워야 하겠다.
그래도 이렇게 천천히 숲 속을 걷는 기분도 좋다. 오르막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산책하기 딱 좋은 곳이었다.
그뿐인가, 입구부터 20여분 걷다보면 시원한 계곡물이 시작된다. 여기는 처음 모습을 들어내는 월하탄이다. 이곳을 지나면 계곡에 발도 담그고 물놀이를 할 수 있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렀을 때 좋은 날씨와 기분 좋은 마음에 힘을 얻어 괜히 로또 한 장을 샀다. 주말에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전에 볼 수 없던 로또 판매처가 눈에 띄었다. 집에 돌아와 번호를 맞춰보니 겨우 한 개 맞았다. 덕유산의 좋은 기운과 로또의 행운과는 별개인가보다.
계곡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이쯤해서 나도 내려가서 발이라도 담굴까 싶었는데 산 속을 좀 더 보고 싶기도 하고 시간을 보니 점심도 먹어야 하여 나중으로 미뤘다.
산 속에 이렇게 개인 농장도 있었다. 옥수수가 한창 무르익고 있다.
되돌아오는 길은 야생화 공원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잠자리가 사방에서 날아다닌다. 넓은 잎사귀 위에 앉아있는 녀석이 있길래 예전에 누군가 했던 말이 떠올라 잠자리의 커다란 눈에 손가락을 가까이하고 빙글빙글 돌려보았다. 이렇게 하면 잠자리가 어지러워 날아가질 못하고 최면에 걸린 듯한 상태가 된단다. 그 말이 맞는것인지 아니면 그것과는 상관없이 그저 쉬고 싶었던 잠자리의 마음인지 한참을 그대로 앉아있었다.
이 꽃은 이름이 뭘까, 노루오줌이라는 팻말이 앞에 꽂혀있기는 했는데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작은 별을 묶어놓은 것 같은 모양새가 혹시 은하수라는 이름을 갖고있지는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주차장으로 돌아와서 차가 세워진 위치를 확인하고 보니 50여분이나 남아있다. 산 아래는 이렇게 식당가이다. 산채비빔밥이나 더덕구이가 대체로 많고 특이하게 송어회 파는 가게도 많았다. 이제 점심을 먹어야지 했는데 주차장과 식당가 사이에 있는 계곡물을 보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 발이 가벼워지는 구천동 계곡
결국 다리 아래로 내려갔다. 내려갈 수 있도록 계단이 잘 만들어져 있었다. 신발을 벗고 발을 담궜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조금 지나니까 발이 기분좋게 차가워진다. 예전에 관악산에 갔다가 깊은 계곡물이 있었는데 발을 담궜다가 한여름이었음에도 너무 시려워서 놀랐던 기억이 있지만 이곳은 아이들이 놀기에 좋을만큼 얕고 물살이 빠르게 흐르고 있어서 그 정도로 시렵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조금만 앉아있다 밥 먹으러 가야지 했는데 나도 모르게 출발할 시간까지 물놀이를 즐기게 되었다. 서둘러 발을 닦고 운동화를 신었는데 뭔가 이상하다. 발이 시원한 느낌외에 운동화가 조금 헐렁해지고 무게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것이 아마도 붓기가 빠진 듯 했다. 아주 오랫동안 시원한 감촉이 발에서 떠나질 않았다.
# 태양을 피하는 방법, 적상산 무주와인터널
태양을 피하고 싶었어, 아무리 달려봐도 태양은 계속 내 위에 있고~♪ 비의 노랫말이 귓가에 맴도는 한 여름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 이곳이라면 태양을 완벽하게 피하는 동시에 포도 중의 포도인 머루로 만든 우리나라의 달콤하고 향기로운 와인을 즐길 수도 있다. 바로 적상산에 위치한 무주와인터널이다.
자연적으로 연중 13~17℃로 온도가 유지되기 때문에 무주산 머루와인을 맛있게 익히고 저장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한다. 와인 하우스와 머루와인 비밀의 문으로 구성돼 있으며, 지상 2층의 와인하우스에는 반딧불농특산물 판매장과 와인카페 겸 전통찻집이 있고 그 뒷편으로 머루와인 비밀의 문이 무주와인터널이다.
약 300m 가량 걸어들어가면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까페가 나온다. 이렇게 시음을 한 뒤 와인을 바로 구매할 수도 있다. 와인터널을 나오니 바깥과 온도차가 커서 안경에 그만 서리가 껴버렸다.
# 찾았다 맛집, 금산약령시장의 생선구이전문점 <청정>
금산약령시장에 도착했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코스이기도 하다.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마음이 급했다. 주어진 시간은 1시간. 인삼도 사고 이곳에서 유명한 인삼 튀김과 같은 간식을 사 먹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지만 나는물놀이 하느라 못한 식사를 해야했기에 시간이 빠듯한 탓이었다. 작년 가을에 왔을 때는 마침 장날이어서 사람도 북적거리고 물건도 볼거리도 많았는데 오늘은 무슨일인지 아무리 장날이 아니라고 해도 휑하다. 어쨌거나 나는 우선 허기를 채워야 했기에 밥집부터 찾아나섰다.
이래봐도 은근히 식당을 가린다. 무엇이든 어디서든 잘 먹을 것 같지만 사실은 가리는 것이 많다. 식당도 어둡거나 인테리어가 깔끔하지 않거나 메뉴가 마음에 안드는 등 분위기가 맞지않으면 선뜻 들어가지를 못한다. 그런데 이곳은 한 눈에 여기다 싶은 것이 망설임없이 들어갔다.
고등어구이를 주문했다. 역시나 마음에 든다. 혼자 먹기엔 이 커다란 고등어 한 마리도 충분할텐데 밑반찬이 8~9가지로 꽤 많다. 밑반찬 많이 먹지 않는데도 하나씩 젓가락을 가져갔다. 모두 깔끔하고 입에 잘 맞는다. 그래도 짜지않게 구워진 깔끔하고 고소한 고등어와 김치와 오이무침만 먹어도 충분했다. 조금 느긋하게 먹고싶었는데 인삼을 사야하니까 시간이 빠듯하여 얼른 일어서며 얼마나 아쉬웠던지 모른다.
메뉴는 생선구이전문점 답게 고등어와 삼치, 조기 등의 생선구이가 있고 가격도 착하다. 여기에 인삼튀김이나 인삼막걸리도 역시나 팔고 있었다.
위치는 찾기 쉽다. 금산약령시장에 도착하면 금산박물관이 있는데 박물관 길 건너편에 보이는 골목길로 들어가면 바로 이 가게가 있다. 다음에 또 인삼 사러 오면 배고파도 무조건 참았다가 이곳에서 또 식사를 해야겠다. 서울의 번화가에 있더라도 단골로 삼고 싶을만큼 괜찮은 곳이다.
# 예쁘지 않은 난발삼은 가격이 착해요
역시 서울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로 인삼의 가격이 착하다. 인삼은 한 채에 750g이 기본이다. 모양이 곧고 예쁘면서 크기가 큰 것은 보통 한 채에 2만 3천원선, 보통은 2만원에서 1만 8천원이면 살 수 있었다. 그렇지만 내가 찾는 것은 제멋대로 자라서 모양이 예쁘지 않은 탓에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난발삼이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선물용이 아닌 이상 모양은 상관없다. 이런 난발삼은 보통 1만 5천원, 1만 3천원 가격을 부르고 있었다.
상가 안에 들어가 몇 곳을 둘러본 후 한 채에 1만원이라는 아주 싼 가격에 이 삼을 구입했다. 가격이 싸고 좀 오래 달여먹을 작정으로 두 채를 구입했다. 시간에 맞춰 허둥지둥 버스에 오르니 가이드가 하는 말이 오늘이 한 달에 세 번있는 장터 휴일이라고 한다. 어쩐지 장이 너무 휑하더니 이유가 있었다. 버스 안에 인삼향이 가득 찼다. 계곡물에 발 담구고 와인터널에서 서늘하게 피서까지 제대로 하고 인삼까지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게 사 가지고 돌아가니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아니 누이 좋고 동생 좋은 여행이었다.
# 여행 후, 바쁘다 바뻐!
어찌된 것이 여행을 다녀왔더니 할 일이 더 많다. 우선 인삼을 깨끗이 씻는데만 1시간 가량 걸렸나보다. 그리고 햇볕에 널어 보관하기 좋게 물기를 바싹 말렸다. 인삼 몇 뿌리에 당귀, 감초, 맥문동, 대추를 넣고 달였다.
이건 강찜으로 2시간 달인 것인데 이제 약찜으로 2시간 더 달여야 한다. 집 안에 어렸을 때는 싫어했던 약초내가 달콤하고 쌉싸름하게 감도는 것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인삼으로 동생과 우리 가족 여름 건강을 챙길 수 있겠지 싶어 마음이 다 든든하다. 인삼은 이렇게 달여먹는 것 외에도 반 정도 납작하게 쪼개서 밀가루 반죽 입혀 노릇하게 튀겨 조청이나 꿀을 찍어먹어도 별미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