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빛 햇살이 잔디위에 펼쳐지던 어느 봄날..
그 때의 전 조금은 새침하고 조금은 멋도 아는
새내기 여대생이었습니다.
재미삼아 나갔던 미팅에서 두살 위인 신랑을 만났고,
그렇게 낭만이 있던 시절 새내기의 첫사랑은 시작되었죠.
그 첫사랑은 결실을 이루었고,
우린 결혼을 하고 제주도로 신혼여행도 떠났습니다.
남편과 함께한 제주에서의 3박 4일은
제 생애 어느 여행보다 찬란했습니다.
우리의 뜨거운 사랑은 제주의 빛나는 풍경들로 인해
더욱더 애틋해졌었고,
거니는 걸음걸음마다 감탄할만한 자연경관들이
가슴을 설레게 했습니다.
벌써 3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생생한 그 때의 추억들...
만장굴의 경이로운 모습과 초원을 거닐던 조랑말들...
인정까지도 따뜻했던 비바리 아주머니와
너무도 친절했던 가이드분...
그리고 너무나 짧게 느껴졌던 3박 4일의 시간...
제주로 떠났던 신혼여행이 더욱더 가슴에 남는 건
아마도 우리의 마지막 여행이었기 때문일거예요.
외항선을 타던 남편은 일 자체가 여행에 가까웠기 때문에
귀국하면 집에서 쉬는 것이 휴식이었고,
저를 비롯한 아이들도 그런 아빠를 이해했답니다.
내가 여자임을 느끼게 해 준 남편...
내가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 준 남편...
그리 일찍 가야했기에 그 큰 사랑을 한꺼번에
풀어놓아야 했던걸까요?
천천히 조금씩 사랑해 주었어도 보채지 않았을텐데..
생활을 위해 신랑이 택했던 외항선은 신랑이 바다를
좋아하게 만들었고 결국 딸아이가 열일곱 되던해
신랑은 실종이라는 실가닥같은 희망만 남긴 채
제 곁을 떠났습니다.
이렇게 그와의 그리고 제주 여행에서의
찬란한 추억을 꺼내보는 날에는
유난히도 눈물나게 그 사람이 보고싶습니다.
이제 그 딸 아이가 시집을 가 한 아기의 엄마가 되었고,
남편없이 오랜 세월을 보낸 제게 30주년 결혼기념이 선물을 주었습니다.
딸 아이네와 함께하는 또 한번의 제주 여행...
딸도 둘째를 임신중이라 힘들었을텐데
제게 특별한 선물을 주기 위해 준비했다는 말에
딸과 사위가 더욱더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와 짝꿍이 되어 다녀온 제주는
남편과의 아련했던 추억과는 또 다른 기억을 안겨 주었습니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인 쇠소깍은 제주의 숨겨진 보물이었어요.
반짝이는 강물의 반대편으로는 푸르른 바다가 끝없이 펼쳐졌고,
뗏목을 타고 강을 건너는 테우체험이라는 것도 있었어요.
아쉽게도 저희가 간 날은 운행을 안 하시더라구요.
테우체험은 40분정도 걸리는데 성인 한명에 5천원이랍니다.
제주 물가에 비하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지요?
날씨가 조금만 궂어도 운행을 안한다고 하니
항상 테우아저씨께 여쭤보고 일정을 잡는 게 좋다고 해요.
(테우아저씨 전화번호 010-6530-3002)
그리고 쇠소깍 맞은 편의 검은여해변은 너무도 특이한 검은모래였답니다.
투명한 강물과 푸른 바닷물..그리고 검은 해변이 어우려져 더욱 아름다웠어요.
그리고는 소정방폭포가는 길에 너무나 예쁜 올레길을 만났답니다.
위치는 정방폭포와 같았는데 주차장에 차를 댄 후
정방폭포가 아닌 올레길이라는 표지판을 따라가야
소정방폭포로 갈 수 있었어요.
10분정도 걸렸던 이 길은 잘 가꿔진 정원과도 같았는데
한 쪽으로는 제주의 푸른 바다가 자리하고
올레길은 산책로처럼 푸른 녹음이 펼쳐져서
너무나 이국적인 느낌이었어요.
그 길의 끝에서 만난 소정방폭포 또한 규모는 작았지만
아기자기한 멋이 있는 명소였답니다.
둘쨋날은 제주도 안의 또 다른 섬인 우도행 배에 올랐습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도착한 우도는 때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었답니다.
산호가 부서져 만들어졌다는 사빈백사해수욕장은
그 모래빛깔이 눈 부실 정도였구요~
곳곳에서 풀을 뜯는 제주말들의 모습에 손주도 너무 좋아했답니다.
우도에는 빨강머리앤의 집이라는 예쁜 건물이 있었는데요,
의외로 서른이 된 딸이 너무 재미있어 하더라구요.
어릴 때 그 만화를 보고 컸다며..자기 또래 여자들은 다들 좋아할거라고 했어요.
우도의 마지막 목적지였던 지두청사....
이 곳은 영화 연리지의 촬영지로 유명해 졌다고 하는데요.
산을 따라 조금만 올라가니 제주가 한 눈에 보이는 언덕에
푸른 초원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정말 보는 이의 마음마저 시원하게 하는 멋진 풍경이었어요.
다음 우리의 목적지였던 섭지코지는 올인으로 유명해진 곳이예요.
이 곳에서는 30년전 남편과 손잡고 올랐던 성산일출봉을 한 눈에 볼 수 있었어요.
처음엔 제주도에는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가 너무 많다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다시가서 보니 그럴 수 밖에 없는 최고의 풍경들로 가득차 있더라구요.
그리고 여행을 마치고 공항으로 가는 길에 만났던 월정리 해수욕장...
시간이 넉넉치도 않았는데 도저히 그 물빛을 지나칠 수 없어서 들렀던 곳입니다.
진짜 여기가 대한민국인가 싶을 정도로 너무나 예뻤던 에메랄드빛 바다...
돌아와서도 한참동안 그 곳 생각에 행복해졌던 아름다웠던 월정리...
많이 소문나지는 않은 곳인데 꼭 가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30년만에 다시 다녀온 제주도...
남편과 갔었던 옛날의 제주가 거친 대자연의 느낌이었다면
이번에 다녀온 제주는 잘 가꿔진 초록의 느낌이었습니다.
예전의 모습과는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지만
제게 제주는 아련한 추억 더하기 새로운 기억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