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섬과 바다
가족들과 여름휴가를 맞이해 남해의 아름다운 섬 거제도로 향했습니다. 8월중순 늦은 막바지 휴가철 이라 그런지 사람도 적고 차도 많이 막히지 않았네요.
아침 일찍 서울에서 출발해 4시간 반여를 달려 예약한 팬션에 도착했습니다. 거제도 망치리 라는 마을에 있는 정말 예쁜 팬션입니다.
정말 예쁘죠? 바닷가 바로 앞이라 바로 바다로 뛰어들 수 있을 만큼 위치가 좋습니다. 발코니도 운치있고 방도 새로 도배를 했는지 깔끔하더군요.
팬션 전망이 너무 좋아 휴가기분에 푹 빠졌습니다.
거제도는 백사장 보다 동그란 자갈로 된 일명 몽돌해수욕장이 많죠. 망치리 앞 해수욕장도 몽돌로 되어 있습니다. 햇빛도 가릴겸 텐트를 치고 튜브도 빌렸습니다.
평일인데다 아직 오전이라 그런지 우리 가족 외에는 아무도 없네요. 이 좋은 해변을 전세냈습니다. ^^
한참 놀다보니 슬슬 배가 고파왔는데 때마침 동네 치킨집 아저씨가 조그만 전단지를 들고 다가 오셨어요.
배고프고 밥짓자니 귀찮고 해서 치킨에 생맥주를 주문했어요. ^^
꿀맛이 따로 없네요. 워낙 식성좋은 집안인지라 닭두마리에 생맥주 1.5리터가 뱃속으로 깨끗히 사라졌네요.
치킨집 아저씨가 배달 왔을때 이 근처 맛있는 횟집이 어디있는지 물었더니 이 곳 망치리 옆에 있는 구조라 해수욕장에 실비 횟집이라는 곳을 추천해 주시더군요.
저녁은 회를 먹어야 겠다 계획을 짰죠.
제가 원래 회를 너무 좋아하는데 광어, 우럭 보다 잡어 세꼬시를 너무 좋아하거든요.
아침마다 경매장에 나오는 자연산만 취급한다고 하는데 이 일대에 다른 횟집은 전부 양식만 하는데 이집만 자연산 잡어를 싸게 판다고 하네요.
이 집은 회만 썰어주는 실비 집이라 양념장만 제공해주고 아쉽게도 매운탕은 안된다 하네요.
그래도 너무 맛있는 자연산 뽈락과 쥐치를 보니 군침이 꿀꺽.
싱싱한 자연산 뽈락은 남해일미라죠!
마른 행주로 칼에 물기를 연신 닦아가며 정말 정성스럽게 회를 뜨시는데 돌아가신 친정아버지가 겹쳐 보이네요.
장인정신이 느껴질 만큼 회를 정성스레 떠서 그런지 쫄깃함이 더 해진 듯 합니다.
가격은 1kg에 4만원. 4인 가족이 맛있게 먹으려면 1.5~2kg 정도는 먹어야 겠더라구요.
서울사람들은 양많고 매운탕 꺼리하기 좋은 광어나 우럭을 많이 찾는데 자연산은 비싸고 여기까지 와서 양식 회를 먹기는 그렇잖아요. 거제도 자연산 뽈락, 쥐치회 드셔보길 정말 강력히 추천합니다.
고소함과 쫀득함이 서울서는 맛볼 수 없는 별미랍니다.
워낙 식성좋은 가족이라 회로는 배가 덜 찼죠. 팬션에 돌아와서 집에서 가져온 와인과 돼지목살을 안주삼아 술상을 차렸습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휴가의 첫날을 보냈네요.
다음날 일찍 남은 돼지목살을 썰어넣고 김치찌게에 후다닥 아침을 먹고 유람선 선착장으로 향했습니다. 거제도에는 군데군데 유람선을 탈 수 있는 선착장이 마련되어 있는데요. 거제도 까지 와서 외도를 안가보면 거제도 관광을 한게 아니라죠.
아침 10시 배를 타야 하는데 살짝 늦어 출발한 배를 다시 불러들여 부랴부랴 올라탔습니다.
팬션에서 유람선 30% 할인쿠폰을 주는데 할인 받으면 1인당 15,000원선이라고 합니다.
보통 18000원이고 아예 쿠폰을 취급하지않고 15000원으로 통일인 곳도 있더군요. 선착장마다 유람선 가격이 다르니 체크하고 가시길 바랍니다. 팬션에서 할인권을 주면 상관없지만 팬션에 묵지 않을 경우는 저렴한 선착장으로 가셔서 타시길 추천드려요.
저희가 유람선을 탄 곳은 학동몽돌해변에 있는 학동유람선인데 이곳은 쿠폰없이도 15000원 입니다.
유람선은 1박2일팀이 다녀간 바람의 언덕으로 유명한 해금강을 한바퀴 도는데요. 중간에 십자동굴이라는 곳으로 잠시 들어섭니다. 천혜자연동굴인 이곳은 날씨가 나쁘면 그냥 지나친다고 하는데 다행히 날씨가 좋아 동굴 입구로 유람선을 슬슬 몰고 들어가네요.
자연의 위대함도 위대함이지만 저 사이로 유람선을 몰고 들어가는 선장님도 대단해요.
거의 양옆바위에 닿을락 말락 할 정도까지 들어간 뒤 다시 돌아 나오는데 다들 감탄사가 절로 나오네요.
해금강을 한바퀴 돌고 나니 외도를 향하네요. 저 멀리 마치 남부유럽해안의 정취를 옮겨놓은 듯한 외도가 보여요.
외도에 도착하고 다들 내리는 모습이네요.
외도는 이창호 최호숙 부부가 1973년에 섬을 사서. 농사도 짓고 농장도 하다가 식물원으로 조금씩 가꾸었다고 하는데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 싶어요. 안타깝게도 남편인 이창호씨는 2003년에 별세하셨다고 하네요.
외도 매표소로 올라가는 길이에요. 1인당 8천원씩 입장료를 받아요. 배삯 만오천원에 입장료까지.. 우리 가족 외도구경에 10만원이 휙 나가네요. 아까 배에서 내리기전 유람선 선장님 말이 번뜩 떠오르더라구요.
머할라꼬 생돈 써가미 이 더운 여름에 이 외도까지 와서 땀을리고 오는지 몰겠네~ 시원한 수박 한덩어리 사다 놓고 선풍기 앞에 있음 그기 최고지~
백번 천번 옳은 말씀이구나 싶어요. 외도는 가파르지는 않지만 꾸준히 오르막이라 35도가 넘는 이 폭염에 돈 10만원 써가며 비지땀을 흘리러 왔구나 싶더라구요.
그래도 오르다 보니 흐르는 땀을 잊을 만큼 아름다운 정경이 펼쳐지네요
온갖 이국적인 꽃이며 나무의 향긋한 향기며 아름다운 경치에 힘든지 모르고 열심히 구경하게 되네요.
어찌나 정성스럽게 나무를 손질하고 가꾸었는지 별천지가 따로 없더라구요.
전망대에서는 날씨 맑은날은 대마도까지 보인다고 하네요.
높은곳에 오르니 가슴이 탁트이는게 정말 잘 왔다 싶네요.
다시 유람선를 타고 처음 출발했던 학동 유람선 선착장으로 도착하니 점심때가 되었네요. 외도가 그리 큰 섬은 아니지만 그래도 땡볕에 열심히 돌아다녔더니 허기지는 걸 막을 수 없네요.
학동해변 근처 식당을 기웃기웃 하기 시작했는데 마침 신랑이 먹고 싶어했던 충무김밥에 이것저것 다양하게 하는 식당을 발견해서 들어섰어요.
4만원짜리 가족메뉴가 눈에 확 들어오네요. 낚지볶음에 멍게비빔밥에 충무김밥 세트로 나오는 메뉴라는데 기대반 의심반으로 시켰지요.
4만원짜리 치고는 크게 나쁘지 않다 싶네요. 낚지양념이 참맛있어서 밥에 척척 비벼서 먹으니 꿀맛같았어요.
이렇게 배를 채우고 거제도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시작했어요.
유람선으로 구경했던 해금강으로 차를 몰았지요. 바람의 언덕 맞은편에 있는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는 남해의 모습은 너무 아름답더라구요.
전망대에서 한참을 내려다 보고 있는데 신랑과 아들이 속닥속닥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더니만
이제 우리 바다는 질리게 봤으니 이제 산으로 가자 하네요.
그래서 거제도를 빠져나와 지리산으로 출발 했습니다.~
2부 산과 계곡은 또 준비해서 올릴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