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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스핑크스 페스티벌에 갔던 들소리
MonkSook    2011-10-07 죄회수 3,085 추천수 2 덧글수 4  인쇄       스크랩     신고


  들소리, 벨기에 스핑크스 페스티벌에 가다

  -2006년 들소리, 12개국을 누비며 길에서 배우다.

 

  

   사진 / 글: 서미숙 [(사)문화마을들소리 기획실장]
 

 

 

▲ 영국에서 구입한 IVECO 트럭. 악기와 장비, 개인 짐까지 모두 도맡아 준 듬직한 친구이다.

 

▲ 장기간 공연여행을 다니다보면 짐을 실었다 풀었다 솔선하는 착한 단원이 돋보인다.

 

2006년 봄, 들소리는 아프리카 3개국을 시작으로 이스라엘 투어를 강행하며 첫 몸살을 치렀다. 여름 시즌에는 영국, 불가리아, 아일랜드, 노르웨이, 벨기에, 프랑스 유럽 6개국을 돌며 100일간 투어를 무사히 마쳤다. 8월에는 싱가폴 워매드(WOMAD)를 통해 아시아 외유를 했고 대만 친자 극장 공연을 끝으로 연간 투어의 종지부를 찍었다.


영국 현지법인을 설립(2006년 3월 14일)한 들소리는 특히 ‘100일간의 유럽 투어’를 통해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좋은 경험을 축적하였고 아울러 유럽 프로모션의 좋은 기회가 만들어 지기도 하였다. 투어 프로그램은 극장 공연을 비롯해 축제, 워크숍, 퍼레이드, 학교방문교육, 공연자 간 공동작업 등으로 진행되었으며, 그중 월드뮤직 축제는 이번 투어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였다.


들소리 2006년 해외 투어를 기념할만한 공연을 하나만 꼽으라면 글쎄, 무척 어려운 주문인 듯하다. 길에서 먹고, 자고, 배우는 동안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가르침이 없었다고 해야 할까. 매 순간순간이 아름다웠던 시절을 떠올리다 한국에는 아직 생소한 월드뮤직 축제를 소개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 벨기에 스핑크스 페스티벌에 대해 얘기를 시작해볼까 한다.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다.

고대 이집트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 스핑크스가 지나가는 사람마다 붙들어 “아침에는 네 다리로, 낮에는 두 다리로, 밤에는 세 다리로 걷는 짐승이 무엇이냐”라는 수수께끼를 내어 풀지 못하면 잡아먹었다. 이 문제에 직면한 오이디푸스는 “그것은 사람이다”라고 대답해 죽음의 위기를 면했다는 전설은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서유럽 최고의 월드뮤직 페스티벌인 벨기에 스핑크스 페스티벌(SFINKS Festival)은 마치 이집트의 괴물로 부활한 듯이 먼 아시아에서 온 들소리에게 다짜고짜 수수께끼를 내었다.

“축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


2006년 7월 27일부터 나흘간 벨기에 안트웨르펜(Antwerpen)의 낮과 밤을 달구었던 이 축제는 40,000명 이상의 유료관객이 방문하여 31년 째(1975년 시작) 지속된 교감과 환희의 기적을 이었다. 2006년은 브라질을 테마로 구성하였으나 아프리카, 스페인, 인도 등 다양한 월드뮤직 스타들이 참여하였으며 한국에서는 들소리가 처음 초청 받은 것으로 보인다.

스핑크스 페스티벌에서 첫인상은 초대형 야외극장의 붉은 천막이었다. 소똥, 말똥이 뒹구는 잔디밭에 거대한 대형 천막이 세워지고 메인 무대 아래는 목재로 된 홀이 있어 2-3천명의 관객이 동시에 춤추며 즐길 수 있었다. 이곳이 쉬지 않고 지속되는 월드뮤직 스타들의 출연과 댄스 파티로 화려하게 각광 받는 다면 야외무대는 주로 전통의 원형을 잘 살린 제3국의 이색적인 공연이 올려졌다. 또 한쪽에서는 관객들이 줄을 한참이나 서서 입장하고 있었는데 열정적인 콘서트 전용 텐트였다. 그 외에도 관객과의 만남을 위한 프레스 천막, 아이들을 위한 대형 놀이 시설, 이국적인 의류, 악세사리, 악기 등을 구입할 수 있는 마켓 등이 자리 잡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참여 아티스트를 위한 전용 시설이었다. 메인 천막 뒤에는 세탁실과 샤워, 화장실을 겸비한 출연자 대기실과 레스토랑, 예술가 클럽이 따로 펼쳐져 있고 그 규모는 전체 축제장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이러한 시설뿐만 아니라 예술가를 위한 서빙, 보안 등 자원봉사자들의 친절과 책임 의식 또한 철저했다. 예술가를 위해 이처럼 세심한 배려를 하는 축제가 몇이나 있을까. 그들은 이러한 서비스를 통해 최상의 공연 컨디션을 만들어 주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다.

▲ 스핑크스 페스티벌 야외무대.관객들과 보다 밀착할 수 있는 원형 무대이다.

 

 

 

기획 접근 ‘필연을 낚는 낚시’


들소리는 오래 전부터 유럽의 축제를 조사하여 리스트를 작성한 후, 공연 소개 자료를 제작해 온라인과 우편으로 발송하기 시작했다. 몇몇 곳에서 회신이 오기 시작했고, 특히 들소리 프로그램과 연관성이 큰 주요 관심 축제는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하며 호감을 줄 수 있도록 노력했다. 특히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은 공연을 선택할 확률이 지극히 낮다는 유럽 축제 감독들에게 신뢰를 심어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운이 좋게도 2005년에 월드뮤직의 쌍벽을 이루는 워매드(WOMAD)와 스핑크스를 포함하여 여러 페스티벌에서 이메일로 초청의사를 밝혀왔다. 이러한 대형 월드뮤직 축제에 한국 공연이 소개된 것은 극히 드물거나 전무했고, 유럽 시장에서 활동하는 아시아 음악의 비중이 크게 높지 않았던 상황에 비해 들소리 초청을 결정한 것은 2004 싱가폴 아츠 페스티벌 등 전년도 국제무대에서 검증된 반응과 유럽 시장을 적극 두드리고 있다는 점이 도움이 된 듯하다.

그러나 영국 현지 법인 설립을 고민하고 있던 들소리는 마침 영국 워매드와 같은 기간에 진행되는 스핑크스 페스티벌을 차선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영국 진출을 하는데 있어 워매드는 매우 중요한 네트워크의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중히 다음해로 계획을 미루기로 하고, 직접 벨기에의 축제 사무국을 방문하여 미팅을 가졌으며, 또한 영국에서 개최된 워맥스(WOMAX, 월드뮤직 박람회)에서 다시 만나게 됨에 따라 프로그램 구성과 교섭에 대해 세부적인 논의를 충분히 거친 후 드디어 2006년 무대에 서게 되었다.

이처럼 유럽이라는 거대한 시장에 들소리라는 콘텐츠를 미끼로 까다로운 축제 감독들과 ‘필연’을 만들기 위한 ‘우연’의 낚시질은 워매드나 스핑크스와 같은 대형 물고기를 낚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러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모든 축제가 우리가 던진 미끼에 관심을 보이지는 않는다는 점, 때문에 축제에 대한 정보 분석과 프로그램 매칭에 대해 다양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조건에 맞추지 않고 조건을 만들다.

거의 모든 거래는 깎을 셈과 더 남기려는 셈으로 손해 보지 않는 선에서 옥신각신 흥정을 하게 된다. 공연단체의 해외진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실천사항을 통해 초청측과 협의할 때 ‘서로 손해 보지 않는 선’을 지킬 수 있도록 애썼다.

첫째, 에이전시와 같은 대행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기획과 협상을 주도했다.

둘째, 항공료와 운송비는 예산에서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정말 크게 도움이 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초청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소요경비 부담이 클수록 협상이 어려워짐은 당연한 일이다. 들소리는 시즌 투어 형식(100일간 유럽 투어)으로 기획하여 한국에서 출발하는 항공료와 악기 및 장비 운송비(예) 부피무게 1200kg, 영국 왕복 약 1천3백만원 소요) 부담을 전체 투어 예산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셋째, 유럽 현지 악기 운송과 공연자 이동은 대부분 자체 차량(IVECO 트럭)으로 해결하고 가장 비용이 저렴한 육해공 경로를 파악해 교통비를 최대한 절감했다. 자체 차량을 이용할 경우 초청측에 차량 지원이나 의전에 대한 부담을 덜어줄 수 있었다.

넷째, 투어 참가자는 최소한의 공연자와 스탭으로 구성하되 각각 공연 외 워크숍 진행을 비롯, 무대 스탭, 요리, 운전, 의상 관리, 촬영 등 다양한 역할을 해내야 했다.

 
다섯째, 투어 중 공백 기간에는 영국의 들소리 현지 법인이 소유한 숙소에서 거주하며 안정적으로 연습에 몰입할 수 있었다. 파손된 악기 수리며, 보관이 가능한 차고는 훌륭한 연습실이자 창고 역할을 해주었다.

그 외 초청측에 가능한 공연 횟수를 늘려 줄 것과 주변 다른 지역으로의 연계가 가능하도록 요청하기도 하였다.

스핑크스 페스티벌측은 메인 무대 공연 1회, 야외무대 공연 2회, 마당 길놀이 3회, 관객과의 인터뷰 1회를 최종 결정했고 4일 중 하루는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숙소는 인근 학교 기숙사(돈보스꼬 스쿨)에서 다른 공연팀들과 함께 지냈고 식사는 각 팀별로 직접 조리할 수 있도록 재료와 기구를 준비해 주었으며 테이블도 지정해 주었다. 물론 행사장에서는 아티스트를 위한 전용 레스토랑 쿠폰과 클럽 음료 쿠폰이 지급되었다.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축제 현장에 있거나 가끔 장보러 시장에 나가곤 했다. 축제 현장에서는 어딜 가든 아티스트들을 위한 배려가 눈에 뛰었다. 메인 무대 바로 앞은 몇 몇 허락받은 취재진이나 무대 스탭, 보디가드만 통행이 가능했는데 분홍 손목띠를 한 아티스트들도 누구나 입장할 수 있었다. 때문에 월드뮤직 스타들의 생생한 라이브를 바로 눈앞에서 보고, 듣고, 즐길 수 있었다. 함께 숙소에 기거한 몽골 왕립음악학교 뮤지션들과 브라질팀, 사하라팀(Touaregs)은 어느새 우정이 싹터 서로의 공연을 찾아다니며 분위기를 부추기는 데 한몫을 했다. 레스토랑의 식사는 훌륭했으며 낭만적인 텐트 클럽에서는 세계 각국의 뮤지션들과 만나 맥주나 칵테일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거나 축제 관련 기사를 볼 수도 있고 인터넷이나 팩스를 사용할 수도 있었다.

스핑크스측은 공연비, 워크숍 진행비 외에 교통비, 숙식비, 체재비와는 별도로 축제 현장에서는 참여 아티스트를 위한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여 최상의 공연을 할 수 있도록 지원과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모든 과정 하나하나가 ‘ing"

 

이러한 스핑크스 페스티벌의 배려와 준비에도 불구하고 펑크를 내는 공연팀이 있었다. 메인 무대, 메인 시간에 잡혀있던 프랑스 공연팀이 느닷없이 빠지게 되자 축제측은 전날 관객 반응이 좋았다는 평 때문에 우리팀에게 간곡한 부탁을 해왔다. 우리에게는 다시 한 번 수천의 관객들과 황홀경에 빠져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아쉽게도 프랑스 팀이 예정대로 무대에 서게 되었다. 적어도 1년 전에 프로그램 구성이 완료된다는 유럽의 축제이건만 이런 일도 다 생기는구나 싶었다.

기획 초기에는 초청측과 어느 정도 소통이 이루어지면 테크니컬 라이더, 공연 소개자료, 인쇄물용 문구, 사진, 보도자료, 항공, 숙식에 대한 정보는 준비가 되는 즉시 전달한다. 기획 초반에 미리 준비해두고 계약이 진행되면서 연락이 오면 바로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운송 차량, 목적지 위치, 배편 예약에도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 적어도 축제 시작 전날 도착해서 현장답사와 기술 협의를 다시 한 번 체크해야 함은 물론이다. 워매드와 스핑크스를 포함한 대부분의 야외 음악공연 축제에서는 지속적인 라인업 때문에 무대 셋업 시간이 1시간 미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관객은 이미 행사장에 있기 때문에 리허설은 물론 심지어 사운드 체크가 힘든 경우도 있다. 무대, 기술 상황을 사전에 확인하고 사전에 그에 따른 준비를 철저히 해야만 한다.

 

스핑크스 페스티벌의 프로그래머 사라(Sarah Vereycken)는 행사를 진행하는 입장에서 공연이 아무리 좋아도 진행하는데 소통이 원할 하지 못했다면 다른 곳에 추천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언제 어디서든 모든 하나하나가 추진 과정의 연속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마음의 열매 ‘우리는 서로를 친구라 부른다.’ 
 

▲ 관객들은 언제 어디서든 신이 나면 춤추며 함께 어울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프로모션의 성격이 강한 워매드가 월드뮤직 스타를 배출하는 축제라면 스핑크스는 아티스트를 존중하고 관객들의 무아(無我)가 살아있는 축제라고 할 수 있다. 서유럽 최대의 축제이자 유럽축제연합회의 중심에 있는 스핑크스 페스티벌에서 성공한 것은 매우 중요한 기점이 되었다. 아주 빠르게 월드뮤직 관계자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협회 소속인 노르웨이, 프랑스 공연에서도 최고의 찬사를 받자 2007년 유럽 투어와 연계하여 스웨덴, 스페인, 프랑스, 벨기에, 독일, 네덜란드 등 여러 국가에서 러브콜이 한창 진행 중이다.

축제에 참가하는 관객들은 가족 단위가 많았다. 때문에 아이들을 위한 놀이 시설도 메인 무대 못지않게 대규모로 배치되어 있었고 덕분에 부모들은 자유롭게 음악에 심취할 수 있었다. 갓난쟁이를 업거나 안은 젊은 부부도 많았다. 수시로 아이들을 위한 공연 프로그램이 진행되기도 했다. 그들은 너무도 자유롭게 다양한 월드뮤직의 세계를 넘나들며 삶의 한 순간을 눈부시게 가꿔갔다. 부러운 마음에 우리나라도 이제 곧 월드뮤직을 즐기는 가족 단위 문화와 축제가 생기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걸어본다.

월드뮤직 축제를 몇 곳 다니다 보니 가끔 재회하게 되는 공연 팀들이 있다. 서로 말은 잘 안 통하지만 헤어질 때는 눈물까지 흘리며 아쉬워하곤 한다. 스핑크스는 이러한 아티스트들과의 진한 우정을 맺어주기도 하고 협연이나 공동 작업의 약속이 오고가는 예술의 탄생지이기도 했다. 세계적인 월드뮤직 스타들과 한 무대에 선다는 우리 공연단의 자부심과 그들의 공연을 보며 배우고 느낄 수 있다는 점, 또한 함께 우정을 나누며 새로운 영감의 원천을 만든다는 것 등 스핑크스가 우리에게 준 성과는 실로 고맙고 고마운 것이었다.

이와 같이 스핑크스를 통해 경험한, 축제와 축제간의 연결, 관객과 공연자와의 연결, 공연자와 공연자의 연결, 이 모두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우정의 결실이며 때문에 우리는 서로를 친구라 부른다.    끝.

 

태그  SFINKS, WOMAD, DULSORI, 해외투어, 월드뮤직축제, 벨기에축제, 서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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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Mer   2011-10-10 00:21 수정삭제답글  신고
멋지십니다. 들소리!! 어허엽 상사몽 뱃노래 법고시나위 등 레퍼토리가 생각이 나네용??^^
하나   2011-10-09 22:47 수정삭제답글  신고
우리의 공연이 더 많이 알려지길 바라며...들소리 화이팅!!!!!
얼씨구   2011-10-09 21:15 수정삭제답글  신고
축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다. 가장 중요한 건 들소리다 !! 감동입니다.^^
왁자지껄   2011-10-08 10:35 수정삭제답글  신고
순수국산을 해외 시장에 개척하는 모습이 30년 전의 대우 삼성 LG 모습 같기도 하고..
우리 공연을 해외투어에 접목하는 노하우가 엿보이는 좋은 글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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