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6월초에 갔던 축제인데, 이제서야 게으름을 피우다 축제에 대한 리뷰를 올린다.
모방송사에서 힐링에 대한 프로그램이 방영된 후에 치유 및 힐링 등과 연계된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고 있던 차에 마침 가까운 광릉수목원에서 숲문화 축제를 한다고 해서 댓걸음에 다녀왔다.
과거에는 아무때나 입장이 가능했던 광릉수목원이 벌써 사전예약제를 통해 입장객 숫자를 제한한 것도 이미 오랜전 일인데, 광릉수목원도 아주 모처럼 구경할 수 있게 되고, 근처에 이름난 맛집도 적지않아 기대가 품고 숲문화축제에 참여했다.
오후 늦게 도착한 광릉수목원 길은 마침 날도 흐리고 해서 하늘을 푸르른 나무잎으로 가린 그 2차선 길이 제법 운치가 있게 보였다. 함께 간 일행들도 모두 야! 하는 탄성과 함께 서울 근교에서 이렇게 많은 나무, 숲 같은 것이 잘 보전되어 있는 것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포천 방향에서 남양주 방면까지 광릉수목원 2차선 길을 따라 가는 초저녁 드라이브 코스는 호젓한 즐거움을 줄만큼 좋았다.
아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인가.
2일간 진행하는 축제 첫날, 메인무대가 있는 남양주시 봉선사 앞에는 크지 않은 축제임에도 적지않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축제가 시작되기 전 모두 다 몸을 푸는 가벼운 체조... 좀 낯설었지만 첫 행사가 숲체험 행사이기에 미리 몸의 근육을 풀어주고 혈액도 순환시켜 주는 뭐 그런 체조..
이어서 숲을걷는 행사가 바로 시작되었다. 이렇게 숲을 쭉 걷는 행사였던 것이다.
중간 중간 나름대로 포스트를 두고 그림을 그린다던지, 편지를 보낸다던지
오카리나 연주를 듣게 한다든지, 누워서 하늘을 보게한다든지 소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그것은 숲체험과는 크게 어울리지 않는 구색을 맞춘 것으로만 보였다.
잠깐 걷다가 하늘을 보았다.
하늘을 빼곡히 가리고 있는 숲속에서,
도시에서 맛볼 수 있는 상쾌함 자연의 향기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좋았다.
이곳 축제를 가게된 가장 큰 이유는 서울에서 접근성도 좋았으며, 매력적인 숲이라는
컨텐츠를 갖는 축제였기에 그것을 대체 어떻게 풀이하고 연출해서 관람객에게
새로운 축제의 감흥을 전해줄 수 있을까라는 점이었는 데,
좋은 컨텐츠를 가지고, 중간도 못한 축제라는 느낌만 받고 왔다.
물론 예산 지원이 부족했다고 이유를 달 수 있지만, 행사 현장에서 보여줬던 전반적인 운영,
형식적인 행사장 부스, 인근 식당으로 연결되는 먹거리 장터 , 세부적인 프로그램들은
당초 갖고 있었던 축제에 대한 기대치를 한참이나 후퇴시키고,
이것으로 축제는 그만, 남양주와 포천 인근에 더 좋은 곳을 구경하러 발걸음을 돌리게
되었다.
숲속을 무작정 걷게 만드는 행사..이곳까지 와서 등산하러 온 것이 아닌데 아무런 전후 맥락없이
숲속을 걷게 만드는 불친절함과 안이한 축제 마인드
숲속을 걷게해도 여기에는 뭔가 스토리가 입혀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보고,
묵언의 걷기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 참여자들이 숲과 교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남양주시 걷기연맹에서 회원들이 단체로 온 모양인데, 결국 타 지역에서는 참여하기 어려운
지역의 동네 행사로 좋은 컨텐츠를 전락시켰다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