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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나라 순천여행
젊은교주    2012-10-30 죄회수 3,003 추천수 4 덧글수 3  인쇄       스크랩     신고

 

 

친구들 안부를 묻는 중에 같이 단짝처럼 다니던 광양친구 이야기를 해서 소식이 너무 궁금했다.

 

그 자리에서 바로 광양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마침 통화가 되었다.

 

이 친구는 직장을 그만둔 후 광양에서 사업을 크게 하고 있다고 서울에서 간간히 소식을 들었는 데… 직접 목소리를 들으니 반갑기 그지없다.

 

거제에서 조선소에 근무하던 시절 매일 어울려 다니며 같이 지내던 5인방 중에 한 친구다. 당시 전라도 지역에는 산업시설이 없어 호남친구들이 조선소에 많이 있었는 데 입사시기가 비슷한 목포 친구, 광양친구, 서울 친구, 부산친구 둘 이렇게 다섯 명이 3년 동안 거제도를 엄청 헤매고 다녔다.

 

진주에서 하루밤 자고 남해로 가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순천에서 하룻밤 자고 점심에 이 친구를 만나는 걸로 계획을 바꿨다.

 

저녁을 간단히 마치고 시외버스 터미날로 가서 순천 가는 표를 끊었다.

 

시간이 좀 남아 아이폰으로 인터넷을 검색해 순천의 민박집을 검색하니 마침 한옥 민박이 있어 전화로 예약을 했다. 인터넷의 사진으로 보니 기억자형 기와집에 마당도 넓고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던 노년에 살고 싶었던 꿈꾸는 집이다.

 

 

 

차 시간이 좀 남아 야외 파라솔 의자에 앉아 아메리카노를 한잔 시켜 놓고 사이버 친구들에게 문자로 미륵산에 올라 한려수도와 통영의 경치를 보고 느꼈던 생생한 감동을 전했다.

 

버스에 올라 순천으로 출발한다. 날도 어둑해지고 피로도 밀려와 눈을 붙이고 내일의 일정을 차근차근 정리했다. 순천에 도착해 택시를 타고 예약한 민박집에 도착하니 주인이 맞는다.

 

동네에 수퍼 하나 없는 너무나 조용한 동네다. 주인이 가져온 캔 맥주를 한잔씩 마시며 이 동네에 대해 물으니 100여 가구가 있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인데, 주위에 순천만 갈대습지가 있어 순천시에서 보조를 해 하나 둘 한옥으로 개조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 20여 호가 들어 섰는 데, 한옥 민박 촌으로 변하고 있다고 한다.

 

집 대지는 100평 남짓해 보이는 데 땅 값 빼고 25천정도 들었다고 묻지도 않았는데 설명을 한다. 평일에 5만원씩이나 하는 민박요금이 비싼 것에 대해 스스로 변명하느 것처럼 들렸다. 사실 집은 새로 지은 거창한 종가 집 한옥 모양을 갗추었으나  30평도 안 되는 공간에 반을 차지하는 넓은 마루를 제외하고 살림방을 포함해 6개나 방을 두었다.

 

방 내부는 어제 잤던 호텔에 비하면 초라할 정도로 날림 느낌이 나고 TV, 이불은 땟 국물이 흐르고 옷장은 주인이 창고처럼 쓰고 있다.

 

순천시에서는 왜 고객서비스에 대해서는 지도를 안 했을까?

 

마누라 안 모시고 온 것이 천만 다행!!

이런 것으로 트집 잡히면 여행을 망칠 수도 있으니까?

항상 눈에 보이는 것에만 신경 쓰는 것을 보면 아직 좀 더 시간이 흘러야 할 것 같다.

 

조금 일찍 집을 나서 10분정도 차를 타고 순천만 갈대 습지로 들어 갔다. 아침을 먹고 생태공원을 둘러 보려고 식당을 기웃거려도 아직 문을 연 식당이 없어 바로 입구로 가서 생태공원 입구 팻말 아래서 젊은 부부에게 부탁해 인증 사진도 하나 찍었다.

 

입구를 들어서니 천문관이니 생태관이니 하는 현대식 건물도 보이고 잘 꾸민 조경에 조각도 몇 개가 있다.

 

천천히 들어서니 갈대 밭을 누비며 관광하는 열차도 보이고, 갈대 밭 사이 하천을 따라 갈대 숲을 지나는 배도 한 척 보인다.

 

실 순천 갈대 밭은 동쪽 편에 보이는 산의 전망대에 올라 낙조를 보는 것이 환상이라는 데 시간도 아침이고 날씨도 맑지 않아 그냥 천천히 걸어보기로 했다.

 

바람에 울어대는 갈대 소리를 들으며… 

갈대를 친구 삼아 혼자서 천천히 걸으니 나름 호젓한 맛이 있다.

 

갈대는 봄에 잘 베어 주어야 더 잘 자란다고.. 순천만 갈대 습지가 800만평이라는 데 아침부터 일꾼들이 낫을 하나 씩 들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아마 광활한 갈대 밭에 주눅이 들어 오늘 베면 얼마나 남을 까? 한숨도 섞여 있지 않을 까 싶다.

 

시작이 반이라고 처음엔 끝이 어딘 지 망망하다가도 반 이상 베고 힘이 나지 않을 까… 잠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입구의 잘 가꿔진 정원보다 자연 그대로 습지에서 자란 갈대 밭이 운치가 있는 건 사람 손을 안타서 그럴게다.

 

갈대 밭을 지나 전망대가 있는 야산으로 오른다.

 

길은 호젓하게 나있고 소나무도 울창해 걷기에는 더 없이 좋다. 30분을 걸으니 순천만이 한눈에 들어 오면서 풍광이 볼 만하다. 자연스레 생겨난 습지 섬들이 구도를 잘 잡은 그림처럼 균형을 이루며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다.

 

한참을 서서 보다가 추위를 느껴 발을 돌린다.

 

허기도 지고 불어오는 바람에 몸이 시려와 종종 걸음으로 입구로 다시 돌아왔다.

 

입구에서 이 동네 유명하다는 짱둥이탕을 한 그릇시켜 먹었다. 짱둥어를 갈아 넣었는 지 건데기는 안보이고 걸죽한 국물만 있는 데 맛은 별로다. 별식으로 한번 맛보는 정도..

 

갈대 숲 테마를 끝내고 순천 역으로 옮긴다.

순천역에서 광양 친구를 만나 순천에 오면 늘 들르는 대원식당으로 갈 참이다.

 

대원식당은 박대통령이 순천에 오면 항상 들르던 식당이라고 처음 이 집을 소개했던 순천대 교수가 한 말이다. 벌써 네 번째 들르는 셈이다.

 

장흥, 벌교의 바닷가에서 나는 풍부한 해산물과 지리산에는 나는 각종 나물, 버섯을 이 집 주인할머니가 재료를 직접 골라 젓갈도 담그고 짱아지와 나물을 만든다고 한다. 상에 올라 오는 것이 철 마다 다른 데 음식이 제일 맛 있을 때가 제철에 나는 것으로 요리를 해야 한다는 정신을 가지고 있다.

 

순천역에서 정말 반갑게 조우했다. 포옹이라도 할 참이다. 이 친구는 원래 표현이 살가운 친구라… 한참을 손을 잡고 흔들고…

 

점심 먹기엔 좀 이른 시간이라 시청 부근에서  커피전문점을 찾는 데 몇 군데를 둘러봐도 보이지 않는다. 구 의회 건물 바로 앞 길 건너 지하 1층에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이 있다. 들어 가보니 내부도 비교적 깨끗하고 공기도 깔끔한데다 의자도 편안해 보여 오히려 담소를 나누기에는 적당해 보였다.

 

다방 주인 인지, 종업원 인지는 모르지만 40대 초반은 됨직한 예쁘장한 여자가 눈꼬리를 치면서 주문을 받는 데 왠 지 어색해 급하게 생강차를 둘을 시키고 눈길도 안주고 서로 이야기에 몰입했다.

 

이 곳 순천은 1970년 대 낭만이 남아 있는 곳이다.

 

지난 번 이 곳을 방문했을 때도 대원식당에 비치된 라이터가 아닌 6각형 옛날 파고다 성냥 통, 택시기사가 라디오에 흘러 나오는 창(唱) 조의 노래를 흥얼거리는 모습을 보고 바쁘게 돌아가는 서울과는 딴판이라 흥미로웠었다.

 

자기 땅이 포스코에 수용되어 그 돈으로 건설회사를 운영하여 돈 도 좀 벌었었고, 2002년 시의원에 당선되어 정치판에 몸 담았다가 국회의원 “따까리”가 싫어 그 만둔 이야기, 지금은 애들 다 서울 보내고 어머니 모시며 본가를 지키며 건물 임대를 하면서 지역활동과 포스코 협력사 조합의 사무국장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 등 …

 

시간이 되어 대원식당으로 옮겼다. 2명은 원래 주문을 안 받는다고 서울서 특별히 내려 왔으니 자리를 마련 했노라고.

 

팁으로 만원을 주고 잘해달라고 했더니 금방 서비스가 달라진다.

 

순천 농협에서 판매하는 쌀 막걸리가 있어 한 병을 시켰더니 맛이 일품이다. 한 상이 떡 차려져 나오는 데 언제 봐도 정성스런 상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깔끔하고 각 종 곰삭은 젓갈과 나물 들, 일반 식당에서 보기 힘든 생선 들.. 장모가 차려주는 상 딱 그런 느낌이다.

 

3년 삭힌 석화굴젓은 밥에 묻히듯 조금 얹어 입안에 넣으면 혀에 침이 고이면서 발효 음식 특유의 감칠 맛이 난다. 숯불에 바로 구워 나온 양념 낙지는 돼지고기와 함께 제철에 나온 당귀나물과 삼합을 해서 먹으면 당귀의 향과 훈제 맛이 잘 섞여 낙지 씹는 졸깃한 맛과 잘 어울린다.

 

밥을 한 숫갈 떠서 조림 고등어 살에 전어 밤젓을 살짝 얹어 봄에 나온 유채쌈을 싸 먹으면 기가 막힌다. 생멸치조림을 밥과 함께 상추에 싸 먹는 맛과 비슷한데 그 맛이 좀 더 풍부하다. 그 외에도 국물이 흐르는 벌교 꼬막, 방아 잎이 들어간 부추 전,

 

모두 고향의 맛이다.

 

오랜만에 만나니 옛 직장 시절로 돌아간다.

 

홍도에 놀러 가 바위 위에서 망원경으로 멀리 비키니 아가씨를 보다가 아가씨에게 들켜 항의 받았던 이야기, 홍도에서 돌아 오는 길에 송광사에 들러 기막힌 절 분위기에 다들 이런 곳도 있구나 감탄했던 이야기… 거제도 몽돌해변 놀러 갔다가 아침에 코펠에다 바로 앞 선창가에서 갓 잡은 숭어를 사서 매운탕을 끓여 먹었던 이야기, 몽돌 해변에서 동백꽃이 활짝 핀 포장 안된 신작로를 걸으면서 그 당시 통영 학교선생과 연애하던 이야기..  듣고 보니 기억이 나지만 까맣게 잊고 있던 옛날 이야기로 전주 가는 기차를 탈 때까지 젊고 순수했던 시절로 돌아가 한참을 이야기했다.

 

 

태그  순천만,남도여행,순천여행,순천만갈대습지,대원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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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omstick   2012-11-03 11:41 수정삭제답글  신고
대원식당이라는 델 꼭 가보고 싶어지네요..
jssuh   2012-11-01 22:41 수정삭제답글  신고
스토리가 있는 여행..
식도락과 낭만의 추억이 있는 여행이야기..
마음이 포근해 지는 글입니다. 계속 전해 주세요~ 
자오   2012-10-30 23:33 수정삭제답글  신고
남도 밥상이야기에 식욕이...
순천으로 달려가고 싶네요
벌교꼬막보다 더 맛깔스런 글..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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