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거리예술을
선도하고 있는 안산국제거리극축제가 5월 7일 그 막을 내렸다.
이번 축제는
거리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연 실험적인 작품들이 대거 선보임으로써 안산이 명실상부한 거리예술의 메카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지역사회 분위기에 발맞춰 행사
자체가 무산 또는 제한적으로 치러졌던 것과 달리 이번 축제는 아픔을 넘어 새로운 희망을 전하는 진취적 작품들이 크게 늘어 눈길을 끌었다.
시민들이
직접 거리예술에 참여하는 시민참여규모도 역대 최대다. 단순
참여 수준을 벗어나 다양한 퍼포먼스를 직접 선보임으로써 ‘시민 주체 거리예술’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또 축제 기간 불어 닥친 미세먼지 경보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참여 열기는 매우 높았다.
축제는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3일
간 안산문화광장과 안산시 곳곳에서 펼쳐졌다. 안산문화광장을 중심으로 열렸던 여느 때와 달리, 원곡동, 상록수역 일대, 중앙동
일대 등으로 확대함으로써 ‘광장으로 불러모으기’ 방식과 ‘많은 시민이 모이는 곳으로 찾아가기’ 방식을 병행해 보다 많은 시민이
거리예술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3일 간 축제 현장을 찾은 관람객 수는 여느 때와 비슷한 수준의 75만
명으로 집계됐다.
압도적 스케일의 개막작, 여럿이 함께 하는 폐막작
개막작인
창작그룹 노니 <안安寧녕2017>은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이어지는 안산 시민의 삶을 되돌아보고 ‘편안하고 평안하자’는
안부를 건넸다. 시민공연단400여 명, 70여 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5대의 굴삭기, 1대의 크레인과 1대의 사다리차, 짐볼퍼포먼스
등 물적, 인적 규모에서 대규모 스케일로 관객들을 압도했다. 특히
세월호 미수습자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으로, 고공 크레인에 매달린 잠수부가 등장해 미수습자를
찾는 장면을 재현하는 등 미수습자가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 시민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3가지 작품으로 구성된 폐막작인 <같이 걷는 길>은 우리사회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소통과 공감, 화합을 주제로
펼쳐졌다. 고공줄타기인 이탈리아 공연단체 노그래비티포몽스의 <길
위에서>를 시작으로, 예술불꽃 화(花,火)랑&까르나비에의 <길&Passage:새로운
여정>은 화려한 예술 불꽃을 선보였으며, 서울예술대학교
예민회와 예사당, 500여 명의 풍물패들이 펼치는 <대동
연희>는 축제에 모인 시민들을 하나로 묶는 화합의 장을 만들었다.
세계 최고의 프로페셔널리즘과 아마추어리즘과
조화
올해는 시민과
예술가의 콜라보레이션이 특히 돋보인 축제였다.사전워크숍으로 완성한 작품으로는 공식참가작인 비주얼씨어터
꽃의 <마사지사>, 크리에이티브바키&랜터스씨어터의<낯선이웃들>등이 있었고,개막작 역시 네 차례 열린 워크숍으로 완성했다.개막작 창작그룹 노니의<안安寧녕2017>에서 포크레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던 건설 중장비 기사들 6명
역시 사전워크숍을 통해 예술가들과 호흡을 맞추는 등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여 개막식에 등장했다.올해 두
번째 선보인 ‘시민버전2.0’은 안산 시민예술단체 75개 팀이 참여해 축제장을 1시간 동안 환호의 도가니로 만들어내 많은
시민관객들의 호응을 얻어내기도 했다.
안산국제거리극축제국내 거리예술 선도
이번 축제는
이례적으로 개폐막작품에 국내 공연단체의 작품이 올랐다. 이는 국내팀의 예술적 수준이 매우 높아진데다가
거리극 최고의 무대인 안산국제거리극축제 개폐막작에 국내팀에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국내 거리예술 저변을 넓혔다는 평가다. 축제는
국내팀에 지속적인 기회를 제공해 이들이 새롭게 성장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도 중요한 몫으로 봤다. 아울러
국내팀의 경우 시민들과의 동질감이 높기 때문에 거리예술을 통한 교감과 소통이 더 긴밀하게 이루어진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특히 올해 첫 선을 보인 ‘거리예술플랫폼’은
좀 더 많은 거리예술가들이 육성되고 타 거리예술축제로 진출해 나갈 수 있는 기회와 장을 마련해 주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당장 축제만을 치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리예술의 미래를 위해서 위해 씨를 뿌리고 토양을 풍요롭게 다져 나간다는
것 또한 이번 축제의 중요한 의미다.
제작 지원 작품 최대 규모
올해는
축제가 제작 지원한 작품이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개폐막작과 일본 예술가 후지와라치카라의<엔게키퀘스트-안산 속 두 외딴 섬>, 커뮤니티 스페이스 리트머스의 <응옥의 패턴>의 안산리서치 등 작품에 안산이야기를 담은 신작 거리극을대거 선보여 안산 축제만의 정체성과 차별성을 보여줬다.
거리예술의 새로운 진화
일반적으로
거리예술 장르는 무용, 서커스, 마임 등이 있으나, 이번 축제는 산책형 연극, 이동형 공연, 공동체 퍼포먼스 등 실험적 시도로 거리예술의 지형을 넓혔다.이외에도
개막작에서 선보인 건설 중장비 퍼포먼스는 압도적인 스케일로 관객들을 압도했다. 고공줄타기 역시 묘기를 보여주는
차원에서 벗어나 줄 자체가 하나의 현악기로 쓰였으며 5인조 밴드와 콜라보하면서 음악극의 하나로 승화시키는
등 거리극의 다양한 변화 양상을 보여줬다.
지역 기관들과 함께 만든 축제
올해는 지역에
기반을 둔 기관과 기업들이 함께 만들었다는 점에서 더욱 뜻 깊은 축제다. 개막작 건설 중장비를 지원한
다인건설을 비롯, 축제 프레스센터 장소를 제공한 안산중앙신협, 축제
와인을 출시한 그랑꼬또, 그외 안산도시개발㈜, 한국호텔관광전문학교, 한국전력공사 안산지사, 웅진북클럽 등 16개 기관이 참여해 축제를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축제를 총괄한
안산문화재단 강창일 대표는 “이번 축제는 대규모 시민 참여와 함께 여타 거리극축제에서 볼 수 없는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프로그램들을 다양하게 선보임으로써 거리예술의 진화를 선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며 “향후 도시에서 선보이는 문화예술축제의 모범으로 뿌리내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