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만발한 오늘 오후는, 힘든 일상에서 탈출한 게 아니,고 집에 박혀 있다가 갑갑해서 탈출한 날?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감염병이 세상을 놀라게 하고, 세상사람들은 무서워서 밖에 나오지 못하는 2020년의 봄날,
봄꽃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제대로 선사하려는 준비를 다 마쳤더군요. 올해는 특히나 개화시기도 빨랐고 비바람도 안 불어 꽃놀이 하기에는 어느 해보다 좋은 날인데..
그런데 말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Social Distancing 이런 신조어가 나오고
감염병 방지를 위해 사람간의 접촉을 최소화 하는 것이 거의 강압적으로 권장되어 올해는 안양천 제방 벚꽃길을 못 들어오게 완장찬 사람이 막았습니다. 옛날 저수지에서 낚시하는 걸 막아서던 완장찬 아저씨같은 분들이 출입을 막았습니다.
다행히, 반대쪽 뚝방의 벚꽃길은 열려 있어 걸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이 쪽은 상대적으로 늦게 심은 나무가 많은 곳이지요. 동쪽인 영등포구 구로구 금천구 쪽이 좋은 벚꽃길, 금단의 구역이고, 서쪽인 양천구, 광명시쪽이 소규모 꽃길, 뚫린 길이라는 얘깁니다.
바로 우리집 앞입니다. 좀 걸어 보겠습니다.
올핸 이길이 좀 쓸쓸합니다. 벌이가 없어 힘든 나날을 보내는 사람들의 상념의 길입니다.
조팝나무도 꽃이 활짝 피어 봄꽃축제에 가세했습니다.
수선화처럼 히아신스(Hyacinth)도 알뿌리(球根)식물이지요. 히아신스는 특히나 향이 진하여 코를 좀 대다가 왔습니다. 흰색 히아신스가 빨간색 튤립과 어울렸습니다. 튤립도 구근(알뿌리)식물이라서 양천구청에서 이렇게 구근식재를 잘 해 놓았네요.
빨간색 히아신스가 겨울을 보내고 땅을 뚫고 나온 모습이 더 아름다웠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미소년 히아킨토스가 피를 흘리며 죽은 뒤에 피어난 꽃이라네요. 슬픈 이야기를 담고 있어 더욱 애처롭게 쳐다보다가 다시 상념의 벚꽃길을 걸어 표표히 사라지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