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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신축 정월 초열흘 청령포에서 단종의 숨결을
jssuh    2021-02-26 죄회수 2,961 추천수 15 덧글수 9  인쇄       스크랩     신고

어린 임금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

국가명승 제50호, 寧越 淸泠浦는 어린 나이에 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긴 단종의 유배지다.

이 곳을 지날 적마다 역사를 아는 사람은 눈물이 나게 마련이다. 동쪽에서 남으로 그리고 서쪽으로 흐르는 서강이 물줄기를 휘감아 내고 서쪽으로 높은 암벽(육육봉, 六峰)이 있어 배를 타지 않고는 왕래를 할 수 없는 곳이다. 


청령포에 홍수가 나서 노산군이 관풍헌으로 거처를 옮겼을 때 저녁만 되면 누각에 올라 자규시(子規詩)를 읊었는데...  나는 신축년 정월 초열흘에 여기 영월군 남면 광천리, 배를 타고 서강을 건너 가는 1분 동안 자규시를 읊어 본다.

一自寃禽出帝宮   한 마리 원한 맺힌 새가 궁중을 떠난 뒤로

孤身隻影碧山中   외로운 몸 짝 없는 그림자가 푸른 산속을 헤맨다

假面夜夜眠無假   밤이 가고 밤이 와도 잠을 못 이루고 

窮恨年年恨不窮   해가 가고 해가 와도 한은 끝이 없구나

聲斷曉岑殘月白   두견 소리 끊어진 새벽 멧부리에 지새는 달빛만 희고

血流春谷落花紅   피를 뿌린 듯한 봄 골짜기에 지는 꽃만 붉구나

天聾尙未聞哀訴   하늘은 귀머거린가? 애달픈 하소연 어이 듣지 못하는지

何奈愁人耳獨聽   어찌하여 슬픔 많은 이 사람의 귀만 홀로 밝은고?


배에서 내려 땅에 발을 딛자마자 황량함과 함께 슬픔이 몰려 온다.

왜 삼촌은 어린 조카를 궁에서 내쫓아 이런 곳에 보냈을까? 여러 생각이 든다. 

청령포숲은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우수상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모든 소나무에 일련번호가 붙어 있어 꼼꼼하게 관리가 되고 있다.

단종어소(端宗御所)는 승정원일기의 기록에 따라 기와집으로 복원하였다. 

어소에는 당시 단종이 머물던 본채와, 궁녀 및 관노들이 기거하던 행랑채가 있는데, 그 안에 밀납인형으로 당시의 모습을 만들어 놓았다. 어소의 담장 안에 단종유지비각(端宗遺址碑閣)이 자리 잡고 있다. 


단종이 입던 옷이 걸려 있네? 잠자던 이불이 왕실의 침구는 아닌 것 같고.. 책을 봤을 테니 등불은 있었겠지? 이런 저런 상상을 해 보게 된다. 아침마다 무엇을 입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먹을까, 고민도 안했으리라.  



두갈래로 갈라져 600년을 살아 온 소나무가 단종 유배 時의 설화를 간직하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349호로 지정되어 있다. 단종이 유배생활을 할 때 이 소나무에 걸터앉아 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 온다. 소나무가 단종의 슬픈 모습을 보았다 하여 볼 관(觀)자, 때로는 오열하는 소리를 들었다 하여 소리 음(音)자를 써서 관음송(觀音松)이라 불리어 왔다고 한다.

여기는 코로나19가 잠시 막아 놓은 상태라서 올라가 볼 수가 없다. 

대신 옆으로 가서 올라 보기로 한다. 전망대가 보이고 쌩쌩 지나가는 차들도 보인다.

 망향탑(望鄕塔)은 청령포 서쪽 절벽인 육육봉(六六峰)과 魯山臺) 사이에 있는 돌탑으로 어린 단종이 이 곳에 올라 한양(漢陽 서울) 땅을 그리며 돌을 쌓아 올린 것이다. 당시의 애절했던 단종의 마음을 헤아려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단종대왕이 유배생활을 할 때 자신의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근심 속에서도 한양에 두고 온 왕비 송씨(정순왕후)를 생각하며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막돌을 주워 쌓아 올렸다는 탑으로 단종이 남긴 유일한 유적이다.

혈육보다 무서운 정치권력의 매정함을 느끼며, 작은 봉우리를 내려왔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순서대로 중시하는 인간 사회가, 언제쯤에나 문화, 사회, 경제, 정치의 순으로 우선시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나는 청령포(淸泠浦)에서 표표(漂漂)히 그리고 표표(飄飄)히 사라졌다.


태그  영월청령포,단종애사,관음송,육육봉,망향탑,정순왕후송씨,단종어소,노산군,솔치고개,홍위,단종유지비각,자규시,영월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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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따구따   2021-02-28 12:19 수정삭제답글  신고
참 아름다운 곳인데 단종의 이야기를 들으면 서글퍼지네요. 더구나 겨울이라 그런지 더 적막하고 쓸쓸함이 감도네요.
festa34   2021-02-27 19:47 수정삭제답글  신고
역사에서 배우는 게 많아요. 지금 정치인들도 배웠으면 좋겠어요. 권력의 단맛을 보려고 혈육도 .. ??
Evergreener   2021-02-27 11:23 수정삭제답글  신고
영월은 참 가볼 데가 많군요. 청령포 장릉 한반도지형 별마로천문대 섶다리 고씨동굴 김삿갓00..
영월엔 축제도~ 동강축제 사진제 김삿갓문화제 뗏목축제 단종문화제..
갈채380   2021-02-27 10:23 수정삭제답글  신고
공순원 주막에서 아침 일찍 출발한 단종의 유배 행렬은 험준한 군등치를 넘고 다시 굽이굽이 산길을 돌아 배일치에 힘겹게 올랐다. 배일치 고갯마루에 이른 단종은 자신을 위해 죽어간 사육신을 떠올리며 궁궐이 있는 서쪽을 향해 고마운 마음으로 큰절을 했다. 지금 배일치 고갯마루에는 절을 하는 단종의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배일치를 넘고 물길을 돌아 도착한 곳이 청령포다. 서울에서 이곳까지 오는 데 이레가 걸렸다.
[네이버 지식백과] 슬픈 역사가 강물 따라 흐르는 땅 "영월 단종 유배지"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한국관광공사)

알툴즈   2021-02-27 10:17 수정삭제답글  신고
영월은 옛날 산골 오지 중의 오지.. 단종유배지가 되며 역사의 현장이라는 콘텐츠가 생겨 관광지가 되어 갑니다. 청령포에서 두달 기거한 단종이 관풍헌에서 사약을 받아 승하하시고 장릉에 묻혀 영원히 잠들 때까지 영월 곳곳에 슬픈 이야기가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영월 단종임금 국장행렬 언제 하나요? 다시 또 가고 싶어지네요.
jssuh   2021-02-26 21:33 수정삭제답글  신고
역사 공부할 때 생몰년도 알면 도움이 많이 됩니다.  연도를 외워야 합니다.
세종1397-1450  문종1414-1452 세조 1417-1468  단종1441-1457 세종대왕(丁丑소띠)은 문종을 열여덟에 낳았고, 문종은 스물여덟에 단종을 낳았고, 문종의 형 세조(수양대군)는 문종보다 세 살 더 많은 정유년생(닭띠), 단종은 세조의 띠띠동갑 24살 아래 조카입니다. 단종도 닭띠라는.. 단종은 열두살에 왕이 되었다가 열일곱에 사약을 받아 죽지요.황보인 김종서도 알아야 하고, 지금 남양주市 사릉(思陵)이 묻혀 있는 단종의 짝꿍 정순왕후 송씨(定順王后宋氏)도 알아야 하고 (왕후는 지아비 죽은 후에 65년을 홀로 어떻게 살았을까) 歷史는 흐른다. 지금도~
서리태   2021-02-26 20:39 수정삭제답글  신고
어린 단종이 왕이 되자 숙부인 세조로 부터 사약을 받기까지 궁중비화를 상상해 보세요~ ㅠㅠ 오죽하면 백성들이 세조와 함께한 신숙주를 싫어해 숙주나물이란 말도 만들어냈을까요? v_v
순실   2021-02-26 20:30 수정삭제답글  신고
끝맺음말이 맘에 듭니다 정치보다 경제, 경제보다 사회, 사회보다 문화가 중요하거늘^^
오브리   2021-02-26 19:51 수정삭제답글  신고
여기 가 본 적 있어요..애들하고 제천,영월 답사때.
지금 다시 생각해도 마음이 무척 아프네요.
단종애사.
영월엔 매년 단종의 장례를 재현하며 넋을 달래는 뜻 깊은 행사도 있다고 들었어요.
코로나 짐잠해지면 꼭 다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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