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이연 기자> 2021. 06. 01.
유월의 첫날 망우묘지공원을 찾았다.
오늘은 특별히 문화재청의 <忘憂 힐링산책>이란 이름의 생생문화재 프로그램으로 이 곳을 찾게 되었다.
망우묘지공원은 문화재로 지정된 두 묘소가 있다. 한용운 묘소와 독립유공자 묘역이다.
망우묘지공원은 서울시 중랑구와 구리시 교문동에 자리 잡은 망우산 공원묘지인다. 일제강점기인 1933년부터 조성되었고 우리에겐 망우리공동묘지로 익숙해져 있는 곳이다.
유명인사 23인이 묻혀 있다. 승려이자 독립운동가인 萬海 한용운, 어린이날을 만든 사회운동가인 小波 방정환, 삼일만세운동 33인 중 葦滄 오세창, 그리고 화가 이중섭.. 이런 분들이 묻혀 있는 명소이며 뜻깊은 곳이다.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 가수 차중락, 목마와 숙녀 세월이 가면 박인환 시인.. 이런 분들도 모셔져 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의 시작부터 숙연해지게 하는 <유관순열사 분묘 합장 표지비> 앞에서 전문해설사 김형기(女) 님의 흥미진진 애국역사 강의는 시작된다.
지루하지 않게 그리고 가볍지 않게 우리의 근대사를 이야기 해주는 해설사의 입담에 뭉클함과 뿌듯함이 교차되어 간다. *참고로 김형기 해설사의 용산기지주변워킹투어도 인기가 좋다고 한다.
경성부의 택지보급을 이유로 이태원 공동묘지를 없애고 1933년부터 이 곳 망우리에 조성되어 오던 묘지는 1973년까지 유해가 안장되고, 그 이후는 숲으로 변모하며 이제는 시민 산책 공원이 되었다.
망우(忘憂)라는 네이밍이 특이하다. 태조 이성계는 경복궁에 집무실을 정하고 좌종묘 우사직을 설치한 뒤, 현재 동구릉 자리에 선왕들의 능지를 정하는 날 답사를 오게 된다. 사실은 선왕의 능지가 아니라 자신의 사후 능지로 적합하다는 무학대사의 뜻을 받는다. 그리고 이 고개를 넘어 한양으로 돌아가며 이제 근심을 잊게되었다는 말을 한다. 그러면서 잊을 망(忘)과 근심할 우(憂), 망우라 명명하였다고 한다.
망우산, 문화의 숲길 산책이라 쓰고, 망우묘역 이야기 + 독립운동가 이야기 + 음악 + 풍경이 어우러진 탐방프로그램이라고 부른다.
주차장(집결)- 유관순 합장표지(해설) - 길목에서 (바이올린) - 지석영 묘소 (스토리텔링) - 방정환 묘소 (바이올린 첼로) - 한용운 묘소 (승무 시낭송) - 문일평 오세창 묘 (해설) - 정자 (바이올린1 바이올린2 첼로 기타) 의 순으로 문화와 역사의 학습곡선을 그려 나갔다.
코로나 시대에 지석영(1855-1935)선생님이 그리워진다. 살아 계셨으면 백신을 세계최초로 개발해 내셨을텐데.. 그리고 그 분의 종두법 개발 뒷이야기와 우두 맞던 추억 등을 여기서 듣게 된다. 참 좋은 프로그램이다. 가다가 해설 듣다가 걷다가 음악 듣다가, 이 만한 힐링형 문화향유와 역사공부 시간을 가지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볼 것 없는 묘역에 예술을 입히고 이야기를 입히고, 볼 것도 만들어 주는 문화재활용 사례이다.
숲과 어울리는 현악 연주, 역사이야기, 그리고 한강의 경관이 어우러지는데..
소파방정환의 묘 앞에서 동요를 봄의 노래들로, 어린이 노래를 바이올린과
첼로로, 추억 속의 동심을 다시금 싹트게 해준다.
등록문화재 제519호 한용운 묘소.
한용운(1879~1944)은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가, 승려, 시인이다.
조지훈의 시 <승무>와 한용운의 시 <님의 침묵>을 만나 본다.
승무 / 조지훈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
그리고 춤 공연, 승무를 보았다.
님의 침묵 /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야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참어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든 옛 맹서는 차디찬 띠끌이 되야서, 한숨의 미풍에 날어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쓰"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指針)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러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골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얏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이런 긴 시를 다 외워서 낭랑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김형기 해설사님을 존경하게 된다.
그리고 詩語 몇 개가 머리 속에 꽂혀 집에 오는 동안 계속 되뇌이게 된다.
쇼스타코비치의왈츠#2를 시작으로 봄의 세레나데 시월의 어느 멋진날에, 걱정말아요 그대, 히코 티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까지 귀에 익숙한 곡들이 아름다운 선율로 다시 탄생하며 잠든 독립유공자 선열들을 즐겁게 해 드린다.
이 보다 좋은 참배가 없으리라, 이보다 숙연한 문화재 기행도 없으리라 느끼게 된 뒤에 망우산을 내려 간다.
그리고 너무나 행복했다고, 힐링이 되었다고, 옆 사람과 얘기하며 입소문 듣고 인터넷 신청해 왔는데 또 오고 싶다고 다짐을 해 본다.
<화통콘서트>로 이미 문화역량을 인정 받은 문화예술 감성단체 <여민(與民)>이 진행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