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지문
하늘과 땅이 있는 곳에 꽃이 피는 것과 같이 인류의 역사가 있는 곳에 문화의 꽃이 피는 것은 아름다운 우주의 섭리가 아닐 수 없다.
예술은 문화의 또 한겹 그윽한 꽃이요, 예술이 없는 세기에는 향기와 참다운 인간 정신의 결실이 없는 것이다.
한 때 예술이란 권력자를 위하여 궁정속의 비원에 피는 꽃인 줄만 알았으나 온전한 예술이란 사람의 목숨과 같이 영원히 자유롭고 대중적인 것이다.
기름지고 오오랜 땅 위에 커다란 꽃송이가 피어나듯이 힘차고 참다운 마음 위에서만 위대한 예술은 꽃피는 것이다.
포학의 모진 겨울에서 해방된 우리 겨레의 목숨위에 그 깊숙한 서라벌의 예술적 피는 바야흐로 꿈틀거리며 새로운 백화난만을 설계하고 있다.
여기 독립된 1주년을 기리 아로 새기고 엄연하게 되살아난 겨레의 아우성과 마음의 노래와 그 꽃의 일대 성전을 사도 진주에 이룩하여 젊은 전 영남의 정신으로 개천의 제단앞에 삼가히 받들기를 뜻하는 바이다.
〔단기 4282년(1949년) 제1회 창제 취지문〕
□ 제2의 창제 취지문
아득한 옛날부터 우리 겨레는 시월에 하늘 굿을 올리고 노래와 춤으로 신명을 풀어 왔으나 포학의 사슬은 굿판을 덮고 겨레의 신명을 앗아 갔다. 그러나 물이 흐르고 꽃이 피듯이 겨레는 죽지 않고 살아 광복의 깃발로 나라와 신명을 찾아다 제자리에 앉혔다. 우리는 한 핏줄 하나의 말씨 하나로 사는 터전을 지켜 내느라 온 진주성민이 목숨을 던져 불꽃을 이룬 임진·계사년 저 장엄한 역사의 힘으로 여기 사도 진주에 시월과 겨레와 신명의 제단을 열고 단군성조에게 예술 문화의 꽃과 향기를 바쳐 올리기 비롯했다.
우리는 이 제전이 반세기를 뛰어넘은 이제 ‘지나간 밤’의 끝에서 머물렀던 광복의 깃발과 아우성과 감격의 어우러짐이라는 시대적 난장을 접을 때가 왔음을 선언한다.
우리는 분리된 겨레가 분리된 채로 있으면서 예술과 문화의 꽃을 온전히 피워낸다는 것이 어렵다는데 유의하고 나라에서 처음인 이제전이 통일의 제전, 겨레의 난장으로 거듭나도록 지혜와 힘을 모아 갈 것을 다짐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 제전을, 기능주의와 소재주의로 이름만 올리는 축제가 아니라 역사의 한복판에서 순정한 겨레의 일체 염원을 올리는 한 장의 소지(燒紙)와 같은 불사름이 되도록 이끌어 가고자 한다. 참으로 예술 문화는 통일로 가는 에너지이고 겨레를 지키는 아름다운 지렛대이다. 이를 확인하고 이루고자 하는 소망은 ‘개천예술제’라는 이름이 담아서 반세기를 지나왔다. 실로 겨레의 천품이 살아나고 겨레가 하나로 교감하는 새로운 세기의 실천적인 제전을 이룩하고자 시민과 예술인들이 다시 창제하는 마음으로 삼가 제단 앞에 엎드리는 바이다.
[2004년 제54회 개천예술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