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막걸리 축제
대한민국막걸리축제가 어느덧 17회를 맞이했습니다. 젊은이에게 막걸리 맛을 한 번 보여주자는 소박한 희망을 갖고 출발했는데, 이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술 축제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12년을 정점으로 막걸리 시장수요는 하강곡선을 그리며 좀처럼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고, 넘쳐나는 재고미로 인해 쌀값도 곤두박질하고 있습니다.
농민의 소득보전을 위해 쌀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필요합니다. 막걸리수요 증대는 재고미를 줄이고 쌀값을 안정시킬 수 있는 좋은 방책입니다. 우리는 이미 지역축제의 범위를 넘어서 막걸리 브랜드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막걸리 품질과 생산성 향상을 넘어 세계인을 사로잡을 마케팅 전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다시 한 번 이번축제를 계기로 막걸리 시장이 재도약하는 기회를 마련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하우스 맥주처럼 이제 소규모 음식점에서도 막걸리를 직접 빚어 판매할 수 있게 되면서 보다 다양한 품질의 막걸리를 마실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서양인이 식사 때 와인을 함께 하듯이 한식을 먹을 때는 당연히 막걸리를 곁들이는 음식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하겠습니다. 쌀 소비도 촉진하여 농민의 소득도 높이고, 비싼 양주 수입하느라 쓰는 외화 낭비도 줄이고, 건강에도 좋은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으니 안 될 일이 없습니다.
막걸리의 대표적 주산지도 아닌데 왜 ‘고양시’인가라는 질문도 있습니다. 각지에서 막걸리 축제가 열리고 있지만 대개 그 지역 대표 브랜드 막걸리를 가지고 이벤트를 결합한 축제에 그치고 있습니다. 고양시에서 열리는 이 축제는 팔도의 대표막걸리 100여 종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 품평을 하며 다양한 맛을 즐긴다는데 특징이 있습니다. 이렇게 각 지역막걸리를 한 자리에 모아놓으니 감히 ‘대한민국’이라는 큰 용어를 붙일만합니다.
본 축제가 고양시에서 열리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고양시는 한반도에서가장 오래된 5천 년 전 재배볍씨 ‘가와지볍씨’가 발견된 곳입니다. 채취 수렵시대에서 농업혁명을 연 문명의 발상지입니다. 이러한 문명의 새 출발을 연 이곳 문화공원에서 쌀로 빚은 막걸리축제를 연다는 것은 뜻 깊은 일입니다. 막걸리는 농사철에 힘을 돋우는 노동주였으며, 축제 때 함께 즐기는 나눔의 술입니다. 막걸리는 이렇듯 함께 ‘어울림’과 수확에 대한 ‘감사’의 의미가 담긴 술입니다. 고운 분들이나 미운 분들이나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신명나는 대동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가와지 볍씨가 새 문명을 열었듯 막걸리에 담긴 조화와 융합의 정신으로 통일의 관문 고양시에서 평화통일의 길을 열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