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통설로는 설명되지 못한 많은 이슈가 우리 고대사에 있었다. 동이족과 동북아 문명, 남방계의 역할, 三조선의 모습과 변천, 신라 김씨왕조의 흉노기원설, 부여족 남하의 이유, 백제의 요서 및 대륙진출설과 倭의 역할, 고구려의 북경진출과 초원진출설, 신라와 여진족과의 관계, 통일신라와 발해의 갑작스런 멸망 등이 그것으로, 모두 단편적인 논쟁으로 진행되던 사안들이다. 여기에 일본천황 백제기원설, 임나일본부설 등은 한일 양국 간에 감정 섞인 사안으로까지 발전되었었다. 때문에 동북아 각국의 고대사는 오늘날 우리에게 선택의 지혜를 던져주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은 위와 같은 이슈들이 통사에 담길 수 있도록 잊어버린 두 개의 고리(眞, 倭)를 복원하려 했다. 복원과정에서 필자는 여러 방법을 동원했는데, 동아시아 강역도에 대한 선입관을 불식하기 위해 정적도법의 지도를 뒤집어 사용하였고, 동아시아의 지리적 특성과 생활권역의 연관성에 착안하여 BC1세기에 사마천이 史記에 적용한 동아시아 지리적 인식의 틀에 의문을 제기하였으며 20세기 우리의 역사에 대한 대화의 틀(민족자존)을 해체하는 모험을 하였다.
1장. 동아시아 시원시대
2장. 동이족과 동북아 고대문명 [BC3,000여 년 - BC9세기]
3장. 생활권의 분화와 패권경쟁의 시대 [BC9세기-BC3세기]
이 책은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 우리 고대사의 흐름을 재구성하였다. 한만(韓滿/한반도와 만주) 지역에 남방계와 북방계가 유입된 후 형성된 동이족이 요녕지역에 청동기 문명을 탄생시키고 대륙으로 확산하는 과정과, 사마천의 史記가 기술될 때까지 (古)조선과 周나라가 분열과 재탄생으로 가는 전쟁 시기 그리고 동이족과 그 갈래 사람들이 한만지역에 몰려들어 열국들이 성장하는 시기를 전반부에 그렸다. 특히 조선의 부분이었던 만주의 부여가 AD3세기 중원의 魏를 포위하고자 요동의 공손씨 세력과 양자강 이남의 吳나라와 손잡고 한반도와 일본열도로 남하하여 범부여권을 형성하는 모습에 주목하였다.
여기에 고구려가 서해로 진출하기 위해 압록강 양안 지역을 점령하면서 범부여권이 분리되자 고구려권과 백제권(부여권)이 치열하게 대립하였고, 이 과정에서 철기 산지 가야권의 동향과 대륙 회수(淮水) 이북에 16국이 난립하던 국제 상황과 맞물려 고구려가 초원대국으로, 백제가 해양대국으로 팽창하고 신라가 자강해 나가는 모습을 중반부에 묘사했다.
韓滿에 형성된 삼국 간 경쟁관계를 포함하여 다극체제를 이루고 있던 동아시아에 隋, 唐이라는 대륙정권이 들어서면서 벌어진 패권주의적 침략 과정과 이를 축출하는 과정이 후반부에 묘사되었다. 돌궐이 초원에서 쫓겨났고 남월(베트남), 백제, 고구려가 차례로 唐에 의해 멸망되었지만 티베트와 신라만이 동아시아에서 간신히 국체를 보존, 和戰 양면전략을 구사하면서 唐과 세력균형을 이루었다. 이 과정에서 신라는 唐의 도호부/도독부로부터 기미(羈?)통치를 받고 있던 고구려ㆍ백제 유민들과 힘을 합해 唐세력을 한반도에서 축출하여 삼국지역을 통일하였다. 당에 의해 멸망한 고구려의 유산은 몽골과 발해로, 백제의 유산은 일본열도로 유입, 재탄생하였고 750년대에 신라와 발해가 국경을 접하면서 오늘날에도 낯익은 국제관계가 정착된다.
중국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3개의 역사공정(동북공정, 서북공정, 서남공정)이 BC1세기 사마천이 사기를 저술할 때 동원한 고대사 인식의 틀을 답습한 결과로 보고, 이에 대응하고자 필자는 고대사에서 우리가 잊어버린 고리를 찾아 엮어 燕ㆍ齊ㆍ吳ㆍ越과 고조선과의 관계를 재정립하였고 漢ㆍ隋ㆍ唐이 갖고 있던 패권주의적 속성과 고구려ㆍ신라(東)가 티베트(西)ㆍ베트남(南)ㆍ돌궐(北)과 갖고 있던 역사적 숙명관계를 나타냈다.
한반도는 유라시아 대륙의 일원이면서 동시에 동/남지나해로 연결된 해양국가로 기능해 왔었다. 이 책에서 재정리된 우리 고대사는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란 새로운 세계를 앞두고 근래 한반도 국제정세 속에서 무엇인가를 지혜롭게 “선택”해야 할 우리에게 훌륭한 역사 참고서 마냥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 홍순만 (58년생)
강릉고,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한국IBM, 컴팩코리아
한국싸이베이스 사장,
하나로텔레콤 부사장,
(주)사이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