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를 이용해 만든 종이 물건에 얽힌 이야기를 담은『이야기가 있는 종이 박물관』. 이 책은 오래되고 진귀한 종이 한지로 만든 세간살이 50개에 숨겨진 이야기와 옛 선조들의 풍류를 함께 들려준다.
새악시의 꽃가마에 실려 갔다 온 안동 노마님 댁의 종이 요강에서부터 먼길 떠나는 지아비의 손톱을 고이 모셔두었던 과거상자와 객지 남편이 고향의 아내를 그리워하며 짠 눈물의 종이 신 등 수십 년간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우리 고유의 종이 세간을 모으고 한지 재현과 보급에 힘써온 종이연구가의 생생하고 멋들어진 이야기와 사진작가 김중만의 아름다운 사진이 함께 어우러졌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저자소개
김경
종이연구가 김경
1924년 출생. 1965년 안동에 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종이로 짠 요강을 발견하면서부터 종이수집가의 길로 들어섰다. 조선시대의 얼마 안 남은 종이 공예품을 사 모으기 위해 전국 어디라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갔다.
작은 소품에서부터 묵직한 세간에 이르기까지 총 130여 점의 종이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종이와의 만남은 그의 인생까지 바꾸었다. 틈틈이 한지 공부에 골몰하여 그 스스로 신라 최고의 종이인 ‘잠견지’와 ‘옥춘지’를 복원하였으며 최근에는 ‘고려지’를 복원하는 데 성공하였다. 1977년에 한매재라는 종이연구회를 설립하여 후학 양성에 힘쓰며 활발한 전시회를 가졌다. 수집해온 종이 유물은 1986년 공간갤러리 전시를 통해 세상에 첫 선을 보였고, 이후 88올림픽을 계기로 일본 동경 시즈오카 후지미술관에서 한국의 종이 유물전을 열어 우리 종이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렸다. 그 외 개인작품전으로는 1993년 서호화랑에서 열린 한지예술전이 로이터 통신을 통해 전 세계 180여 개국에 알려졌고, 이로 인해 1995년 프랑스 파리에서 종이 의상 초대전, 96년 베를린 종이예술전, 97년 하와이대 종이예술전, 99년 일본 긴자 유겐갤러리 초대전 등 총 10여 회의 개인 및 그룹 전시회를 열 수 있었다.
국내외 종이예술계에서 김경은 잠견지 아트 분야의 개척자로 인정 받고 있지만 그는 한사코 예술가라는 호칭을 사양한다. 그저 반평생 종이를 열심히 공부했으며 더불어 신나게 놀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의 종이놀이는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선생 인생에서‘종이’란 뭔가”묻자 김경씨는 정교한 종이 손가방을 펼쳐 보이며“종이가 종이지 뭐냐. 별걸 다 묻는다”며 무심하게 답했다. 오른쪽 사진은 김경씨의 인생을 바꾼 종이 요강. 1965년 경북 안동에서 구한 것으로, 300년 넘은 것이다. /제주=이종현 객원기자 grapher@chosun.com (사진 조선일보 2012.9.22. 기사)
시작하는 글 _ 얘들아, 나들이 가자꾸나
하나_ 부끄러운 새색시가 좔좔좔 소피 누는 소리
둘_ 선비의 도포자락에 숨은 세숫대야
셋_ 산도 깊고 밤도 깊고 나그네의 시름도 깊어 가는데
넷_ 산마루에 떠도는 무심한 구름
다섯_ 허리품에 매달린 선비의 필낭
김경의 한지인생 1 한국의 종이세간
여섯_ 접어도 접어도 다 숨기지 못할 소녀의 비밀주머니
일곱_ 좋은 친구와 함께한 여행
여덟_ 가늘고 섬세하게 춤추는 글자들
아홉_ 지혜야 샘솟아라
김경의 한지인생 2 한지, 물 머금은 종이
열_ 빗접상자를 얻으면 미녀가 온다네
열하나_ 선비의 얌전한 갓 상자
열둘_ 사람향기가 풀풀 나서 좋구나
열셋_ 분명한 세상을 헷갈리게 하라
김경의 한지인생 3 한지로 옷감 만들기
열넷_ 괜한 인연은 아닌걸
열다섯_ 글 읽는 선비의 밤을 밝혀준 등경걸이
열여섯_ 할일 없는 선비가 시간을 보내는 법
김경의 한지인생 4 고려지를 재현하다
열일곱_ 노엮개로 캔버스를 만들어 호랑이를 그리다
열여덟_ 사이좋게 백년해로하여라
열아홉_ 여행자의 작은 버섯술잔
김경의 한지인생 5 종이 옷을 입은 여인들
스물_ 종이 바람 둘러메고 떠도는 인생
스물하나_ 세간을 팔아야 밥 한 끼 먹지요
스물둘_ 빼앗아온 보물상자
스물셋_ 서방님 손톱발톱 가지런히 담아두니
스물넷_ 죽을 때가 가까워야 팔 수 있답니다
스물다섯_ 설마 돌려달라고 하지는 않겠지
김경의 한지인생 7 종이 작품들의 세상구경
스물여섯_ 달력, 우주의 진리를 고민하다
스물일곱_ 하늘의 지도를 따라서
마치는 글_ 종이와 더불어, 나는 섬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