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기획자들의 필독서 <공연예술의 경제적 딜레마>
공연예술의 흥행, 왜 어려운가?
16세기 후반에서 17세기 초반에 시작된 공연산업은 매우 오랜 산업적 성격을 갖고 있다. 영국 르네상스 시대의 연극산업이나 1620년대에 시작된 일본의 가부키 산업, 1600년대 중반에 시작된 이탈리아 오페라 산업등은 모두가 경제적으로 매우 큰 어려움을 겪었다. 가부키의 경우는 지금의 물가로 환산하면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거대한 빚을 안고 흥행을 해 왔다. 그들의 흥행의 방식이나 심지어 실패의 방식이 매우 유사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공연시장이 300~400년전의 과거의 사례를 답습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많은 공연기획사들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고, 순수연극은 공적 지원이 없으면 제작하기조차 어렵다고 한다. 가장 큰 원인은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 즉 시장실패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우리 사회가 공연의 경제성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잘못된 담론에 의해 공연이 과잉공급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연의 시장실패는 사회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그러나 공연산업은 이런 사회적이고 외부적인 요인 이외에 보다 근본적이고 내재적인 어려움이 있다. 공연예술은 영화나 텔레비전과 같은 기술적 매체들이 갖는 생산과 소비의 유연성을 갖지 못한다. 그래서 문화산업 학자들은 영화나 텔레비전, 게임산업등의 문화산업을 핵심산업으로 분류하고 공연산업은 주변산업으로 분류한다. 테크놀로지를 활용하는 대부분의 문화산업의 특성은 높은 생산비와 낮은 재생산비로 요약된다. 그러나 공연산업은 높은 생산비와 높은 재생산비가 소요된다. 규모의 경제를 발휘할 수가 없는 것이다. 공연산업은 또한 많은 매몰비용과 거래비용이 발생한다. 그리고 공연산업은 매우 투기적인 산업에 속한다. 대박을 터뜨릴 것같은 한탕주의적 속성이 작용하는 것이다. 또한 공연산업은 낭비산업이다. 재공연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수많은 인적 물적 자원이 사라진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공연예술은 수공업이다. 기술적 매체와는 생산성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공연산업은 소비의 측면에서도 다른 기술적 매체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제약을 안고 있다. 그것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동시에 같은 공간에 ‘현전’해야 한다는 현전성 때문이다. 현전성은 현장에 사람이 직접 현전해야 함을 말하는 것으로 이는 생산의 비효율과 소비의 제약을 초래한다.
이 책은 1966년에 발간된 보몰과 보웬의 <공연예술의 경제적 딜레마>와 제목이 똑같다. 보몰과 보웬은 공연예술의 경제적 딜레마를 주로 공연생산에서 발생하는 ‘ 비용의 질병’이라는 개념으로 보았는데 필자는 생산뿐만이 아니라 소비에서도 커다란 비효율이 작동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현전이라는 현상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현전을 공연예술의 존재론적 특성이라고 말한다. 반면 현전은 공연의 아우라의 근원이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동시에 같은 공간에 존재함으로써 발생하는 상호작용은 다른 어떤 예술에서도 볼 수 없는 공연예술의 매력이다. 그래서 필자는 현전을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하는 공연예술의 파르마콘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현전이 공연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측면을 다룬다.
저자: 조복행
전 MBC 미주법인 사장, 전 세명대 교수, 현 하남문화재단 대표이사이다.
저서로『뮤지컬의 상호매체성과 혼종의 미학』(2014)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