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연극만 해서는 살아남기 힘들만치 열악하여 희곡만 쓰는 사람이 드뭅니다.
젊은 연극인 권영준은 한 때 극본을 쓰고 그 작품을 연출하는 바쁜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희곡 작품만 쓰는데 집중해야하겠다고 굳게 결심했습니다.
그 이래, 권영준은 출판사 ‘모시는 사람들’에서 희곡집 《에께오모》, 《립笠, 명鳴!》, 《모심에 가시 난 듯》, 《칼이 피다》를 잇달아 펴냈습니다. 그의 희곡 중에는 무대에 올려 연기하기에는 너무 난해한 작품이 있고, 한 배우가 읊기에는 너무 긴 대사의 작품이 있고, 극작가 직접 연출하지 않으면 안 될법한 형식의 작품이 있습니다. 이처럼 집요하게 희곡집을 출판하는 일은 보기 드문 예입니다.
어느 날, 권영준은 동학의 민초를 모티브로 한 희곡집 《모심에 가시난 듯》을 소설로 써보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는 2년의 시간을 들여 《칼이 피다》라는 제목의 이야기를 써냈습니다. 그는 소설가로 한 번 더 변신합니다.
“강한 것이 길게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길게 살아남는 것이 강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인생살이에서 고집스럽게 한 분야만 몰두하면 삶이 불안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10년이 넘고 20년이 넘도록 한 길을 꾸준히 가는 사람은 결국은 자기 세계를 열게 되고 존경을 받게 되는 것을 봅니다. 결국 길게 견디는 힘을 가진 사람이 이긴다는 말입니다.
자기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가지고 고집스럽게 몰입하는 예술가가 많아진다면 이 사회는 더 다양한 문화가 숨 쉬는 사회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