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차쿠차 서울’이라는 이름의 포럼이 있습니다. 어반파자마(Urban Pajama)라는 단체가 주최합니다. 일본말로 페차쿠차(Pecha Kucha)는 짧게 재잘재잘 이야기하는 소리를 말합니다. 2003년 영국출신의 건축가들은 작품을 공유하자는 취지로 도쿄에서 페차쿠차 포럼을 열어 인기를 모았습니다. 그 후 포럼은 런던, 뉴욕, 서울 등 여러 도시로 퍼졌습니다. 젊은 예술가와 디자이너는 포럼에서 자기 작품을 페차쿠차 형식으로 설명하고 교류합니다.
페차쿠차 포럼은 제한된 시간에 재미있고 빠르게 발표하고 설명하는 틀을 정립했습니다. 발표자가 내용을 설명하고 표현할 때 기본적으로 20개의 슬라이드를 제시하고 한 장 당 20초씩 나누어 모두 400초(6분 40초) 만에 끝내는 방식입니다. 20초 동안 설명을 다 못하면 화면은 다음 장으로 넘어가 버리므로 발표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약속한 20초 안에 재잘거리듯 설명을 끝냅니다.
이러한 규칙을 통해 발표자는 글보다는 이미지로 직관적이고 효율적으로 설명하는 방법을 익히게 됩니다. 어떠한 이미지를 선정할 것인가, 어떻게 이미지에 맞는 대본을 구성할 것인가 생각하다 보면 기획력을 탄탄히 다질 수 있습니다.
페차쿠자 행사는 젊은 예술가들의 등용문이 됩니다. 또 서로 다른 분야가 만나 벽을 허무는 소통의 장이 되고 네트워킹을 활발하게 전개하는 파티의 장이 됩니다. 여기서 작가들은 비싼 대관료를 지불하는 갤러리를 빌리지 않고 잡지사 기자를 만나지 않고 쉽게 자기 작품을 보여주며 설명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스토리텔링과 빠른 속도를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입니다. 근엄하면서 뻔한 내용의 설명방식보다 아날로그의 탄탄한 기획과 디지털의 ‘펀(Fun)’한 내용을 살리는 설명방식이 각광받는 시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