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 눅눅한 비닐 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붙었다 떨어진다 / (중략) / 이제는 장판이 난지 내가 장판인지도 몰라 해가 뜨기도 전에 지는 이런 상황은 뭔가(하략)”
(장기하와 얼굴들 ‘싸구려 커피’, 2008년, 장기하 작사·작곡)
이 노래는 ‘장기하와 얼굴들’이 2008년에 데뷔작으로 선보인 ‘싸구려 커피’입니다. 88만원 세대의 삶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노래입니다. 단어 하나하나를 살리는 리듬 감각으로 눅눅한 지하 셋방에 사는 청년 백수의 ‘잉여스러운’ 삶을 그림 그리듯 보여줍니다.
‘잉여(剩餘)’는 인터넷에 최근 1~2년 동안 가장 많이 오르내린 단어입니다. 잉여는 ‘남아돈다’ ‘쓸모없다’는 뜻을 가졌지만 ‘잉여짓’, ‘잉여스럽다’ 등 다양하게 변용되어 쓰입니다. 최근에는 의미가 확대되어 장기 실업상태인 사람, 시간이 남아 쓸데없는 짓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을 가리킵니다.
그런데 잉여문화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국내 인터넷문화를 주도하는 디씨인사이드, 웹툰, UCC, 유튜브 등을 통해 20대의 유희적 감수성과 집단적 창의성이 ‘잉여짓’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입니다.
잉여들은 기존의 사회 시스템에 부합하지 않는 잉여짓의 입지를 구축하면서 사회를 향해 새로운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