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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고택체험과 지트코리아 -지례예술촌장 김원길
TheFestival 기자    2013-03-19 14:18 죄회수  6931 추천수 4 덧글수 3 English Translation Simplified Chinese Translation Japanese Translation French Translation Russian Translation 인쇄  저장  주소복사

 

고택과 지트(gite)

김 원 길 (지례예술촌 대표) 

 

 

 

 

 

우리 나라의 고택은 단순히 오래된 가옥이 아니라 수 백 년 동안 이 나라의 정신적 사표가 되신 위인들의 생가나 그 분들의 직계 종손들이 살아오면서 선조들의 제사를 지내고, 문중을 꾸려온 수 많은 종원들의 정신적 구심체였다.

비록 산업사회로 이행하면서 농촌의 집성촌이 와해되어 종가들이 외로워지고 잘못된 문화재 보호정책으로 빈집들이 되긴 했었지만 뒤늦게나마 그것들이 이 나라의 전통문화를 담아온 그릇이요, 전통교육장이요, 관광자원이라는 자각이 생겨서 2004년부터 정부는 다각적으로 고택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정부가 해 온 고택 살리기의 핵심은 고택으로하여금 숙식업을 하도록 해서 관광수익을 올리는데 치중하고 있다. 그리고 기존 숙식업계의 저항을 막기 위해 ‘한옥체험업’이란 업종을 만들어 숙식업을 양성화 해 주고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약간의 지원금을 주어 단순히 장사만 하는 곳이 아니라 전통문화 교육공간이라는 명분을 주었다.

실제로 이 시스템은 잘만하면 문화재를 지키고, 전통 생활문화도 체험하고, 우리 문화를 선양하고, 관광수익도 올리는 일석사조(一石四鳥)의 절묘한 장치인 것이다. 그래서 많은 관광객을 흡수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아직도 동참하지 않는 고택들이 많이 있는 반면 개방한 고택들은 운영과 관리에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봉제사, 접빈객만 해도 벅찬 늙은 종손 종부가 일손 하나 없이 손수 홍보에, 기획에, 섭외에, 예약에, 청소에, 풀베기에, 난방에, 각종 고장수리에, 마중에, 배웅에, 컴퓨터에, 외국어에, 경리에, 운송까지 해야하니 마치 철인십종경기를 매일 하고 있는 꼴이다. 이렇게까지 힘들면 이것이 5년 후에도 지속이 가능할 것이며 후계자인들 있을 것인가를 염려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고택의 주인들이 이 일에 올인(all in)하고 있는 것은 오직 그렇게 하는 것이 자기 가문의 회복과 직결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해에 맨먼저 고택 명품화 사업에 선정된 안동의 5개 고택이 하나같이 안동댐과 임하댐 건설로 수몰지역에서 이건해 온 집들이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정부의 고택지원정책 성공의 이면에는, 그리고 고택 사람들의 피눈물 나는 노력의 이면에는, 위기에 처한 가문의 재건을 위한 염원과 누구도 꺾지 못하는 긍지가 작용한 때문인 것이다.

그런데 지난 해부터 국회의원 두 사람의 이름으로 진행하고 있는 ‘지트 코리아’ 설립 추진사업은 전혀 고택 주인들의 명예와 긍지를 살려주지 못하는 사업 같아서 이 사업의 성공 여부가 걱정되는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 수용시설 확대를 위해 프랑스의 ‘지트 드 프랑스’ 사업을 도입하는데 우리 나라의 고택도 참여 시킨다는 것이다. 지트(gite)란 불어로 임대별장이란 뜻이지만 어원은 ‘동물의 둥지’, ‘짐승의 소굴’ 이다.

프랑스 농촌의 앙증맞은 시골집은 애칭으로 그렇게 불러 줄 수 있겠지만 그것이 풍기는 뉘앙스와 우리의 고택이 풍기는 뉘앙스는 전혀 맞지 않다.

적어도 문화재 건물은 그 나라의 대표적 건축양식이고 특정 가문의 종택 인 경우 우리가 숭모해 마지않는 역사 속 위인의 사적지(史跡地)인 것이다.

그리고 문화재 고택이 모두 농어촌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있다 해도 고택에서 우선적으로 체험할 것이 따로 있다. 우리가 민족과 국가로부터 엄중히 소명 받아 육성하기로 한 여섯 가지 전통문화 - 한옥, 한복, 한식, 한지, 한글, 한국음악, 그리고 서예 ․ 문인화, 제례와 혼례 등 전통생활문화, 예술문화, 정신문화를 가장 효율적으로 체험하고 전승할 수 있는 곳이 다름 아닌 고택이기 때문이다. 행락 위주의 장소가 아닌 교육과 학습의 장소가 마땅한 것이다.

정책 입안자는 외국 관광객 수용시설 확충이라는 물량적 해소에 조급해 하지 말고 ‘다시 찾는 한국’, ‘자주 찾는 한국’이 되도록 관광의 질을 높이는 연구를 시도해주기 바란다.

아직도 고택에는 편의시설이 태부족이고 관광객은 반도 차지 않고 있다. 프랑스가 ‘지트 드 프랑스’를 성공 시키듯이 우리가 ‘고택 코리아’를 성공 시켜서 훗날 프랑스에 "고택 프랑스‘가 생겨나고 영국에 ’잉글리쉬 고택‘이 생겨나도록 해야겠다. 이것이 우리 문화를 수출하고 선양하는 길이 아닐까?

외국인 관광객 수용시설 확대가 목표라면 기존 고택 옆에 한옥을 늘려 지어도 되도록 법을 고치면 될 것이다. 역사성과 로컬리티가 있는 고택의 인기는 이미 확인된 바이니 그것을 더욱 확장하고 시설을 보완하면 성공은 확실한 것이다.

일본은 ‘료칸(旅館)’이란 이름을 세계화한 반면 우리는 오히려 여관을 ‘모텔’이라 바꾸어 말한다. 우리가 세계화할 수 있는 명칭은 ‘고택’이나 ‘한옥’이어야지 ‘지트’가 아니다. 김치를 외국인이 ‘gimchi’라 부르듯이 고택을 ‘gotaek’이라 부르게 해야 할 것이다. 관광숙박 브랜드로 유명한 예로는 영국의 B&B도 있고 호주의 농가주택(Farm Stay)도 있다. 온 국민이 영어를 배우고 있는 이 나라가 영어권 국가의 브랜드를 도입하지 않고 지방 도서관에 불어사전도 하나 없는 현실에서 하필 프랑스의 지트를, 비싼 로열티를 줘가며 도입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농산어촌을 살리자는 사업 명칭이 왜 외국어라야 하는가? 예전의 ‘관광농원’과 ‘농어촌민박’ 사업이 명칭에 잘못이 있었던 게 아니지 않는가? 그것을 ‘지트 코리아’로 바꾼다고 해서 성공한다는 보장이 있는가?

고택은 외국의 성(城), 장원, 귀족의 저택, 위인의 생가와 비슷한 품격으로 분류할 것이지 농가형 숙박시설로 동일시해선 안된다.

제가 가진 보석을 남이 가진 돌과 같이 여기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 할 것이다. 우리의 문화재 고택을 외국의 문화재 고택과 같은 대접을 해주기 바란다. 파스칼의 생가가 지트가 아니면 퇴계의 생가도 지트가 되어선 안될 것이다. 넬슨의 생가가 지트가 아니면 이순신의 생가도 지트가 되어선 안될 것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 있는 숙박시설을 늘리기 위한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은 유명 고택 가까이에 전통호텔을 지어 상생하게 하는 것이다. 실제로 사찰 중에는 한옥형으로 객실을 증축하여 연수시설로 쓰고 있는 곳도 있으니 참고하면 될 것이다.

태그  지트 코리아,Gites de France,한옥체험,Farm St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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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로2   2013-05-02 14:34 수정삭제답글  신고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 있는 숙박시설을 늘리기 위한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은 유명 고택 가까이에 전통호텔을 지어 상생하게 하는 것이다. -- 이 말에 공감하며..
RabbitGirl   2013-03-19 19:13 수정삭제답글  신고
"고택 드 프랑스"가 생기면 좋겠네요.. 마찬가지로 "지트코리아" 생기면 좋구요 .. 지트 고택 호텔 민박 펜션 모두가 공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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