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은 조상신을 섬긴다.
추석(秋夕)은 음력 8월 15일에 치르는 명절로 설날과 더불어 한국인에게 전통적으로 가장 중요한 명절이다. 가을 추수를 끝내고 햅쌀과 햇과일로 조상들께 감사의 마음으로 차례를 지낸다. 추석에는 일가친척이 고향에 모여 함께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하기 때문에 전 국민의 75%가 고향을 방문한다.
고향이라 불리는 성지순례를 위해 "민족대이동"이 일어나기에 전국의 고속도로는 정체되어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
추석 차례는 유교의 효에서 유래한다. 효의 근본정신은 생명을 주고 극진한 사랑과 은혜를 베풀어준 부모와 조상에 감사하는 것이다. 효는 부모 생시뿐 아니라 사후에도 상례(喪禮)와 제례(祭禮)를 통해 “죽은 이 섬기기를 살아계실 때 섬기듯이 함(중용 19장)”이라는 정신으로 이어진다.
추석 차례는 유교 뿐 아니라 불교 의식에도 뿌리를 두고 있다. 한 솥에 끓인 차(茶)를 부처님께 바치고, 공양드리는 사람과 더불어 마심으로써 부처와 중생이 하나가 된다.
천주교에서도 조상들을 공경하는 추석 차례가 교리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한다. 교황 비오 12세는 1939년에 “제사 의식은 그 나라 민속일 뿐, 교리와는 하등의 관계가 없다.”라는 훈령을 내렸다. 우리나라 천주교는 설과 한가위에 감사송을 곁들인 명절미사를 거행하고 있다.
추석의 소통
추석에는 소통(疏通)이라는 단어가 뉴스에 자주 등장한다.
추석당일인 9월 19일에는 495만 대의 차량이 귀경·귀성 차량과 나들이 차량이 함께 움직이면서 전국 고속도로 곳곳이 정체되어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
9월 22일 대부분의 고속도로 상행선은 정체구간 없이 원활하게 소통되었다.
추석에 소통(疏通)되는 것은?
추석에 소통되는 것은 차량만이 아니다.
추석에도 사람들은 신문, 잡지, 책을 읽거나 방송을 시청하거나, 영화를 관람한다. TV, 신문, 책처럼 미디어를 매개로 의미와 재미를 공유하는 활동이 소통(疏通)이다. 영화 "도둑들"은 1302만의 관객과 소통하면서 2012년 최고 흥행영화로 부상했다.
영화 ‘도둑들’은 9월 18일 추석특집으로 다시 방송되어 13.2%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영화가 상영되고, 방송되는 것이 모두 소통이다. 영상 소통을 위한 콘텐츠는 미리 만들어놓은 메시지가 사용된다. 신문이나 책은 사진, 그림, 도포, 문자로 소통하기에 영상소통보다는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이 덜 복잡하다. 신문, 잡지, 책도 편집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소통되는 콘텐츠가 가공된다.
추석의 대화상
추석이나 설을 맞아 한자리에 모인 가족들은 의례 정치이야기도 나눈다.
올해 추석 대화상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채동욱 검찰총장, 이석기의원의 내란음모, 국정원 댓글사건이 많이 올랐다.
국정원 개혁 문제, 채동욱 검찰총장 사건의 키는 모두 박근혜 대통령이 쥐고 있다.
개성공단 재가동, 이산가족 상봉 취소 등도 박근혜 대통령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박대통령은 공무원 사회를 장악하고 법치를 강조하는 한편 국가안보실장과 국정원장 등 요직에 육군 장성 출신을 기용했다. 어딘지 모르게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을 닮았다.
대통령의 소통
대통령과 국민의 불통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 대통령은 여러 차례 기자회견을 할 뿐만 아니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걸어가면서 질문을 받기도 한다. 일본도 총리 관저에서 매일 기자들이 총리와 5~10분간 질문하고 답변한다.
언론과 접촉하지 않으면서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다고 비판을 받았던 이명박 전 대통령도 당선 이후 110여일동안 일곱 번이나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해마다 신년 기자회견을 가졌고, "TV 국민과의 대화"라는 형식을 통해 국민에게 직접 소통했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5년 동안 150회의 기자회견을 가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소통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인과 식사를 하면서 소통한다. 새누리당 의원들과 청와대에서 식사하는 자리에서, 참석자 중 한 명이 "대통령이 평소 어려운 얘기를 잘 들어주는데도, 외부에선 참모들이 대통령에게 잘 건의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안타깝다"고 말하자 박 대통령은 "(내가) 불통이니, 소통이 안 된다는 건 다 유언비어"라고 답했다. 박근혜 대통령입장에서는 당연한 항변이다.
추석 명절을 맞아 박근혜 대통령은 유튜브 영상메시지를 통해 국민들께 보내는 추석 인사를 했으며, 트위터,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추석인사를 했다. 추석연휴 TV 뉴스에도 자주 등장했다.
“만나서 식사하면 뭐합니까?”
"여당 의원들에게도 이렇게 (창조경제)전도하듯 하는데 어떻게 국민과 소통이 잘 될 수 있겠습니까?"
"박 대통령이 인사 문제가 해소되면서 정국이 안정궤도에 오르자 특유의 자신감으로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면서 여당을 종속변수로 만들고 있어요."
여당 내에서도 청와대가 불통으로 국정을 운영한다는 불만은 계속 제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상대방을 만나 함께 밥을 먹을 뿐이고, 다음 날이면 자신이 원하던 일을 상대의 의견과는 상관없이 강행한다.
소통하는 리더 세종
소통(疏通)은 사람들의 뜻이 막힘없이 통하여 오해가 없는 것이다.
세종은 국정에 반대의견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몸소 실천했다. 숙청해도 그만인 반대파 황희 등을 포용하고 중용했다. 세종은 처음부터 국정을 독식할 마음이 없었다. 즉위 첫마디가 “의논하는 정치를 하겠노라”였다.
세종은 소통하는 리더였다. 일방적인 명령 대신 국가경영의 실제 집행자인 신하들과의 소통을 중시했다. 소통 원활을 위해 판서가 왕에게 직접 보고하는 6조 직계제를 정승들에게 먼저 보고하고 상의하는 의정부서사제로 바꿨다.
한자를 모르는 백성들이 억울하게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배려로 훈민정음을 창제했다.
불통의 시대에 소통의 정치를 실현한 세종은 최근 TV 드라마나 책 속에서 소통의 아이콘으로 뜨고 있다.
세상에 인재를 늘리는 열린 연구소 ·益才疏通硏究阮
텔레커뮤니케이션 연구회(//cafe.naver.com/telecommunicate)·운영자
오익재(ukclab@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