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하동에 북천이라는 면이 있습니다.
이 동네의 지난 달 말 인구는 1,913명이었습니다.
도시의 아파트 한 동의 인구도 안 되는 아주 작은 동네지요.
이 동네에서 2006년부터 코스모스축제를 열었는데
어제 마무리된 올해 축제에 80만명의 인파가 몰렸다고 합니다.
코스모스 축제는 논에 쌀 대신 꽃을 심는 정책의 일환으로 시작했었는데
처음에는 ‘긴가민가’했던 주민들도 이제는 꽃을 심고 키우고 손님을 맞이하는
어엿한 축제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이 마을을 빗대어 저는 ‘쥐구멍에도 볓 들 날이 있다’는 표현을 쓰는데요,
꽃에 미친 분들이 전국에 80만명이나 되네요.
참, 꽃에 미치지 않으신 분도 계신가요?
이번에는 ‘구재봉’에서 본 저녁강을 스케치 해 봤습니다.
굽이치는 섬진강을 보내드립니다.
좋은 한 주간 되세요.
저녁 강
저녁 강에 서면 엄마가 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분홍색 홑이불 깔아 놓으시고 편히 쉬라한다
저녁 강은 내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놓으라 한다
오늘 삶에서 취한 것을 다 내려놓으라 한다
얻었음에 기뻐하지 말라고 한다
잃었음에 슬퍼하지 말라고 한다
오로지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같이 했음에 감사하라 한다
저녁 강은 열기를 식히는 강이다
속도를 낮추는 강이다
비우는 강이며 침묵의 강이다
용서의 강이며 감사의 강이다
저녁 강은 그저 손잡는 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