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벽소령을 종주했습니다.
함양 마천 음정마을에서 하동 화개 삼정마을로 내려오는 코스입니다.
이 길을 소금길이라고도 합니다.
옛날 아직 교통이 좋지 못할 때 섬진강을 타고 올라온 소금이
이곳 벽소령길을 넘어 함양, 산청 등 산간지로 통행했다는 사실에 근거를 합니다.
단풍이 칠부능선까지 점령해 오고 있었습니다.
땀이 범벅이 되고 내려오는 길은 다리가 후들거렸습니다.
옛 우리 선조들이 지개에 소금자루를 지고 올랐을 그 모습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소금냄새가 진동하는 듯했습니다.
우리 선조들이 이 고개를 넘으면서 흘렸을 땀 냄새가 길에 배여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계곡물에는 단풍이 비춰 꼭 물감을 풀어 놓은 듯 했습니다.
이 물이 화개천을 통해 섬진강으로 가면 은어가 마시겠지요?
오늘은 이파리다 다 떨어져 나무본색을 드러내고 있는 미루나무를 소개해 드립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나무입니다.
아무리 보고 또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나무입니다.
미루나무에게
키 큰 너는 알고 있지
네게 소고삐 매어 놓고 친구들과 나눴던 얘기를
매미는 네게서만 노랠 불렀었지
네게서만 해가졌고
네게서만 바람이 놀았고
네게서만 구름이 쉬어갔다
바람 한 점 없는 여름날 방천에서
너의 이파리는 비늘처럼 간들거리며 빛났었다
별을 좋아해 가장 먼저 별을 맞이했고
달을 좋아해 가장 먼저 달에게 손짓했다
옷을 다 벗어 버린 너 반겨주는 이 없어
오늘도 강가 동네 어귀에서 먼 산만 바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