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음력으로 시월보름이군요.
아마 지금쯤 달을 감상하시는 분들도 많겠지요.
어제 밤에는 달이 예사롭지 않아 늦은 밤에 숲길을 잠시 거닐었습니다.
달이 구름사이로 막 질주하더군요.
구름은 마치 사막 같고, 계곡 같고, 강과 같고
달은 비행을 하듯이 그 사막과 계곡과 강을 스쳐지나갔습니다.
아무리 깊은 계곡속에서도 달은 거침없이 빠져나오기를 거듭하고
마치 누군가 기다리고 있는 듯이 구름을 젖히고 또 젖히고 달리더군요.
11월이라서 그를까요?
어제의 밤 달처럼 세월은 이미 많이 달려왔습니다.
하지만 오늘 밤 보름달은 하늘에 못이라도 박힌 듯
멈춰서 있습니다.
멈춰선 달도 운치 있지만
어지럽게 달리는 달도 참 멋있었습니다.
시월의 보름달처럼 밝은 날 되시기 빕니다.
행복을 빌면서...
평사리에서 조문환 드림
첫서리
첫서리가 내렸어요 평사리 무딤이들에요
맨발벗은 까마귀가 발 시려워 종종걸음 걷네요
이제 막 고개를 내 민 보리 싹에 꼭 눈이 내린 것 같아요
까치밥으로 남은 감 하나가 지는 해에 타는 것 같군요
소죽 끓이는 구수한 냄새가 담 넘어 오구요
백년해로 부부소나무 손 꼭 잡는군요
첫서리 내린 늦가을 날 저녁이에요
손 꼭 잡고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