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흔적을 남기려는 듯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이 비 그치면 겨울의 문턱을 넘어가겠지요?
평사리로 이사를 온 후 빗소리가 더 좋아졌습니다.
읍내 아파트에 살 때에는 비가 오는지 잘 알 수 없었지만
이곳 평사리에서는 가는 실비만 내려도 곧 바로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방에 있어도 온 몸으로 비를 맞는 느낌입니다.
뒤뜰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는 마치 잔잔한 음악소리 같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아이에게 엄마가 손으로 토닥토닥 두들겨 주면 이내 잠이 들듯이
가는 빗방울 소리는 영혼의 토닥이는 소리와 같습니다.
여름철 큰 비가 올 때에는 천정을 뚫고 비가 막 쏟아지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바람이 불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붕 환풍기를 타고 바람이 훅~ 지나가면 지붕이 한껏 들려올라갔다 내려오는 느낌입니다.
서리가 내리는 아침에는 온 마당에 하얀 서리가 참 영롱하기도 합니다.
달밤은 더 말할 것 없지요.
창문으로 들어온 달빛이 숨을 멎게 할 때도 있습니다.
실비내리는 늦가을 밤, 저 멀리에서
“찹쌀떡!, 메밀묵!”소리가 낭랑하게 들리는 듯합니다.
오늘은 말을 달리는 듯 하는 평사리의 달을 스케치 해 드립니다.
달, 바람을 가르다
십일월의 보름달이 바람을 가른다
사막을 건너고 강을 가르고 계곡을 뛰어 넘는다
노루가 앞서 달리고 말을 탄 보름달이 박차를 가한다
신작로에서처럼 먼지가 뿌옇다
남해바다가 창일하고
그 위에 뛰노는 섬들
금오산과 삼신봉이, 형제봉과 구재봉이 스쳐지난다
오리온이 손짓하고 카시오페이아가 부른다
은하수 바다에 목욕하고 태양에 몸을 말린다
아 난 혼자였지만 혼자가 아닌 것을
가쁜 숨 몰아쉰다
시월의 보름달이 말을 타고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