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에 독수리가 돌아왔습니다.
해마다 겨울이 되면 시베리아에서 살던 독수리들이 섬진강을 찾아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와 섬진강 백사장을 우두커니 밟고 미동도 없는 섬진강 독수리...
이들을 가까이서 보고 싶었습니다.
망원렌즈를 장착하고 울긋불긋한 옷 대신에 검정색 운동복으로 위장을 했습니다.
오늘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기를 희망하면서....
그러나 봉대마을을 빠져나와 마을회관과 예배당 앞을 가로지르는 전기 줄에
수천마리의 까마귀 떼들이 길을 막고 있었습니다.
인기척에 잠시 놀라 파도가 바람에 깨지듯이 산산이 흩어지더니
이내 다시 전기 줄로 돌아왔습니다.
“그래, 오늘은 독수리 대신 까마귀다”
“오늘 너희들과 함께 놀아주리라”
바람을 따라 물결이 일 듯, 군무를 추는 까마귀 떼들과 함께했습니다.
먹처럼 검은 색 외에는 그 무엇 아무것도 치장하지 않은 까마귀를 보며
까마귀에 대해 괜한 오해를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12월입니다.
아직도 가만히 보면 모퉁이를 돌아선 가을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주는 모퉁이길 돌아서는 가을 배웅해주기 어떠세요?
평안하시길 빕니다.
봉대리 까마귀
검다고 날 욕하지 말아요
검은 내 모습이 이웃까지 검게 하지 않았으니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말도 말아요
내 한 번의 날개 짓으로 배 떨어지지 않으니
날 보고 퇴~ 하고 침 뱉지 말아요
난 겉이 검을 뿐 마음까지 검지 않으니
고향까마귀 반갑다 해 놓고 뒤돌아서서 욕하지 말아요
난 고향을 배반하지도 등지지도 않았으니
그저 따뜻한 남쪽나라 내 고향에서 흙냄새를 맡고 싶을 뿐
내 고향 봉대리의 까마귀 일 뿐이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