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내에 살다가 평사리로 이사 온 지 오늘로 꼭 일 년이 되는 날입니다.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자연과 함께 생활하였다는 것입니다.
좋은 이웃들을 만났다는 것은 좋은 자연 이상의 선물이었습니다.
저의 이웃에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일곱 세대가 흩어져 살고 있습니다.
모두들 하동 땅 평사리가 좋아서 전국에서 찾아든 분들이지요.
이분들이 오늘 모여 골목 청소도 하고 또 차량통행을 방해하는 나뭇가지도 치고
오랜만에 함께 단합행사를 했었습니다.
일을 마친 후 저희 집에서 간단한 저녁을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집집마다 택호가 있는데요,
백악관, 청와대, 명상원, 달채, 양지집, 버섯집, 갤러리로 각각 불리고 있습니다.
물론 백악관과 청와대는 집이 하얗고 지붕이 파랗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고요,
달채는 집터가 달처럼 생겼다는 뜻이고 양지집은 양지가 바르다는 뜻입니다.
저의 집은 갤러리로 통하는데 믿거나 말거나 갤러리처럼 생겼다나요? ㅎㅎ
며칠 전부터 동네이름을 서로 고민하기 시작했는데
결국 “달빛향기로운 마을”, 일명 “달향마을”로 확정되었습니다.
이 이름은 아침마다 산책하는 길을 제가 “달빛 향기로운 길”이라 하였고
또 다른 방향의 길은 “별빛 재잘거림 길”이라고 명명했었는데요
그것이 곧 동네이름이 되어 버렸습니다.
축하해 주세요.
달빛향기로운 마을(달향마을)의 탄생을....
새살이 길었습니다.
오늘은 겨울 새벽강을 스케치 해 드리고자 합니다.
겨울새벽에 섬진강엘 나가면 섬진강이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인기척에 놀라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고 저를 응시하곤 합니다.
마치 윙크하는 것 같기도 하구요...
같이 상상해 보시지 않겠는지요?
윙크하는 강
동지(冬至)를 지나 새벽강을 나가면
바람에 꼭 고춧가루가 섞여있는 것처럼 맵디맵다
왕시루봉에서 멕시코산 고춧가루를 섞어 뿌렸다보다
눈에 눈물이 핑돈다
눈물을 한 번 휙 훔치고 멍한 눈으로 강을 응시하면
아직 잠에 취한 섬진강이 눈물 속에서 얼른얼른거린다
쪼그려 앉아 깨어나기를 기다린다
다리가 저려 올 즈음 청둥오리 물 지치는 소리에 깨어나
한쪽 눈은 뜨지 못한 채 날 향해 보내는 말 없는 인사
‘윙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