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코 터지고 말았습니다.
올 겨울 들어와 첫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거의 해마다 겪는 일이지만 올해는 너무 빠르게 터지고 말았습니다.
쌍계사 인근 야산 주택에서 부주의로 시작된 불이
하마터면 대형 산불이 될 뻔 했습니다.
요즘은 숲이 워낙 짙어 헬기의 도움 없이는 산불진화가 거의 어려운 상황입니다.
헬기는 일종의 장거리포 역할을 합니다.
정 조준하여 물을 투하한다고 하지만 정확도는 70%수준입니다.
좁은 계곡에 여섯 대의 헬기가 교대로 물을 퍼 나르는 소리는 온 계곡을 진동시키고
마치 영화 클리프 행어의 장면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포병의 역할이 끝나면 이제부터는 소총부대의 진격이 시작됩니다.
주민과 공무원이 바로 소총부대역할을 담당합니다.
갈쿠리와 등짐펌프로 중무장한 소통부대원들이 결국 고지에 진화의 깃발을 꼿게되는 것이지요.
덕분에 산 정상에서 헬기로 십여 차례 물세례를 받았습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AI까지 발생하여 이래저래 비상시국이 시작되었네요.
무사히 지나가기를 위해 응원 해 주세요.
이번 주는 겨울철에 또렷이 볼 수 있는 마을입구 정자나무의 새집을 스케치해 드립니다.
그 집
바람 불어도 좋은 집
비와도 안전한 집
눈 오면 더 따뜻한 집
양식 쌓아 놓을 필요 없고
화려한 부엌 만들지 않아도 되는 집
이웃집과 비교하지 않아도
평수를 따지지 않아도 괜찮은 집
엄마가 먹여주고 아빠가 키워주어 사랑이 가득한 집
과외가 필요 없고 학원도 필요 없는
바람선생님 구름교과서로 배우는 학교
오늘은 빈 그 집에 겨울바람이 잠을 자고
광목이불로도 뜨거웠던 그 겨울이 내게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