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에
지진이 났습니다.
지난
금요일 밤이었네요.
쿵하는
소리와 함께 집이 잠시 흔들렸습니다.
진앙지는
섬진강 건너 광양시 다압면인데, 저의 집과는 불과 2킬로도 안 되는 곳입니다.
“산에서
돌이 내려온 줄 알았다”
“공사장에서
발파를 하는 줄 알았다”
“2층집에서
아이들이 뛰어는 소리인 줄 알았다”
“옆집에서
우리집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인 줄 알았다 ...”
별의별
얘기들이 많더군요.
저는
감각이 발달해서인지 바로 지진이라는 것을 감지했는데요,
저를
기상대로 보내주세요... 제대로 일기예보 해 드리겠습니다. ㅎㅎ
드디어
봄이 왔습니다.
‘드디어’라는
말을 쓰기가 부자연스럽습니다.
올해는
그만큼 겨울이 따뜻했었습니다.
다른
해 보다 2주 정도 매화가 빨리 피어나기 시작했네요.
가지에
물이 차오르고 실에 구슬을 꿰어 놓은 것 같이 몽오리가 생겼습니다.
성급한
녀석들은 하나둘씩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한
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이 연발탄을 쏘아대는 것들이 매화나 벚꽃이지요.
곧
매화소식을 본격적으로 보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동네 옛 건물에 남아 있는 우편번호를 보면서 몇자 적어봅니다.
3월에는
더욱 행복하시이소.... 煥
우편번호
나의
주소는 은하수 넘고 넘어 파란별입니다.
억만
개의 별들 가운데 용케도 잘 찾아왔습니다.
이
작은 파란별에서 반평생을 살아 왔습니다.
남은
반이 또 지나면 낮선 주소 들고 내가 떠나온 은하수를 찾아 떠날 것입니다.
나의
고향은 버드나무입니다.
그
곁에는 개울물이 졸졸 흐르고 코흘리개들이 책 보따리 던져놓고 뛰노는 곳입니다.
신작로
옆에 방앗간이 있고 하루 서너 번 지나는 완행버스 꽁무니엔
구름처럼
뽀얀 먼지가 향기로웠던 곳입니다.
나의
번지는 나뭇가지입니다.
바람이
시작되고 머물고 잠자는 곳입니다.
이
번지 들고 날 찾아오면 나는 바람과 함께 버드나무에서 놀고 있을 것입니다.
나의
우편번호는 어머니입니다.
이
우편번호 봉투에 써 넣고 빨간 우체통에 넣으면 엄마에게 배달될 것입니다.
어머니
전상서로 시작되는 편지지 접고 접어 오늘도 우체국으로 달려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