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하동은 일 년 중 가장 바쁜 농번기입니다.
보리타작에다
모심기, 매실 따기 ....
거기에다
섬진강은 재첩 잡이가 한창이구요,
말
그대로 송장도 일어나서 일한다는 바로 그 때입니다.
매실은
가격이 킬로그램 당 3천 원 선으로 거래되는데,
작년
이맘 때 비해 절반 정도 쯤 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
초물인데 말이지요.
들어보니
재배지역이 북쪽지역으로 계속 북상하고 있어 재배면적이 확장되는데다
풍작까지
겹쳐 가격하락으로 이어지는 듯합니다.
우리
어르신들 매실 팔아서 용돈 좀 마련하셔야 하는데 걱정이네요.
어릴
적 기억을 해 보면 가장 하기 싫었던 일이 보리타작이지 싶습니다.
뙤약볕에서
보리를 베고, 모으고, 탈곡을 하는 일련의 일들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땀과
먼지와 보리가시(보리까시랭)가 범벅이 되면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엊그제가
소만(小滿)이었습니다.
이런
저런 일들이 생각나는 계절입니다.
소만(小滿)들판에
서서
이맘때가
되면 보릿단을 안고 촌로들이 들판을
뒹굴
듯이, 자빠지듯이, 미친 듯이 헤집고 다녔다
보리까시랭이가
온 몸을 할퀴어
팔뚝과
얼굴에는 예리한 칼날로 회 쳐 놓은 듯 가는 실 피가 흘러나왔다
보릿대
태우는 연기는 들판을 혼돈으로 쳐 박아 버리고
질식할
연기에 얼굴은 땀과 눈물범벅이었다
보리까시랭이
보다 더 예리하게 가슴을 할퀴었던 보릿고개에도
배를
채울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한 바가지 물 뿐이었다
지난
밤 소만들판에 한바탕 바람이 몰아쳤나 보다
회오리바람
흔적위로 아버지가 보릿고개를 넘어서시고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