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 저주인가? 복인가?
농촌에 사는 저로서는 풍년은 당연한 행복이요, 하늘의 복으로 알아왔습니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풍년은 당연히 부요의 상징이요 행복의 길로 알아왔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그게 반드시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풍년도 어쩌면 저주가 될 수 있다는... 불안한 느낌 말씀입니다.
FTA가 확대되고 있는 즈음,
비록 흉년 한 번 쯤 들더라도 큰 타격은 없어 보입니다.
수입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풍년이 들면 이거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 보입니다.
매실부터 시작하여 얼마 전 수확이 끝난, 배
이제 수확이 한창인 밤, 곧 수확에 들어가는 쌀, 감 ...
올해는 어느 것 하나 풍작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흉년이 들면 수입을 하면 되지만
봄, 여름, 가을 3연타석 풍년은 시름만 깊어가는 요즘입니다.
그래서 들판에 나가 狂人이 되어봤습니다.
가을광인
가을에는 한 번 쯤 狂人이 되어 볼 일이다
귀에 들국화 한 송이 꽂아 달고 바람처럼 날아 볼 일이다
누가 왜 그러느냐고 물으면
지그시 미소 지으며 윙크 하나 번 날려주고
가을에 미쳐서 그렇다고
나 가을바람 났다고 말해 줄 일이다
그렇게 계절마다 한 번씩 미쳐 볼 일이다
요즘처럼 미치지 않고 살아가기 힘든 세상에
다른 것에 미쳐 제정신이 아닌 상태가 되기 전에
차라리 가을에 미쳐 버리는 것이 더 성스러울지 모른다
이렇게라도 미쳐야 다가올 겨울 그 기운으로 살아 낼 테니까
자, 가을이 떠나기 전에 미치러 나가자
나처럼 미쳐 있는 가을들판으로 나가자
이 계절에 미칠 줄 모르는 사람은 사람 아니라 치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