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평택의 문화자원으로
‘문화도시론과 문화기획’ 주제
최은희 전 평택국제시장 사업단장 강의
글/사진│황영민 dkdna86@daum.net
문화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2개의 요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먼저 모든 시민들이 쉽게 문화 공간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 시민들 간의 네트워크 형성이 밑받침될 수 있는 제도가 그것이다. 8월 13일 열린 ‘2014 평택 청년문화기획 아카데미’의 첫 강연은 문화공간기획 전문 업체인 피쉬아이 최은희 대표(전 평택국제시장 사업단장)가 ‘문화도시론과 문화기획’이라는 내용으로 문화도시 평택의 공간 구성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문화는 어머니요, 제도는 자식이다
“사실 문화라는 말이 너무 무겁습니다.” 강연에 나선 최은희 대표의 첫 마디다. 그녀가 내린 문화의 정의는 크게 세 가지다. 습관과 무의식의 체계, 전통과 역사 그리고 예술활동. “제 생각에는 이 세 가지 요소가 혼합된 것을 문화라고 표현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문화는 무엇이다’라고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죠.”
최 대표는 이어 “한 가지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문화는 어머니요, 제도는 자식’이라는 것입니다. 오늘날 세계 대부분 국가 형성의 기틀인 민주주의는 문화로부터 태어났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고대 그리스부터 싹터온 민주주의 제도는 농업혁명, 산업혁명을 거치며 국민의 의식수준 향상으로 자리잡게 됐으며, 그 기반에는 문화의 힘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녀는 문화의 중요성과 힘에 대해 역설하며 문화도시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문화도시란
City(도시), Civilization(문명), Culture(문화), 이 세 단어는 모두 라틴어 Cultura에서 유래했다. 돌보다, 경작하다 등의 의미를 가진 Cultura는 우리말 문화(文化)의 본디 뜻에 잘 어울린다고 볼 수 있다.(철학의 주요개념, 백종현, 2004)
영어 어원에서 살펴본 것처럼 도시와 문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에 있다. “예로부터 도시에서 문명과 문화가 발생하고, 문명과 문화의 발생은 도시의 발달을 가져왔습니다.”
도시 이론은 시대를 거듭하며 정치에서 문화로, 문화에서 관계형성으로 중심축이 변해왔다. 이는 도시의 근간이 되는 공동체 형성의 핵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것을 상징한다. 관계형성 즉, 사람과 사람 간의 네트워킹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시대라고 해석되기도 한다.
“분리돼 있는 개인 간의 네트워킹을 통해 문화를 형성한다는 것이 현재 탈현대 도시론의 골자이자, 평택이 추구해야 할 ‘문화도시’의 표본입니다.”
공간, 장소, 도시성, 쾌적성, 문화자본, 문화산업, 지속성, 창조도시 등 문화도시의 8개 기본개념을 바탕으로 전통의 가치를 보존하고 예술인의 다양한 교류와 접촉을 통해 도시 구성원의 공동 목표와 정신, 상호신뢰를 형성하는 것.
최 대표가 말하는 앞으로 평택이 ‘문화도시’로 나아가기 위해 달성해야 할 목표다.
평택이 가진 자원을 살려야
평택은 전국의 모든 미군기지가 집결하는 도시다. 과연 미군기지가 이전처럼 평택이란 도시의 독(毒)이 될지, 약(藥)이 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자의든 타의든 주어진 여건을 활용하면 도시의 자원이 될 수 있습니다.” 최은희 대표는 미군기지라는 평택의 과제를 도시의 문화적 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낭트시의 ‘세계시민의 집’은 그 곳에서 형성된 외국인 단체와 지역 시민단체간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성공적인 사례를 남겼고, 도시의 랜드마크가 됐습니다.”
문화적 상대성을 바탕으로 타국 문화의 다름을 이해한다면, 창조적인 국제화도시 평택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최 대표는 도농복합시라는 또 다른 특성을 살려 전통적인 이야기와 생태, 국제적 네트워크가 혼합된 ‘문화도시’의 가능성도 함께 제시했다.
바야흐로 문화의 시대가 도래했다. 문화는 이제 ‘예술’과 ‘향유’의 개념을 넘어, 경제적 이익과 부가가치를 지닌 산업으로 발전했다. 문화융성은 시대적 상황이자 과제인 것이다. 문화의 시대에서 평택이라는 공간이 지닌 자원을 활용해 ‘문화도시’로 만드는 일. 앞으로 지역의 예술인과 시민의 중지를 모아 풀어야할 시대적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