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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환의 하동편지 제284호 참깨 터는 날
조문환 기자    2016-09-05 14:03 죄회수  5454 추천수 3 덧글수 1 English Translation Simplified Chinese Translation Japanese Translation French Translation Russian Translation 인쇄  저장  주소복사

착한 치매

 동네에 나가보면 경로당과 마을 정자에는 대부분 할머니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계십니다.

동시대를 사셔서 그런지 모습이 참 많이 닮아 보입니다.

파마머리, 알록달록한 저고리와 아주 편한 바지,

간간히 꽃무늬가 그려진 신발,

무엇보다 그 환한 웃음과 잔주름 ....

정말 닮았습니다.

 

할머니들이 정말 귀엽고 예쁘다는 생각을 자주합니다.

할머니 중에는 치매에 걸려 대화가 어려운 분이 혹 계십니다.

 

그 중에 어떤 할머니는 나물을 잘 뜯어 오시는 치매에 걸리신 분이 계십니다.

절대 동네를 벗어나지 않으시고

골목을 도시면서 마을 어귀에 난 나물만 캐 오시는 할머니입니다.

 

“이 나물 집에 가져가서 반찬 해 먹어!”

동행한 동료에게 할머니는 한 줌 뜯으신 나물을 주셨습니다.

 

동네 며느리 한 분이 이렇게 말하시더군요.

“저 할머니는 정말 착한 치매에 걸리셨어요. 다른데 가시지 않으시고 나물만 캐는 치매요....”

 

이정도면 치매가 아니라 사랑 아닌가요?

 


참깨 터는 날

  

태양과 눈 마주친 지 사흘 만에

때때때 때대대대대

신호가 온다

 

야야,

빨래방망이 가져 오이라!

 

어머니 한 손에 깻대를 잡으시고

조심조심 깻대를 터신다

 

경건한 의식

알곡의 귀한

가을의 녹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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