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축제의 적폐는 문화관광 축제 지정 제도에 숨어 있다
최 정 철
대한민국의 축제 산업은 1995년도 민선 지방자치제도 부활에 맞추어 전국적인 개발 붐을 타며 성장일로를 걷기 시작했다. 지자체마다 새로이 지역 주민 대표로 선출된 분들(시장, 군수)의 의욕 넘친 축제 정책은 그야 말로 둑 물 터지듯 했다. 물론 초기에는 시장 논리라는 머나먼 얘기는 치지도외될 수밖에 없었고 ‘저쪽에서 하니까 우리도 뭐가 되든지 간에 일단 저지르고 보자.’식의 시행이 난무했다. 그래도 지역마다 각자의 특징을 챙겨보자는 노력도 보였으나 대부분 외적 화려함만 내세웠지, 보유하고 있는 문화 자산이 활용되는 지역 정체성은 거의 보이지 않는 수준이었다. 그런 붉은 바다(Red Ocean) 속의 어지러운 경쟁 구도가 앞으로 더 혼란스러워지지는 않을까 일찌감치 예견했는지, 여기저기 분주히 시행되는 지역 축제들을 지켜보던 정부가 팔 걷어 부치고 나서서 제정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축제 평가 및 육성 지원 제도였다. 이 제도는 ‘10대 문화관광 축제’, ‘6대 집중육성 축제’, ‘한국방문의 해 15대 특별 이벤트’ 등의 과정을 두루 아우르면서 현재 ‘문화관광 축제 지정 제도’로까지 변신을 거듭해 왔다. 이 제도는 축제들을 심사하고 등급을 매겨서 각각의 등급에 맞춘 차등적 국고 지원 시행을 그 내용으로 삼고 있다. 국고 지원. 정부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경쟁 구도 제시였고 지자체 입장에서는 입술을 벌겋게 물들일 정도로 너무도 달콤한 유혹이었다. 그렇게 이 제도는 시행 초기부터 열화 같은 호응을 받아가며 지역 축제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울 수 있었다.
그러나 어느 때부터인가 지역 축제가 주민 선무(宣撫) 형으로서의 행정 전시성 행사로 고착되면서 문화관광 축제의 최상급인 대표 축제든지 그 최하급인 유망 축제든지, 대부분 축제들의 제작 구도나 콘텐스(Contents)가 도무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이 지역이나 저 지역이나 서로 유사성을 띠기 시작했다. 이른바 붕어빵 축제 시대의 도래다. 그로써 이 땅에서 명품 축제를 구경하기는 하늘에 별 심기가 되었고 세계인들이 환호할 글로벌 축제의 탄생은 언감생심이 되고 말았다.
왜 이 땅의 축제들은 붕어빵이 되었는가? 지역축제 만개(滿開) 20여 년 역사의 대한민국이다. 이제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짚고 넘어갈 때다. 많은 사람들이 붕어빵 축제 범람의 이유로, 지역축제 활성과 발전을 위해 만들어진 문화관광 축제 지정 제도를 역설적으로 지목하고 있다. 그 대표적 이유로 거론하는 것이 바로 ‘다양한 지역 축제들을 어찌 동일한 잣대로 평가할 수 있는가?’이다. 물론 그 잣대에 정책 입안자와 관계 전문가들의 오랜 세월을 거친 엄청난 고뇌와 연구가 담겨 있음은 분명 인정해야 한다. 또 평가 사안들을 보면 축제의 주요 경맥들이기에 그에 합당하게 따르기만 하면 어느 축제든 든든한 기본 구조를 갖추게 된다. 그래서 잣대 자체에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그 잣대를 들이대는 평가 행위에 획일적인 경향이 개입되고 축제들이 저마다의 개성 살리기보다는 잣대 수치에 맞추기를 우선으로 삼으니 다수의 의견으로서 붕어빵 축제 범람의 근본적 이유가 이 평가 방식에 있다고 하는 것이다. 즉 ‘문화 행위를 점수제로 평가함에 따른 획일성’이라 하겠다. 이런 현상이 대두된 것은, 국내 축제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정부의 육성 지원책이 적합하게 운영되려면 결국은 옥석을 가리는 것으로 경쟁 구도를 갖출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 ‘옥석을 가리는 기준 정립’에 특정 분야의 학자들이 오랜 기간 동안 무던히도 넘나들었던 것인 바, 이 학자 분들이 주로 관광학자들이었다는 것이고 그들의 평가 기준 정립 방식이 바로 지나치게 도식적이었다는 것에서 그 연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각 지역마다 다른 주민 정서, 생활환경, 문화자산 등에 대한 차별성 부여 대신 오로지 정형화된 모델만 내세우다 보니 전국 각지의 지역 축제들이 한 병원에서 수술 받은 성형미인(과연 미인일까?)이 되고 말았다, 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은 주로 관광 산업적 관점과 지역 개발적 관점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음이니 이 현상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이 바로 문화적 관점의 상대적 위축이다. 결국 우리는 지역 특성들이 소멸되고만 붕어빵 축제들의 펄 밭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이다. 축제에의 인식 개선 촉발 등 맹렬한 의견 개진을 전개해 온 관광학자들의 분발은 그동안 국내 축제 산업 발전에 끼친 공로가 크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축제의 맥을 관광 산업적 관점으로 계량화한 그들의 판단 착오가 오늘날의 붕어빵 축제 범람에 큰 배경이 되었음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관광학자들의 선의의 맹활약이 오히려 독이 된 셈이다. 그러나 여기에 못지않은 심각한 문제가 또 있다. 가뜩이나 ‘획일적 평가’ 운운으로 시달리는 문화관광 축제 지정 제도를 더 곤란하게 만드는 폐단이 있으니 이제부터 그것을 말해 보겠다.
2016년도 기준으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문화관광 축제 등급지정 평가를 해야 하는 축제는 전국적으로 700개 정도로 추산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축제 평가를 위해 1개 도(道) 당 4명의 평가위원(도내 전문가 3명+도청 직원 1명)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즉 4명의 현장 참관 평가위원이 1조가 되어 관내 축제들을 방문해서 평가(100점 만점 중 50점 배정)하는 것이다. 2015년부터는 연말에 이르러서 별도의 2개 팀으로 구성된 서면 심사위원들이 1팀의 분야별(기획, 콘텐스, 운영, 발전성, 성과) 전문가 심사 후 2팀의 종합(여행업, 문화예술, 언론, 관광업 전문가와 당연직 공무원 참여) 심사 방식이라는 최종심의(100점 만점 중 50점 배정) 과정을 통해 다음 해의 대표축제, 최우수축제, 우수축제, 유망축제 등으로 등급을 결정한다. 이 정도면 상당한 장치를 기한 공정한 심사 체계라 할 수 있다.
문화관광 축제 평가 대상인 700개의 지역 축제. 많다면 많을 이 축제들이 과연 저마다의 특징과 독창성, 그리고 각각의 정체성을 내세움으로써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대부분 고개를 가로젓는다. 왜냐하면 이 땅의 지역 축제들은 앞서 말했듯이 이미 대동단결, 한 결 같이 붕어빵 축제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지자체와 축제 사업 주관 기관인 지역 문화재단 등에서는 현재 치러지고 있는 축제들의 답보 상태를 축제 제작 전문가요 현장 전문가인 감독들에게 책임을 물으면서 감독들을 갈아치워 대느라 해마다 감독 공모로 바쁘다. 축제 감독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시스템에 묻고 시스템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시스템에서 찾아야 할 답이란 곧 문화관광 축제 지정 제도를 곤란하게 만드는 문제가 무엇인가를 파악하고 그것을 일소하는 것이다. 앞서 관광학자들의 도식적 평가 방식의 문제가 붕어빵 축제 범람 사태의 첫 번째 이유라 했으니 이제 그 두 번째 이유를 말해야 하는 즉, 바로 문화관광 축제의 현장 평가 제도에 심각한 누수 현상이 있고 이 누수 현상 속에 적폐 행위가 붕어빵 제조기로 도사리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적폐 행위에 대한 설명에 앞서 먼저 <현장 참관 평가 보고서>와 <축제 평가 분석 보고서>를 거론할 필요가 있다. 현장 평가위원들은 축제 현장을 참관한 후 <현장 참관 평가 보고서>를 작성해서 도(道)에 제출한다. 여러 축제의 <현장 참관 평가 보고서>를 접한 도는 문화관광 축제 현장 참관 평가위원이 아닌 별도의 도 평가위원들(도에서 자체적으로 위촉)로 치르는 심사를 통해 문화체육관광부에 그 평가 내용과 결과를 제출한다. 그리고 각 지자체는 <축제 평가 분석 보고서>를 작성(주로 용역 발주로 확보)해서 얻은 내용과 지자체 별로 자체 현장 평가한 내용 등을 토대로 한 최종 <종합결과 보고서>를 연말 서면 심사를 받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한다. 두 번째 문제의 출발은 바로 이 <현장 참관 평가 보고서>와 <축제 평가 분석 보고서>에서 시작한다.
해마다 정초 즈음해서 어느 지역에 어느 누가 현장 참관 평가위원으로 선정되었다는 것이 공식 발표로 밝혀지면서부터 적폐의 발걸음은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모든 사회는 인적 네트워크의 유기적 활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니 만큼 축제 판 역시 마찬가지다. 웬만한 교수나 현장 전문가, 기획가들은 서로 충분히 알고 지낸다. 그러기에 어느 한 사람이 작심만 하면 현장 평가위원들과 서면 심사위원(연말에 위촉될 여지가 큰 사람)들과의 평소 두텁고 넓은 네트워크를 무기로 삼아 전국 지자체를 돌아다니면서 영업을 펼칠 수 있다. 그 영업이라 함은, <축제 평가 분석 보고서> 용역 건을 놓고 거래를 시도하는 것(건당 1천만 원~2천만 원)이다. 그들이 요구하는 거래. 해당 지자체에서는 뿌리치기 힘들다. 만약 거부할 경우 불편한 ‘뒤끝’이 있을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지자체 입장에서는 연말 서면 심사에 제출할 종합 결과 보고서 작성을 위해 ‘어차피 쓸 돈’이니 서로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식으로 거래를 수용하곤 한다. 심지어 ‘일단 도 평가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쫓겨 자기네가 속한 해당 지역 도 평가위원에게 그 용역을 ‘알아서’ 갖다 바치는 딱한 지자체도 있다. 용역 거래가 성사되면 해당 축제는 점수를 후하게 받게 되어있다. 거래 당사자로서는 어떡하든 좋은 평가를 해주거나(수치 왜곡까지 하면서) 혹 자신이 현장 평가위원이나 연말 서면 심사위원이 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인맥 네트워크를 가동해서 좋은 점수를 받도록 조상들의 음덕에까지 빌붙어 총력을 기울인다. 그래야 거래를 주고받은 그 지자체와의 향후 용역 재 거래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또 ‘그 사람과 거래하면 승급은 따 놓은 당상이다.’라는 훌륭한 평판도 얻을 수 있기에 타 지역에까지 ‘시장 개척’이 가능해 진다. 그러다 보니 격 낮은 축제도 쉽게 등급 얻을 확률이 높아지고 그런 축제들이 하나 둘 늘어나는 것인지라 결국 이 땅에는 명품 축제가 존재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심각한 적폐의 민낯이다. 그런데 울고 싶은 차에 와서 따귀 때린다고 결정적 문제가 또 뒤를 따른다. 거래 당사자에 의해 작성된 <축제 평가 분석 보고서>를 보면 형식이나 내용, 기조 등이 몇 몇 지역들 공히 동일하게 작성된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인 것이다. 보고서 프레임은 이미 한 가지로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보고서를 만들 때가 되면 지역 명칭과 프로그램 등 일부 내용만 바꾼 채 그 밥에 그 나물 식의 판박이로 작성한다. 이 역시 지역마다 여러 사정들이 제각각 다름에도 불구하고 그저 자기가 생각하는 불변의 획일적 프레임으로 <축제 평가 분석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사람 몸에 옷을 맞추어 입어야 할 것을 옷 사이즈에 사람 몸 맞추기를 요구하는 형국과 다를 바 없다.
획일적인 내용의 예를 한 가지 들면 다음과 같다. 체험 프로그램 경우 대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갖출 필요가 있다.’라고 진단하곤 한다. 그러면 그 체험 프로그램들의 범주는 어떻게 잡느냐, 하는 것까지 제시해야 하는데 ‘그런 것은 알아서 하시오.’식으로 훌쩍 건너뛰기 일쑤다. 축제 컨셉과 정신을 실감할 수 있는 주제 연계성 프로그램을 요구해야 하는 것임에도 그저 ‘많으면 좋다’라는 말만 생각 없이 던지곤 한다. 그래서 어디에 가도 볼 수 있는 ‘영혼 없는’ 체험 프로그램들이 현대판 장돌뱅이가 되어 전국 모든 축제장을 떠돌아다니는 것이다. 어쩌다 성의를 담아서 ‘주제와 연계되는 체험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하라.’고 했다 쳐도 담당 공무원들은 축제 감독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필요성이 있고 없고, 축제 품격에 맞고 맞지 않고를 막론하고 이것저것 판만 분주하게 벌린다. 시야 좁은 현지 축제 담당 공무원만 탓할 것이 아니다.
어찌되었든 간에, 그렇게 획일적으로 작성된 <축제 평가 분석 보고서>를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바로 지역 공무원들이고 그들은 그 내용을 모법 답안으로 여겨 열심히 좇는다. 그렇게 일부 지역의 축제가 그 모법 답안에 의해 시행되고 또 <축제 평가 분석 보고서> 용역을 거래한 덕에 문화관광 축제로 지정되거나 승급되면, 다른 지역 공무원들이 그 축제를 찾아가 벤치마크를 하고는 그것을 열심히 복각하는 길로 내닫는다. 거래를 통해 보고서를 작성한 사람이 점수 확보에의 열쇠임을 파악하고는 그와의 접촉을 시도, 서로 굳센 악수를 나누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음습한 거래와 붕어빵 제작 방식이 악순환 되다보니 이 지역 축제나 저 지역 축제가 한집안 형제인 양 서로 닮아지고만 것이다. 현장 전문가인 문화 기획자나 축제 감독들이 해당 지역 축제의 특징을 살릴 수 있는 차별화된 전략과 맞춤형 전술을 들고 가서 아무리 설명해도 담당 공무원들은 공연히 자신들이 불편해질 모험은 웬만해서는 수용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축제 평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제시되어 있는(축제 평가 분석 보고서에 적힌) 안전한 길을 택하고 말 뿐이다.
관광학자 중심의 축제 평가와 심사 체계를 악용한 거래 행위, 바로 이 두 가지가 붕어빵 축제 범람의 요인이요, 따라서 문화관광 축제 지정 제도에 왜 문제가 있는가에 대한 해명이 될 것이다. 지자체에게 달콤한 유혹거리인 문화관광 축제 지정 제도는 자칫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파는 파우스트 양산 장치가 될 수 있음과 일부 사람들의 집요한 적폐 행위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현재 광역자치단체 당 4명의 평가위원에는 현장 전문가, 즉 문화 전문가의 참여 비중이 이론가에 비해 매우 낮다. 이론가와 현장 전문가의 참여 비중을 가급적 균등하게 하는 것이 실체적 평가를 더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관광학자들의 비중도 줄이기를 바라고 말이다. 또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정하는 도(道) 직원이 현장 평가위원으로 위촉되는 것에는 공정성 평가 관리를 위한다는 명분이 있겠지만 공무원의 축제 평가 참여에 대해서는 다소 이견이 따를 수 있으니 만큼 앞으로 이 부분은 어떤 방법이든 보완책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사람이 그런 적폐 행위를 하는가를 살펴보면 전국의 여러 지자체를 상대로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관내 지자체를 상대로 하는 도에서 자체적으로 위촉한 일부 도 평가위원들을 들 수 있는데, 그중에서 전국구 단위로 활동하는 사람의 패악 정도가 가장 심하기에 우선순위로 삼아 말해 보겠다.
축제인들의 어느 단체를 주도하고 있는 A씨가 있다. 현장 평가위원이나 서면 심사위원 급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는 단체의 대표자 직분과, 때로는 자신이 맡게 되는 지역축제 현장 평가위원 직분, 자신이 현장 평가위원이나 서면 심사위원이 되지 않더라도 그들과의 평소 긴밀한 네트워크 보유 등을 무기로 삼아, 마치 자신이 이 땅의 축제 판에서 빅 브라더라도 되는 양 위세를 보이며 지자체와의 거래를 하는 것이 그의 첫 번째 적폐 행위다. 그는 때로 지역에서 축제 관련 인력을 공모할 때 자신의 측근을 ‘심어서(심사위원들과의 긴밀한 네트워크 가동함으로써)’ 그 후 그를 통해 <축제 평가 분석 보고서> 작성 용역 수주를 꾀하기도 한다. 다음으로, 현장 평가위원이 되어 작성한 <평가 보고서>든 지자체에서 용역 수주해서 작성한 <축제 평가 분석 보고서>든 그 내용과 기조 등이 무성의하고 획일적인 것, 그래서 그로써 이 땅의 붕어빵 축제 만개에 기여한 것이 그의 두 번째 적폐 행위다.
어떤 방법으로 용역을 따내든 간에 그것은 그의 생업 방식인지라 따지고 보면 굳이 비난할 것까지는 없다. 그러나 무성의하고 획일적인 내용의 보고서 작성 행위로 인해 여러 지역 축제들이 붕어빵 축제가 된 것, 격 떨어지는 문화관광 축제 확산에 기여한 것, 이것을 문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축제 판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이고 이 땅 축제 문화 발전에 저해되는 행위이다. 그러니 이제는 그것을 과감하게 차단해야 한다. 항차 ‘적폐 청산’이 키워드가 되고 있는 시대임에 어찌 연못물 흐리는 썩은 붕어를 내버려 둘 것인가? 서둘러 건져 내어야 함이 마땅하다.
이런 사례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 차단 조치를 강력하게 취하면 현재 유사한 적폐 행위를 행하는 자들과 향후의 망상을 품는 자들에게 분명한 경고가 될 것이다. 그를 제어하는 방법으로는, 문화관광 축제 현장 평가위원 혹은 서면 심사위원에서 영원히 배제해야 하는 것을 우선으로 들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 간 협조로 그의 옳지 않는 행보를 시급히 차단하기를 바란다. 또 그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전국 지자체 간 공유하고 그에게 <축제 평가 분석 보고서> 작성 용역 발주를 제한하는 것까지 가동하면 차단 장치는 거의 완벽해 진다. 이런 공감대에서 이탈, 행여 또 다시 몰래 적폐적 거래를 하는 지자체에게는 축제 평가 시 단호히 감점을 주거나 혹은 아예 탈락시키는 방식으로 페널티를 주면 그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여기에 문화관광 축제 지정 제도의 심사 체계를 개선하자는 내용으로 덧붙일 것이 있으니, 곧 현장 평가위원의 암행 장치를 강력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평가위원으로 선정되면 침묵의 약속을 지키게 함으로써 적폐자의 불순한 네트워킹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고, 해당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이 이미 누가 평가위원들인지 알고 있을 터, 그들이 축제장에 나타나면 “기다리고 있었나이다.” 하며 영접하는 일도 사라질 것이다. 암행 장치를 효과적으로 운영하자는 차원으로, 우선 공무원의 참여를 배제하고 전문가들로만 구성하는 현장 평가위원 체계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공직에 있는 사람은 암행활동이 현실적으로 불가하기에 그런 것이다. 또 현장 평가위원에게 지급되는 사례비를 지금보다 더 많이 책정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침묵 약속을 준수하는 데에 아무렴은 힘이 될 테니까 말이다. 또 연말 심사로 최종 결과 발표 직후 명단 보안에 성공한 평가위원들에게 소정의 추가 사례금을 지급하는 방식까지 채택한다면 평가위원들의 침묵 약속은 더 무거워질 수 있을 것이다.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 자체가 씁쓸할 수 있겠으나, 어찌되었든 현실적이고 효율적이라면 활용해도 좋을 것이다. 물론 이 침묵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혹여 현장 평가위원으로서의 처신 관리를 스스로 놓쳤을 경우 반드시 그에 합당한 페널티(이탈 행위 정도가 미약할 경우 경고 주기, ‘거래’를 행하는 등 그 정도가 심할 경우 향후 현장 평가위원 위촉 대상에서 완전 배제하기 등)를 주어야 하고.
문화관광 축제 지정 제도의 심사 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정리하면,
1. 관광학자 위주의 현장 평가위원 구성 방식 정비(현장 전문가 참여폭 확대),
2. A씨 사례 등에 대한 제재조치 시행(일벌백계 효과 파급 유도),
3. 축제 현장 참관 평가위원들의 강력한 암행 활동 운영(적폐 행위 접근 차단),
4. 당해 연도 심사위원(문광부 평가위원과 도 평가위원 전원 대상)에 대한 지자체의
축제 평가 분석 보고서 용역 발주 금지(허위 평가 근절)
等이 되겠다.
지역축제 20여 년이라는 짧은 역사의 대한민국이기에 축제 강국으로 우뚝 서려면 아직은 먼 길 더 가야한다는 생각만 할 것이 아니다. 하루라도 빨리 정부와 축제 인들이 합심해서 이 땅 축제 문화 발전 위한 책임의식 갖기를 단심으로 바란다.
기고> 최정철: -1962년생 -1985년부터 연극 활동 시작 -1989년부터 전통문화 축제, 중앙 정부 및 지자체 주최 문화 행사, 지역 축제 등 기획 연출 활동 중 -2016년 수원시 화성문화제 총감독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있습니다.
▲ 위 좌로부터 시계방향으로 서울궁중문화축전 - 오산독산성문화제 - 대구달구벌관등놀이 - 안산거리극축제
※ 위 사진은 본 기사의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