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호정에서 바라 본 섬진강, 북쪽 끝자락이 노고단이다)
비온 후,
섬진강변 낮은 산자락에는 눈이 내렸습니다.
만발한 매화가 마치 산자락에 눈이 내린 것 같습니다.
(온통 매화로 둘러싸인 섬호정, 그 아래가 바로 섬진강이다)
섬진강변은 눈꽃으로 덮여있습니다.
이 길을 달리는 사람들은 더 일찍 봄이 전해주는 생명감과 행복감을 만끽하게 될 것입니다.
섬진강은 지금 매화강(梅花江)입니다“
(공원을 수놓은 홍매와 청매가 조화를 이룬다)
목마른 말의 목을 축이고 .......갈마산(渴馬山)
“쌍돛대 님을 싣고 포구로 들고 섬진강 맑은 물에 물새가 운다 쌍계사 쇠북소리 은은히 울 때 노을 진 물결위엔 꽃잎이 진다 팔 십리 포구야 하동포구야 내님 데려다주오”
하동출신 정두수님이 가사를 붙이고 박춘석님이 곡을 만드셨으며
하춘화가 부른 하동포구아가씨라는 노래 가사입니다.
가사에서와 같이 섬진강 하동포구는 이별과 만남, 애환과 기쁨,
역사의 어제와 오늘이 그대로 묻어 있는 삶의 현장이었습니다.
지금은 하상이 높아지고 강의 형상이 바뀌어 큰 배가 다닐 수는 없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섬진강 하동포구는 바다와 육지를 잇는 주요 교통수단이자
오늘날의 산업고속도로였으며 정보의 광케이블이었습니다.
(섬호정 주변 참나무 사이로 보이는 읍내, 모두가 한 식구다)
지금도 곳곳에 부산이나 통영으로 향했던 선착장들의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노래가사에서처럼 하동포구를 팔십리 뱃길이라고 합니다.
실질적인 거리의 팔십리 길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사람들의 가슴을 포근히 감쌀 수 있는 심리적인 거리일 것이라는 짐작도 됩니다.
이 하동포구 팔십리를 한 눈에 넣을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눈을 남쪽으로 돌리면 바라보이는 섬진강 하구, 저 끝이 바로 남해다)
예전부터 목마른 말이 물을 마시는 모습과 같다고 하여 갈마산 (渴馬山)이라 불려졌고
산 정상부에 섬호정 (蟾湖亭) 이라는 정자가 있어
섬호공원이라고도 불리다가
몇 년 전 하동군에서 체계적인 공원의 모습으로 꾸미고 명칭도 공모하여
하동공원으로 불리는 곳이며
전국의 시인들이 모여 ‘시의 언덕’이라는 애칭도 가지고 있는 곳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갈마산으로 더 가슴에 새겨져 있습니다.
갈마산 섬호정에서 바라보는 하동포구 팔십리는 자연경치라기 보다는
하나의 심상(心象)으로 다가옵니다.
남북으로 구비쳐 흐르는 강물에 나를 띄워 보내고
세상사 고통의 잔상 (殘像)도 씻어낼 수 있는 곳입니다.
(공원 남쪽에 자리잡은 매실 길, 매화가 터널을 이루었다)
목마른 말이 섬진강에 갈한 목을 흠뻑 축였듯이
오늘날 사람들의 갈한 영혼을 이곳에서 적시고 남음이 있습니다.
이곳 섬호정에서는 강 건너 전라도의 백운산,
북쪽 지리산 구재봉과 노고단
남쪽 남해바다의 지킴이 금오산과 구비쳐 흐르는 섬진강의 끝자락까지
사방팔방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습니다.
(공원 전망대에서 바라 본 섬호정, 섬진강이 호수처럼 보인다는 뜻이다)
- 글, 사진: 조문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