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 빛나는 십리벚꽃길, 청춘남녀가 사랑을 고백하는 길이라고 해서 혼례길이라고도 합니다)
사람이 꽃이다!
꽃의 향연을 들으셨는지요?
못 들으셨다면 서둘러서 남쪽으로, 하동으로 내려오십시오.
하동은 지금 온통 대자연이 발하는 꽃의 합창을 듣는 듯한 느낌입니다.
산에는 연분홍 진달래가,
시냇가와 언덕에는 개나리가,
십리벚꽃길에는 벚꽃이
그 황홀함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아침 태양에 반사되는 벚꽃이 눈 부셨습니다)
오늘은 다른 얘기 다 내려놓고
꽃 이야기를 드릴려고 합니다.
토요일 이른 아침 6시,
알람에 맞춰 아내와 함께 혼례길로 명명된 십리벚꽃길로 달려갔습니다.
이렇게 서둔 이유는 자칫 교통홍수에 빠져들지 않을까하는 염려에서였습니다.
그동안 꽃길 옆에 살면서도 봄철에 집중되는 업무로 인하여
제대로 된 벚꽃구경 하지 못했었습니다.
화개에서 다년간 근무했다는 경찰관에게 벚꽃구경 가자고 했더니
‘벚꽃은 지긋지긋하다’는 말로 그 힘겨움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노동과 운동이 다르듯이,
꽃구경과 꽃길 교통안내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습니다.
(이슬내린 차밭입니다. 동해를 입어 다른 해와는 다른 전경입니다)
꽃을 볼 수 있는 눈을 갖다!
그동안 눈에 보이지 않았던 벚꽃이 저에게로 다가왔습니다.
아침 태양이 꽃잎을 투과하면서 만드는 광채,
계곡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찬 기운,
초록의 대명사 보리와 녹차와 완전히 대비된 색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라고 노래했던 김소월처럼
“예전엔 미처 벚꽃의 아름다움을 몰랐어요”라고
혼잣말로 말할 뿐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다가 온 깨달음
꽃을 꽃답게 만드는 것은 사람이었습니다.
사람이 없는 꽃,
꽃이 없는 사람,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꽃이 사람을 아름답게 하고
사람이 꽃을 꽃답게 한다는 일종의 ‘진리’를 발견했습니다.
일순간 아내에게 ‘아, 사람이 꽃이다’
오늘의 테마는 ‘사람이 꽃이다’를 외쳤습니다.
꽃은 사람을 춤추게 하고,
흥분하게하고,
마비시키고,
환각을 일으키게 하고,
행복환상곡을 듣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그동안 저는 꽃에 정신이 팔렸다가
시선이 사람으로 가기 시작했습니다.
렌즈는 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사람으로 향하고 있었습?다.
꽃이 아니라 사람이 꽃으로 보였습니다.
각양각색의 꽃들,
젖먹이 꽃으로부터 할미, 할배 꽃까지,
색깔이 다르고 모양은 다를지라도,
어찌나 아름답게 보이던지요!
(동해로 상처입은 차 밭입니다. 그러나 이 찬란한 봄이 다시 힘을 얻게 할 것입니다)
잡목은 없다!
그러고 보니
그렇게 혼잡한 꽃길에서 아직까지
얼굴을 찡그린 사람 본 기억이 없습니다.
사람과 어울린 꽃,
꽃과 어울린 사람,
사람이 꽃이 되고 꽃이 사람과 하나 된
황홀한 시간이었습니다.
벚꽃에 취하여서인지,
이틀이 지난 지금도,
사람이 꽃이라는 말에서 채 깨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혹, 너무 진하게 꽃에 마취되었더라도
사람이 꽃이라는 마취에서는 깨어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지난 화요일,
홍사종교수님의 아침특강에서 하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잡목은 없다. 모든 나무는 다 나름대로의 역할을 다 하고 있다.
잡목이라 부르지 마라“는 말씀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잡목은 없다!
꽃이 사람이다!
지난주에는 꽃을 통해 제대로 인생공부 좀 했나 봅니다.
새로운 한 주,
꽃에 취해서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보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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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동에서 조문환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