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X통신 제7호 2011년 4월 29일 금요일
토토미용실이 일으킨 골목 바람
최근 <기분좋은 QX> 부근에 미장원이 하나 생겼습니다. 토토미장원이 생기자마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납니다. 철길 골목의 간판 없는 막걸리주점 중년 여사장님은 매력적인 단발머리가 되었고, 양평해장국집 중년 여사장님은 예쁜 커트 머리가 됐습니다. 동네에 유행이라도 하듯 갑자기 단말의 생머리가 많아진 느낌도 듭니다. 재미있습니다. 10평이 안 되는 작은 미장원이 하나 들어서면서 이웃들이 변화하는 게 눈에 뜁니다.
이처럼 동네에 활기를 주는 토토미장원인데 간판이 아쉽다고 몇 사람이 말합니다. 양연욱 디자이너는 함께 점심을 먹고 회사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가 간판을 만들어주었더라면 훨씬 예쁘게 주변과 조화를 이루었을 텐데”합니다. 그 말에 최은희 디자이너는 “이 동네를 예술로 살짝 바꾸면 좋겠다”고 대꾸하고요.
2년 전에도, 한강로 큰 길이 있는 대로변에서 십자로 두 개를 지나 들어온 곳, 우리 회사 바로 옆에 퓨전 음식점이 생겼습니다. 낡은 철도관사와 낮은 옛집이 좁은 골목들과 얽혀있는 골목에 이 동네와 어울리지 않는 세련된 대학가 카페 같은 곳이 문을 열자, 어디에 숨어 있던 것인지, 20대와 30대의 젊은 남녀직장인들이 몰려 들었습니다.
<기분좋은 QX>가 위치한 용산구 한강로3가는 낙후된 인상을 주지만 예스러운 맛이 있는 동네입니다. 재개발이 이뤄질 곳이라, 어느 한순간 급격히 변화할 것 같습니다. 그 사이라도 우리 식구가 문화를 가꾸는 재능을 발휘한다면 멋이 풍기는 마을을 만들어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기분좋은 QX> 사람들이 회사 부근에 나무벤치를 만들어놓고 예쁜 벽화를 그린다면, 심심한 동네 사람들이나 식사를 마친 회사원들이 좀 더 여유를 느낄 것이고, 사람들이 골목을 좋아하게 되면서 활기가 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을 하면서, 꿈같은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재개발을 기다리며 숨죽이고 있는 동네가, 거의 50년이 다 된 명물 두부공장이 문을 닫는 동네가, 두 개의 기찻길 건널목을 지나 한강변 바람 냄새를 맡으러 갈 수 있는 독특한 예술적인 골목길로 거듭나는 것을 꿈꿔봅니다.
정부가 공공디자인으로 전통시장과 마을 그리고 지역을 바꾸는 일을 벌이고 있습니다. 문화기획자들이 그 일을 하기 전에 자신이 살고 자신이 일하는 동네부터 바꿔보면 좋겠습니다.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창조에 도움만 된다면 담배도 "생산재"입니다.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머리가 곧 재산입니다. 그래서 지치지 않도록 잘 쉬어두어야 합니다.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건강한 마음도 연장입니다. 늘 경쾌한 기분으로 지내는 것이 낫습니다.
<돈키호테들의 어록>
"행복하여라. 성공하는 것이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해야 성공한 것이다."
- 돈키호테 이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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