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등축제를 만드는 사람들의 힘
QX통신 제8호 2011년 5월 6일 금요일
<사진=2010년 청계천을 수놓은 연등축제 행렬. 출처:뉴시스>
한국에서 가장 잘 운영되는 축제는 무엇일까요. 많은 이들이 망설이지 않고 ‘연등회 연등축제’를 가리킵니다. 그렇게 보는 이유가 무엇 일까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축제를 만드는 사람들이 바뀌지 않고 꾸준히 살림을 한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집이 아무리 커도 살림하는 사람이 없다면 먼지가 쌓여 퇴락하고 심지어 폐가가 되기도 하지요.
불과 10년 전만 해도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인 연등축제를 주목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정부예산으로 만든 지자체 행사들이 오래가지 못하고 시민의 세금으로 꾸민 관광축제들이 속수무책의 적자를 낼 때, 민간조직이 운영하는 연등축제는 꿋꿋하게 전진했습니다. 아름다운 봄밤에, 꽃비를 뿌리며 세상의 평화를 기원하는 찬란한 연등행렬은 서울시민의 자랑이 되어갔습니다.
이 불교행사가 관객을 모으는 걱정 크게 하지 않고 문화를 즐기는 축제로 자리 잡은 까닭은, 연등행렬에 즐겁게 참여하는 수많은 불자들 덕분입니다. 행사에 대해 애정이 넘치는 것이 느껴지니 행렬을 보는 이들도 좋아하게 됩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연등축제는 "외국인 모니터"라고 불리는 독특한 자원활동가 모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연등축제는 2006년에 이어 2008년에 외국인을 대상으로 축제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바 있는데, 외국인들의 의견을 보다 생생하게 청취하기 위하여 2009년부터는 아예 매년 10명 내외의 재한외국인으로 모니터링단을 구성한 것입니다.
어떻게 주한 외국인들이 기꺼이 발걸음 할 수 있는 축제가 되었는지, 외국인 고객의 경험을 알아서 관리하자는 것입니다. 다양한 국적과 배경을 가진 외국인 모니터들은 직접 축제를 관찰하거나 다른 외국인들의 의견을 조사하여 연등축제가 개선되도록 애정 어린 충고를 해줍니다.
<기분좋은 QX>는 2005년부터 매년 연등축제의 모니터링 조사를 맡아왔지만, 외국인이 직접 수행하는 조사를 입안하여 추진하였을 때 가장 희열을 느꼈습니다. 마라토너 같은 인고를 거쳐 성공한 연등축제 뒤에는 외국인의 따스한 눈길과 응원도 한 몫을 했습니다.
더욱 의미가 있는 것은 외국인들이 연등축제에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연등축제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에 있다는 점입니다. 외국인들을 가장 감동시킨 것은 그들에게 제공한 특별석이나 통역서비스가 아니라, 행사 전반에 넘치는 불자들의 애정과 열정이었습니다.
이번 주 금요일, 인사동과 종로 일대에서 다시 서울의 연등축제가 열립니다. 5월 7일부터 9일까지, 외국인 모니터링단과 더불어 연등의 밤을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지나치면 모자라느니만 못합니다. 매사에 신중하고 상황에 적절한 것, 그것이 지혜입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하지 않으면 이르지 못합니다. 꿈을 가진 일에 열정을 다하는 것, 그것은 생명입니다. 미쳐야만 미친다고. 과유불급 過猶不及? 불광불급 不狂不及!
<돈키호테들의 어록>
"너희 그리움이라고 아니?"
- 창밖 이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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