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우리에게 용역을 발주했습니다
<기분좋은 QX>가 처음 문을 열고 두어 달 동안, 아무도 우리에게 일거리를 주지 않았습니다. 리서치와 컨설팅 업무를 하겠다고 만든 회사인데, 고객이 우리를 찾지 않으니 무슨 일을 해야 할까.
그래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과제를 주었습니다. 용역을 자기한테 발주한 것입니다. 동료들 모두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을 잇고, 여기저기 자료를 찾아 나섭니다. 보물창고에라도 보관하려는 듯 각자 열심히 자료를 수집하였습니다.
문화콘텐츠․공연예술․마케팅․축제 등 우리가 연관된 분야에서 트렌드를 파악하고 모아가면서 너나 할 것 없이 큰 공부가 되었고, 조사연구를 하는 회사의 체력이 길러졌습니다. 하루하루 대화를 나눈 것은 동료들 모두에게 약이 되었습니다. 관심분야를 진단하고 자료를 파악해가면서 자신의 감각에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기분좋은 QX>는 트렌드 세미나를 열고 있습니다. 건물 1층에 있는 문화기획학교 교육장을 카페삼아, 매주 금요일 오후 5시부터 저녁식사 시간을 훌쩍 넘기도록, 다과와 음료를 놓고 넉넉하게 대화를 진행합니다. 여성 문화마케터 8명은 트렌드조사의 방법을 공부하는 10권의 책을 5주 동안 읽었습니다. 그 후에도 각자 글을 써와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을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열었습니다.
출판홍보팀의 권남규 님은 이들 중 일부가 트렌드 분석가로 글쓰기를 함께 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이 모임을 미리 준비하고 잘 관리해온 김현정 님 덕분에, <기분좋은 QX>는 앞으로 트렌드세미나 2기를 다시 모집해서 키워나갈 것입니다. 회사 내부의 연구모임도 이러한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대중문화의 트렌드 키워드를 뽑아보고 내년을 예측해보는 일에 더욱 자신감이 붙습니다.
아무도 일거리를 주지 않을 때는, 자신이 자신에게 일을 주어야 합니다. 사람들은 늘 공부해야 하고, ‘준비된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좋은 제품을 내놓기 위해 하는 자기 연마는 그 자체가 일입니다. 치열하게 몰입하면서도 즐길 수 있는 일입니다.
우리가 우리에게 일을 준 것은 <기분좋은 QX>의 첫 경험입니다. 오랜만에 그 경험을 다시 맛보면서, 지금 열고 있는 트렌드 세미나 를 값진 모임으로 키워나가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