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다니던 시절이었습니다. 신나는 여름철을 맞아 가족과 함께 속초 어느 해변에서 텐트를 치고 휴가를 보냈지요. 그때 함께 모래성 쌓으면서 놀던 옆 텐트의 두 언니가 기억납니다. 20대 중반쯤 되는 언니들이었는데 저와 장난꾸러기 남동생을 유난히 귀여워하며 며칠간 재미있게 놀아줬습니다. 새벽녘에는 눈 뜨자마자 텐트 지퍼를 열고 언니들이 일어났는지 빠끔히 옆 텐트를 쳐다보곤 했습니다. 덕분에 부모님은 우리를 신경 쓰지 않고 제대로 휴가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오토캠핑이 몇 년 전부터 유행처럼 번지더니 요즘은 아예 여름휴가의 주요한 트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어느 기사를 보니 사람들이 도시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동남아 패키지여행에 싫증이 난 나머지 다시 8,90년대 초반의 캠핑 방식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하더군요. 텐트에서 콘도로, 콘도에서 펜션으로, 펜션에서 텐트로 바뀌다니 역시 유행은 돌고 도는 것 같습니다.
한 여름날에 여행지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낭만적이기 마련입니다. 캠핑이 다시금 사랑받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이 개인적이고 파편적인 삶에 지친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우리 가족끼리 아니면 나 홀로 여가를 즐기다가 외로움을 느낀 현대인이 여행지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서 공감과 연대의 끈을 잡기를 기대하며 캠핑장을 찾고 있는 것인가 봅니다.
특히 지금의 3,40대는 어린 시절을 8,90년대에 보냈으므로 걸스카우트와 보이스카우트로 야영하던 추억을 찾고 싶은 것입니다. 청정한 자연 속 한 가운데에서 여가를 보내며 남과 연대를 가질 수 있다면 덤 같은 행복입니다. 무한경쟁을 추구하는 이 시대에도 사람은 늘 사람을 찾는 것 같습니다.
기분좋은QX 출판홍보담당 이하나
<돈키호테들의 어록>
"사람들이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 W의 언니 은해씨
하동야생차축제에 이어 W가 행차한 곳은 춘천마임축제입니다. 조정국 선생님은 하동야생차축제의 모니터링 간담회 말미에 W의 두 번째 모니터링 대상으로 춘천마임축제를 추천해주었습니다.
두 번째 모니터링은 체계적인 틀을 미리 만들어 진행했습니다. 간담회에서 조정국 선생님이의견을 주신 대로 팀을 짜고 일정을 나누었습니다. 미스터리 샤퍼 교육을 통해 얻은 지식들도 총동원하여 모니터링 안내서를 직접 만들었습니다.
가까운 춘천이라 자주 오고갔습니다. 매력적인 축제여서 하루라도 놓치기가 아쉬웠습니다. 개막식부터 폐막식까지, 거리공연에서 극장공연까지 팀을 나누어 한 명은 꼭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W의 두 번째 보고서는 틀이 잡혀갔습니다. 지난번처럼 조정국 선생님과 함께 커피숍에 둘러앉아 서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지난 6월23일, 조정국선생님의 주선으로 유진규 감독님은 장마 속 궂은 날씨를 무릅쓰고 춘천에서 용산까지 달려와 주었습니다.
윤 감독님은 마임광대 5명이 지금의 세계적 마임축제를 만들기까지 노력한 과정을 생생하게 들려 주었습니다. W는 모니터링을 통해 느낀 점들과 궁금했던 질문들을 쏟아내었고 감독님은 시원하게 답변해주셨습니다. 공부 욕심, 일 욕심으로 극성맞은 W와 이 시대의 마임광대 유진규 감독님의 열정이 어딘지 모르게 닮아 보입니다.
간담회의 마무리로, 유진규 감독님은 직접 마임동작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마임동작의 제목은 "날아가는 새"가 적당할 것 같습니다. 창 밖에는 비가 많이 내리고 교육장에는 한 무리 새들의 날갯짓이 가득 찼습니다.
여성문화마케터과정 간사 김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