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1월 1일, 회사를 만들 궁리를 하느라 두 달간 머리를 맞대고 사전작업을 했던 5명은 기분좋은QX의 사무실 첫 문을 열었습니다. 창립 하던 그날은 기념잔치를 할 수 없었습니다. 5명의 "애송이들"이 조그마한 회사를 겨우 움직일 원시적인 체제를 갖추고 "자, 출발!"을 외치는 데 다시 열흘이 걸렸습니다. 기분좋은QX의 많은 동지를 만들어내는 데 바탕이 된 11월 11일, 그 아침 회의를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2003년 이후로 11월의 첫날 아침을 맞으면 QX 멤버들은 여전히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의 의미를 다져봅니다. 맨 처음 그 날처럼 땀을 흘리며 일해 온 동료들끼리 고마움을 느끼고 서로를 격려하는 것만으로 마음은 따뜻해집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열흘을 보낸 11월 11일이 오면 바쁜 틈을 내어 창립기념일 잔치를 여는데, 그날은 사뭇 다른 느낌으로 보냅니다.
그 날은 기분좋은QX처럼 작고 연약한 회사를 열정 하나로 지켜내고 앞길을 열어서 싱싱하게 살아남을 수 있게 된 것을 고개 숙여 감사하는 날입니다. 그 날은 기분좋은QX에 몸담았던 전직 멤버들과 주변에서 응원해준 동료 선생님들, 협력사와 파트너를 두루 초청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날입니다. 초청한 분들은 사석에서 어김없이 회사의 분발을 촉구하고 모자란 체계를 보완하라고 애정 어린 지적을 이어갑니다.
당초 애송이들은 저희들이 잘나서 회사가 돌아가는 줄만 알았는데 이런 격려와 지적 덕분에 스스로 모자람에 눈을 뜨면서 아홉 살로 성장했습니다. 기분좋은QX의 부족한 면을 알면서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사업 기회를 주신 분들 덕분에 작은 구멍가게를 벗어나 한 해 한 해 자라왔다는 것도 깨닫습니다.
그렇지만 작년 11월 11일에는 창립기념일 잔치를 하지 못 했습니다. 회사가 나태해져서 반성하는 시간을 보내자고 창립일도 경건한 마음으로 일만 하며 보냈습니다. 올해 11월 11일에도 함께 만나는 잔치를 열 수 없었습니다. 그저 여러분께 고마움을 느끼며 하루를 모두 묵묵히 뛰면서 보냈습니다.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 그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의미를 느끼며 한 해를 마감합니다.
내년 11월 11일에는 회사 창립일을 제대로 기념하고, 회사를 도와주신 분들을 꼭 모셔 다음해를 돌아보고 싶습니다. 꼭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노동은 신성하다고 합니다. 노동하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올 한 해도 가치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기회를 주신 여러분을 잊지 않겠습니다.
기분좋은QX 대표 안이영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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