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X통신 제83호 2012년 2월 7일 화요일
<사진=이석문씩 발굴한 인디밴드 "크라잉넛" ⓒ크라잉넛 홈페이지>
기분좋은QX는 여러 해 동안‘프로보다 뛰어난 아마추어’에 주목해 왔습니다. ‘프로보다 뛰어난 아마추어’는 정규 과정을 밟지 않은 아마추어로서 새로운 분야를 자력으로 개척하여 프로의 경지를 뛰어넘은 사람을 이릅니다. QX통신은 10회에 걸쳐 ‘프로보다 뛰어난 아마추어’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프로보다 뛰어난 아마추어 4] 이석문
1995년 7월 홍대 앞 펑크클럽 ‘드럭(Drug)"에 네 명의 악동이 출현한다. 클럽 주인 이석문은 이들의 광기를 미친 짓으로 치부하지 않고 그 속에서 재능을 발견한다. 이 네 명의 악동이 후에 ‘말 달리자’로 대중문화계에 큰 충격을 주는 인디밴드 ‘크라잉 넛’이다.
‘크라잉 넛’이 부상한 후 1996년에 이석문은 "라이브 클럽" 드럭을 "인디 음악 레이블" 드럭 으로 바꾸는 모험을 감행 한다. 언더그라운드 공연을 넘어서 독립음반 제작 및 판매까지 지평을 넓히자는 것이다. 그 결과물은 인디 폭발의 기원으로 평가받는 음반 ‘아워 네이션’(Our Nation) 시리즈이다. 이를 통해서 한국의 대표적인 인디밴드 크라잉 넛․옐로우 키친․노 브레인․위퍼 등이 탄생한다. 드럭은 2003년에 ‘자우림’을 등장시킨 라이브클럽 블루 데빌과 통합하여 DGBD(Drug & Blue Devil)로 재탄생한다.
그 과정에서 이석문은 ‘변절자’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비주류를 지향하는 인디음악을 하면서 주류 음악계와 같은 마케팅을 했다는 것이다. 특히 ‘크라잉 넛’이 3집 ‘하수연가’로 전국구 스타가 되었을 때, 많은 동지들이 “펑크 정신을 훼손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에 대해 이석문은 “헝그리 정신으로 뭉쳐진 반문화 게릴라로서 조명받는 것은 이제 지겹다.……인디는 주류에 흡수되지 않고 안정되고 자유로운 음악생활을 할 수 있는 집단으로 부각되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 말은 이석문의 지향점을 분명히 알려준다. 철저한 비주류의 철학으로 주류적 삶을 포괄하려는 야망이다.
이석문에 주목해야 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카페주인으로 시작해서 작은 록카페를 라이브클럽으로 바꾸는 창의성을 발휘한 점, 음반산업에 관한 지식을 하나하나 배워나가면서 주류와 다른 길을 열어나간 점,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펑크음악을 알아나가며 사업을 만들어낸 점이다.
펑크음악은 3개의 기타 코드가 있으면 누구나 음악을 할 수 있다고 용기를 준 음악이다. 펑크음악은 계급 질서에 저항하고 반항을 즐기고자 “나도 음악을 하겠다”고 선언하도록 젊음을 부추기는 음악이다. 그것은 강력한 아마추어리즘을 본질로 한다.
이석문은 펑크 음악을 사업화한 사람이 아니라 그 자신이 펑크이다. 남들보다 앞서 아마추어리즘의 갑옷을 입고 음지에서 일하면서 양지의 프로페셔널을 지향한 그는 분명 이 시대의 전위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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