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X통신 제86호 2012년 2월 17일 금요일
<사진=영화감독 남기남 ⓒTV REPORT>
기분좋은QX는 여러 해 동안‘프로보다 뛰어난 아마추어’에 주목해 왔습니다. ‘프로보다 뛰어난 아마추어’는 정규 과정을 밟지 않은 아마추어로서 새로운 분야를 자력으로 개척하여 프로의 경지를 뛰어넘은 사람을 이릅니다. QX통신은 10회에 걸쳐 ‘프로보다 뛰어난 아마추어’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프로보다 뛰어난 아마추어 7] 남기남
"영화가 고질이 어디 있고 저질이 어디 있어. 만드는 것 자체로 예술인 거지."
영화감독 남기남의 말이다. 그는 엿새 만에 한 편의 영화를 완성했다는 전설을 남긴 주인공이다. 1972년 ‘내 딸아 울지 마라’로 데뷔하여 감독생활 40년 동안 영화 100여 편을 연출했다. 건너뛰기 촬영과 몰아 찍기에 능하고 편집 기술이 가히 마술적이라고 알려진다. 그의 영화는 대부분 초저예산 영화이고 항상 저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충무로의 대표적인 흥행 감독이다. 1970년대 무술영화 ‘정무문’ 시리즈, 1980년대 액션영화 ‘평양 맨발’, 1980년대 후반 코미디 영화로 흥행 가도를 달렸다. 1989년 개봉한 심형래 주연의 ‘영구와 땡칠이’는 27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여 1998년 강제규 감독의 ‘쉬리’가 기록을 깰 때까지 한국 영화 최고 흥행작의 위치를 점했었다.
남기남 감독은 합리주의에 바탕을 두고 체계적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현대적 방식을 역발상으로 뒤집었다. 그는 감독의 직관으로 순발력 있게 영화를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는 한 작품으로 승부하지 않고 다작으로 흥행을 노렸다.
그의 사전에는 영화의 완성도나 작품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의 영화가 그렇게 된 것은 좋은 작품보다 빠르고 싸게 찍기를 바라는 제작자들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영화제작 풍토 속에 그는 자투리 시간까지 남기지 않고 찍는 기술과 머릿속에서 각각 따로 찍은 필름을 조각보처럼 짜 맞추는 능력을 들어내며 장인의 경지를 얻었다.
그는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처리해내는 순발력과 영화 전체를 한 번에 분석하는 집중력, 그리고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융통성으로 이런 작업을 해낼 수 있었다.
남기남 감독의 별명은 ‘찍지 남기남’이다. 그가 영화촬영 현장에서 “그럼 (필름을) 찍지, 남기남?”이라고 농담을 한 것에서 나온 별명이다. 그렇게 필름을 자투리까지 써먹는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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