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통인시장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이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갑자기 이 작고 오래된 골목시장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다른 시장에 없는 ‘도시락 카페’가 있기 때문입니다. 몇 년 전부터 지방자치단체들은 너도나도 재래시장 활성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통인시장의 ‘도시락 카페’는 타 시장과 차별화하는 데 성공한 독특한 아이템입니다.
시장의 한적한 낮 시간, 빈 도시락 용기를 든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듭니다. 그들은 시장 안 음식 점포 곳곳을 돌며 마음에 드는 반찬을 조금씩 구입해 도시락에 담습니다. 차림표는 전·나물·계란말이·오징어채 등 다양합니다. 계산은 미리 구입한 쿠폰으로 한 다음에 용기를 가지고 고객만족센터 2층에 있는 도시락 카페로 갑니다. 쿠폰 2000원으로 밥과 국, 김치를 사고 나니 4000~5000 원에 푸짐한 점심상이 차려집니다.
이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통인시장의 발견’팀이 냈습니다. 이 팀은 ‘문화와 예술이 함께하는 전통시장 조성사업’을 진행하면서 사람들이 시장 구경을 할 때 맛깔 나는 음식들을 조금씩 먹어보길 원한다는 점에 착안하고 통인시장에 반찬가게가 많은 점을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총괄기획자인 윤현옥 씨는 “시장 활성화라는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수익모델을 궁리하고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었으며 상인공동체를 고민했다. 도시락 카페는 이 세 요소를 담은 집합체이다”라고 말합니다. 그녀는 “도시락 카페를 시작하면 경쟁 관계에 있는 상인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고 공동체회사의 특성을 이야기합니다.
상인공동체는 도시락 카페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통인커뮤니티를 꾸렸습니다. 반찬가게와 분식집 등 14개 점포 상인들이 함께 운영하는 회사입니다. ‘통인시장의 발견’ 팀이 자신들이 시장을 떠나도 상인들이 스스로 수익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마을기업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득한 결과입니다.
‘도시락 카페’의 꿈은 통인시장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기획자 윤현옥 씨는 도시락 카페를 시장 활성화 사업의 한 브랜드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합니다. 휴식 공간을 가진 시장이라면 꼭 반찬이 아니더라도 사업을 특화시켜 그 시장만의 품목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도시락 카페의 꿈이 전국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