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라고 차가운 시멘트 위에 높이 솟은 고층 건물과 촘촘한 성냥갑 아파트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큰길과 아파트를 벗어나 주택가 골목에 들어서면 “여기가 서울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박하고 사람냄새 나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기분좋은QX 사무실이 있는 용산 뒷골목도 그런 장소 가운데 하나입니다. 용산역 광장과 큰 도로를 지나 작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작은 주택들 사이로 옛날 미용실과 정육점·슈퍼·철물점이 나오고 철길까지 만날 수 있습니다.
이 동네를 더욱 정겹게 만드는 것은 집과 가게 앞마다 옹기종기 놓여있는 크고 작은 화분입니다. 금강산 왕갈비집 앞에는 노랑 빨강 꽃 화분이 놓여있고, 고추장 불고기집 앞에는 사람 키만 한 화분이 손님을 기다립니다. 토토미용실 앞에도, 제일정육점 앞에도 이름 모를 갖가지 식물화분이 줄지어 서있습니다.
또 주택의 크고 널찍한 화분에서는 여러 가지 채소가 자라고 있습니다. 텃밭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면적이 넓습니다. 신기해서 쳐다보노라면 어김없이 주인이 말을 걸어옵니다.
“해바라기야 해바라기. 저건 나도 뭔지 모르겠어. 저러다 꽃을 피우더라고.”
좀처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정육점 문 앞에 덩굴이 줄을 타고 오르기에 사진기를 들이대는 순간, 안쪽에 있던 손님이 고개를 내밉니다.
“뭘 찍어? 나 찍는 거면 모델 해주려고 했지.” 혼날 줄 알고 잠시 긴장한 것이 민망할 정도로 마을 사람들의 마음은 열려있습니다.
우선 내 집 앞마당부터 예쁘게 꾸미고 그것을 누구나 즐기게 열어두면 온 동네를 아름답게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믿음이 세상을 바꾸어 나갈 것입니다.
담장 허물기나 벽화 그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집 앞의 눈을 쓸거나 베란다에 화분을 올리는 사소한 일로도 얼마든지 좋은 동네를 만들 수 있습니다. ‘내 집 앞 가꾸기’라는 개인적인 욕구를 채우면서 ‘우리 동네’라는 공동체의 선을 만들어내는 일보다 더 멋진 행동이 어디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