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좋은QX 안이영노 대표

나이 40을 넘긴 문화기획자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술자리에서 문화기획자를 기르는 아카데미가 필요하다는 얘기들을 해오고 있습니다. 민간단체들은 불과 6,7년 전까지 문화기획자 양성과정을 이끌어왔는데 그 후 어찌된 일인지 정부기관이 이 교육 사업을 도맡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그 일로 민간 문화전문가들 사이에 순수민간의 사회교육과정은 “정부가 일을 도맡아 차지한 탓에” 숨통이 조여 죽어버렸다고 비판하는 소리가 높습니다.

문화기획자들이 다시 문화기획자 양성과정을 만들자는 얘기를 서슴없이 꺼내는 까닭은 분명합니다. 그들은 청년들이 대접받지 못한 열악한 조건에 낙담하여 문화계를 떠나고 있다고 탄식합니다. 그들은 지방 문화재단과 같은 정부산하조직의 안정된 일자리는 제한되어있어 청년들이 갈 자리가 없다고 탄식합니다. 그래서 창조적인 사업을 맡을 후배 문화기획자의 대가 끊기고 인재의 씨가 말라버린다고 걱정합니다.

중견 문화기획자들은 후배 문화기획자를 왕성하게 길러내던 과거를 부쩍 자주 되돌아봅니다. 그리고 우리들 스스로 후배들을 길러내는 것이 옳았다고 말하게 되었습니다.

생태계는 교훈을 줍니다. 정부가 문화기획자를 길러내는 사업을 도맡아버리니 민간교육과정이 죽고 결국 정부기관은 같이 일할 ‘준비된 인재’를 구하기 힘들어졌습니다. 또 민간에서 활동하는 문화사업가들은 자기 일만 추구하고 후배를 기르는 봉사활동을 하지 않으니 정부기관은 재목을 구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2000년에 ‘문화기획학교’라는 이름 아래 모였던 활동가들은 평균나이가 35세였습니다. 13년이 지난 지금 중견으로 자란 그 활동가들은 사회에 공헌을 할 차례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그간 많은 이들이 박수쳐주는 가운데 노하우를 쌓아왔으니 이제 후배들에게 공짜로 재능을 기부를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