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토내해>에 있는 <나오시마>라는 작은 섬을 거닐었습니다.
<안도 다다오>를 만나고 <이우환>도 만났습니다.
절제된 선과 미, 빛과 그림자를 그려낸 그들과의 한나절 숨바꼭질을 했습니다.
히메지성에서는 겨울연가 때문에 한국말을 배운 자원봉사자로부터
진솔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녀는 작은 기와조각을 가르키면서
“저 기와는 임진왜란 때 조선에서 잡아온 도공들이 만든 것입니다....
사과드립니다 잘못했습니다“라고 하더군요.
어눌한 그의 말에서 진심이 우러나오는 듯 했습니다.
오늘은 저랑 감 따러 가보시죠.
올해는 평사리에 살면서 감의 일생과 같이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깊어가는 가을입니다.
행복을 빌면서...
조문환 드림
감 따기
봄비로 참새 혀 같던 이파리 위에
감똘개로 현현하니 실에 꿰어 목걸이 만들어 걸다
삼복더위 뙤약볕에선 볼이 익어지더니
이윽고 태풍이 몰려와 여물어졌다
천둥소리에 귀 찢어지듯 하고
번개 불에 눈 몇 번 멀어진 후 강심장이 되다
아침서리 몇 날에
태양이 고추장 한 입 넣고 쏙 내 민 혀 바닥 같이 타는 너의 육체,
간짓대 들고 하늘을 우러러 우주를 따 담으니
너에게선 천둥소리 나고 번개 불이 번쩍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