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을 잘못 잡아서 죄송합니다...!”
격년제로 열리는 면민체육대회가 지난 금요일에 있었습니다.
말이 체육대회지 실제는 한마당 축제요 놀이나 다름없습니다.
워낙 연령층이 높기 때문입니다.
거의 석 달이 넘도록 정말 온갖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문제는 날씨였습니다.
아무리 완벽하게 준비를 했다고 하더라도 날씨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사실 99%는 하늘이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불과 1% 정도 사람이 준비하는 것이지요.
3일전까지만 하더라도 비가 없었는데,
고작 이틀을 앞두고 비 예보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거의 시간 단위로 바뀌는 일기예보, 원망하지 않을 수 없었더군요.
“제가 날을 잘 못 잡아서 이렇게 수고를 끼칩니다. 죄송합니다.”
“다음에는 잘 잡도록 하겠심미더!”라고 마을선수단을 다니면서 머리를 숙였더니
“아이고 날 잘 잡았고만, 비가 오니 더 재미있고, 추억도 있고”
“하늘이 하는 일인데, 멘장이 뭐가 잘 못했나?”
“비가 안 왔다면 오늘 다 일하러 들로 산으로 갔을 긴데, 잘 됐지뭐”
비가 와서 좋은 날 이었습니다.
찰나에
텃밭에 풀을 베다가
아뿔싸
호박넝쿨이 잘려나가 자빠져 버렸다
애호박 하나
꽃으로 막 탄생하려 몸부림치는 작은 꽃몽오리들
나를 노려본다
미안하다 실수였어 용서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