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또 책 읽어 주세요!!!!
요즘 아이들에게 할머니는 무엇일까요? 누구일까요?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할머니들이 아이들에게는 어떤 존재로 자리하고 있을까요?
섬진강을 걷다 보면 곡성 어느 마을은 아예 “외할머니 마을”이라고 부르는 곳도 있더군요.
잃어버린 할머니와 외할머니를 이곳에 가면 만날 수 있을까요?
하나를 가지면 하나를 잃는 것이 생리상 좋을 법하지만,
요즘처럼 상실의 시대에 다른 것들은 다 잃어버려도 이런 것들 쯤은 잃어버리지 않고 살고 싶습니다.
그래서 할머니들과 아이들의 만남을 주선 해 보았습니다.
제가 살아가고 일하고 있는 악양에 <취간림>이라는 오래된 숲이 있습니다.
물총새가 지저귀는 숲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작지만 소담하고 신록에는 나를 끌고 올라갈 만큼 가볍고
요즘처럼 단풍철에는 나를 노랗고 빨간색으로 물들일 만큼 화려한 숲입니다.
이곳에서 <할머니와 함께하는 취간림 책읽기>를 했습니다.
어린이 집 아이들과 초등학교 아이들 오십 여명,
할머니 세 분, 학교와 어린이 선생님들, 지역 주민들 포함해서 칠팔십명이 모였습니다.
한글을 알지 못했던 할머니들이 지난 1년간 주경야독을 통해 익히신 솜씨로 손자들에게 동화를 읽어주셨습니다.
떠듬떠듬, 문장과 단어가 잘 연결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할머니의 말씀에 귀 기울이는 아이들,
아이들도 할머니들에게 동화를 읽어드렸습니다.
저도 질 새라 동화구연을 통해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춰보았습니다.
앞으로도 한 달에 한 번 쯤 계속 할 계획입니다.
아이들에게 숲을 돌려주고
기억 속에도 없을 할머니들을 선물 해 주고 싶습니다.
발자국에 내려놓다
참 감사한 일이야
하루가 지나면 그만큼 가벼워지는 것이
갈수록 무거워 진다면 얼마나 괴로운 일이겠니
그랬나 보네
우리 선친들께서도 나이 드실수록 가벼워지신 것이 그냥 된 일이 아니었군
찬바람 나면 매미가 허물을 벗듯
그렇게 발자국에 하나씩 하나씩 벗어 놓았기 때문이군
그랬었군
그래서 그분들 뒤에는 그렇게 발자국이 선명했었던 게로군
저처럼 하늘에 가까워지려면 가벼워져야 하는 거군
천국은 가벼워진 사람만 갈 수 있는 곳이로군
오늘 밤에는 내 무게를 재 봐야겠군
매일 매일 하나씩 내 발자국에 내려 놓다보면
저들처럼 하늘에도 올라가고
저녁별이 되겠지
바람에도 간들거리는 별 되겠지